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Z세대의 신기한 뉴메탈 사랑
뉴메탈의 큰 형님 밴드 Korn의 아디다스 사랑은 유명하다. 데뷔 초창기부터 아디다스의 트랙슈트와 신발 등을 즐겨 착용했고 심지어 2집의 싱글 컷트 대표 트랙의 제목이 ADIDAS였으니 잘 나가는 밴드와 스테디셀러 스포츠 브랜드와의 콜라보는 당연한 듯 보였다. 그러나 건전한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음침한 뉴메탈 밴드와 얽히기 싫었던 것인지, 아니면 트랙 ADIDAS가 All Day I Dream About Sex(해당 트랙의 노래 가사)의 약자였다는 점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아디다스는 밴드와의 콜라보도, 어떤 협찬도 거부했다. 당시에 콘이 얼마나 잘 나가고 있었는지, 이들이 얼마나 몸소 아디다스 사랑을 외쳤는지를 생각해 보면 꽤나 의아한 일인데, 교묘하게도 이 틈을 파고든 브랜드가 Puma였고, 이 이후 전성기의 콘은 퓨마의 옷을 입고 다니면서 나름 건전한(?) 공생 관계가 유지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약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정식으로 아디다스는 콘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10월에 해당 트랙슈트와 티셔츠, 운동화 등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노장이 되어버린 밴드와 굳이 이제 와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전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아디다스가 너무나도 몰락해서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주목받으려고? 아마도 그 원인은 꽤나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디다스에서 이것이 상업성이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뉴메탈이 대중적으로 히트를 치고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힙스터와 매니아들 사이에서 다시금 묘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뉴메탈 밴드와 브랜드의 협업은 장르의 전성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마크 제이콥스의 스트릿 브랜드 Heaven은 Deftones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발매하고 팝업 갤러리까지 오픈한 데다가 스페셜한 공연까지 주최했다.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은 듯하지만 2019년에는 슈프림과 Slipknot의 콜라보 루머가 돌았고, 뉴메탈 밴드들은 현재 위스키, 맥주, 핫소스나 심지어 개 목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브랜드들과의 협동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까지는 락 페스티벌에서는 겨우겨우 이름을 내밀었지만 한물 간 취급을 받고 있던 뉴메탈이었지만 지금 현 상황에서 이 장르의 밴드들은 확실히 예전보다 잘 나가고 주목받고 있다.
이 부분에서 정점을 찍는 것은 아무래도 얼마 전에 개최된 Sick New World라는 페스티벌일 것이다. 2023년 5월에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이 음악 축제에는 Korn, System of a Down, Incubus, Deftones 등의 뉴메탈 밴드들이 라인업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고, 그 외에도 추억의 뉴메탈 밴드는 아니지만 Hoobastank, Placebo, KMFDM, HIM의 Ville Valo 등 20세기말에서 21세기 초에 히트를 쳤던 뮤지션들과 Spiritbox, Loathe 등의 뉴메탈+메탈코어 신성들이 라인업을 꽉 채웠다. 운영 상의 문제(라스베가스의 미친 듯한 더위와 시설 부족 등)가 있었고 이 때문에 비판을 좀 받긴 했으나, 꽤나 성공적이었고 장내 분위기도 좋았다고 들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장내를 채운 관객들 중 상당수가 락과 메탈을 사랑하는 올드스쿨 매니아들이 아니라 젊은 세대였다는 점이다.
이 페스티벌에 대해서 촬영하고 분석한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 있는데, 해당 영상을 보면 마치 20세기 말인 듯이 박시한 티셔츠를 입고 무릎을 덮는 긴 반바지를 입은 청소년들과 20대들이 공연장 근처 거리에서 뉴메탈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에게 뉴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 답변이 세기말 림프 비즈킷과 콘을 좋아했던 팬들의 그것과 거의 동일했다는 것이다. '우울한 현실을 잊을 수 있어서', '불행한 가정에서 일종의 도피처가 될 수 있어서', '다른 친구들과 똑같고 싶지 않아서' 등의 이유였는데, 내 기억에 림프 비즈킷 3집의 부클릿에 딸려있던 한 평론가의 글에서 그 비슷한 맥락으로 당시에 뉴메탈이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분석하는 것을 읽었던 것 같다.
뉴메탈의 인기가 현재진행형이고, 장르의 미래가 무조건 밝다고 결론을 짓기는 힘들다. 신생 밴드들 중에는 나름 인기가 있고 선전하고 있는 팀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전성기 시대의 네임드 밴드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쓰래쉬 메탈의 강자는 변함없이 메탈리카와 슬레이어, 메가데스, 앤쓰랙스인 것처럼 뉴메탈의 강자는 젊은 세대의 밴드가 아니라 콘, 림프비즈킷, 슬립낫, 시스템오브어다운, 데프톤즈 등이다. 즉, 주목받고 있다고 해도 그 팬층도 그렇게까지 폭넓지 않으며 성과를 내는 팀도, 영광을 가져가는 밴드도 결국 소위 말해 고인물들이다. 하지만 Bring Me the Horizon이 현재 거의 유일무이하게 모던 메탈 락스타의 길을 열었듯이, 저 멀리 어딘가에서 뉴메탈의 강점을 확 살려서 새로이 스타로 도약할 팀이 있으리라는 행복한(?) 상상 정도는 해봐도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