이 세대의 현재진행형 헤비메탈 락스타
2000년대 뉴메탈의 인기가 피크를 달리고 있을 무렵, Linkin Park가 투어를 위하여 영국 런던에서 공연을 했을 때, 그 자리에는 밴드의 팬인 한 소년이 자신의 첫 락 콘서트 관람을 위해 맨 앞자리에 서있었다. 유명 락/메탈 잡지 Kerrang에서 해당 공연의 사진을 실었고, 비록 여러 명에게 가려서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든 정도였지만 자신의 얼굴이 잡지에 실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고 나중에 성인이 된 그 소년은 회상했다. 그 소년이 바로 Bring Me the Horizon이라는 유명밴드의 보컬인 Oli Sykes이다.
활동 초반부에 마치 영국판 Suicide Silence 같은 느낌의 데쓰코어 밴드로 씬 내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립한 Bring Me the Horizon은 이후에 2, 3집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의 요소나 오케스트레이션과 합창을 섞는 등의 야심 찬 시도를 하며 음악 색깔을 살짝 바꾸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이들에 대한 인식은 꽃미남 같은 소년의 외모와 흉악한 데쓰코어 뮤직의 갭모에를 통해 메탈 씬의 소녀팬들에게 어필하는 그럭저럭 인기가 있는 팀 정도였다. 게다가 극성팬들의 무개념한 행동과 이들 스스로가 일으킨 사건사고, 특유의 버릇없는 이미지 때문에 메탈 씬 내에서는 안티도 많았다.
이들이 진지하게 반향을 일으킨 것은 바로 이들의 4집 앨범인 Sempiternal 시기부터였다. Pantera부터 Deftones, Limp Bizkit 등의 밴드의 음반을 프로듀스한 Terry Date와의 작업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이 앨범에는 기존의 이들 음악과는 전혀 다른 내용물이 알차게 채워져 있었고, 이때부터 이들은 유행을 좇는 잘 나가는 락밴드로서의 위상을 넘어서서 메탈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는 트렌드세터로 자리 잡았다. 데쓰 창법과 그로울링, 샤우팅에만 특화되어 있던 Oli의 보컬은 적극적으로 멜로디를 수용하기 시작했고 새로 영입한 키보드/FX 멤버인 Jordan Fish의 활약으로 밴드의 사운드스케이프는 크게 확장되었다. 인트로만 들으면 당시 유행하던 팝이나 힙합 음악인가 잠시 헷갈릴 정도의 세련된 FX 사운드가 청자를 교란시키다가 메탈 특유의 어택감을 극도로 끌어올린 전주 파트의 터짐으로 인해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트랙 'Can You Feel My Heart'로 시작하여 'Sleepwalking', 'Shadow Moses' 등의 당시로서는 나름 혁신적이었던 곡들의 향연으로 이 시기에 새로운 팬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기존에 이들을 까내리던 골수 메탈팬들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이들에게 큰 전환점이 된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이후에 이들이 보여준 행보 역시 파격적인 변화의 연속이었다. 5집인 That's the Spirit에서는 보다 더 다양한 음악 장르의 혼합과 대중 친화적인 노선이 보였는데, Korn과 Deftones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강력한 뉴메탈 리프가 돋보이는 트랙 'Happy Song', Linkin Park의 Faint의 밀레니얼 세대 버전같이 느껴지는 'Throne' 같은 곡들에서는 슬슬 뉴메탈 요소의 도입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클럽 공연의 규모를 벗어나 이제는 대규모 아레나에서 놀겠다는 야심이 드러난 대규모 스케일의 발라드 트랙 'Drown', 아예 팝의 영역에 들어선 'Follow You'와 같은 트랙에서는 메탈 팬뿐만이 아니라 일반 락 팬들까지 영입할 수 있을 만큼의 캐치함을 선보이며 진입장벽을 낮추었다. 6집 'amo'에서는 기존 메탈의 문법에서 아예 벗어나 팝락의 영역에 있는 느낌을 주었고, 장르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긴 했으나 여전히 메탈씬을 넘어서는 화제를 몰고 다니며 현시대의 락스타로서의 자리매김을 확고히 다지게 되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밴드는 9곡으로 알차게 채워져 있는 EP인 Post Human: Survival Horror를 발매했는데, 이 시기부터 키보디스트 조던 피쉬는 반 장난, 반 진심으로 "우리는 뉴메탈 밴드입니다, 여러분!!"이라면서 대놓고 외치기 시작했고, 실제로 Deftones와 Korn의 음울한 정서를 뚫고 나오는 강렬한 리프, Linkin Park의 FX 사운드에 대한 오마주가 돋보였으며, 세기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메탈 트렌드를 진하게 함유한 것이 느껴졌다. 기존에 느껴졌던 특유의 팝 성향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둠 이터널'과 같은 게임의 사운드트랙 요소와 일본의 이단아 아이돌 그룹 베이비메탈의 피처링이었고, 거기에 이들의 초창기 데쓰코어 색깔까지 모두 어우러지며 뉴 & 올드팬들 모두를 사로잡은 웰메이드 메탈 앨범이었다.
시기적으로도 밴드가 이렇게 음악 성향을 바꾼 것은 굉장히 영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었는데, 당시에 이들뿐만 아니라 Northlane, Cane Hill, Loathe 등의 밴드들이 대놓고 차세대 뉴메탈을 내세우며 씬 내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기에 메탈 장르의 가장 핫한 밴드가 이렇게 세기말 사운드 성향이 강한 앨범을 내는 것이 팬들에게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비슷한 음악을 하는 다른 팀들도 덩달아 돋보이거나 관심을 받게 만들 수 있는 서로 간의 윈-윈 정책이었던 셈이다.
이후에 메탈 팬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체감이 오지 않았을 수 있으나, 씬 내에서는 뉴메탈적인 요소를 함유한 새로운 밴드들의 도약과 기존의 음악성을 선회한 중견 밴드들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최근 가장 핫한 메탈 밴드 중 하나인 Spiritbox가 대표적으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 외에도 Blood Youth, Tetrarch, Tallah, Wargasm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팀들이 새로운 시대의 뉴메탈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Bring Me the Horizon은 대규모 스타디움급 투어를 거의 항상 전석 매진시키고, 현재까지 Ed Sheeran, Machine Gun Kelly, Sigrid, Yunglud, Blackbear나 Lil Uzi Vert 등 팝과 힙합 등의 메이저 장르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로 꾸준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메탈의 중흥기가 아닌 암흑기에 데뷔한 밴드 중 거의 유일하게 메이저급으로 인기를 끌면서 현재진행형의 락스타로 갈수록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 시대의 뉴메탈 락스타 브링 미 더 호라이즌의 도약과 함께 과연 뉴메탈, 아니 메탈 장르 자체도 이제 상승할 수 있는 것일까?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