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무공과 고목사회, 와신상담과 절치부심
시작은 좋았다. 올해 초 한국대중음악상의 메탈/하드코어 부문에 우리의 음반이 후보로 올라갔고,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확실히 한 걸음 눈에 띄게 도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에 FM 라디오에도 우리 곡이 틀어지기도 했고, 올 한 해는 정말 좋은 일들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착각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 씁쓸한 현실은, 덥고 습한 여름의 날씨와 함께 우리 속을 파고들었다.
작년 여름은 정말 바쁘게 보냈다. 평소 같으면 우리와 교류가 없었던 이들로부터 섭외가 들어왔고, 우리도 열심히 거기에 응하기도 하고 또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그에 따른 성과도 즉각적이었다. 두 개의 경연대회를 나갔고, 모두 결승에 올랐으며, 그 덕에 염원했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도 설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문래메탈시티, 비욘드 크리에이션 등의 기획공연 참여 등으로 즐겁고 알찬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올해 여름은 정말 조용했다. 진짜로 아무 일도 없었다. 심지어 일반 공연 섭외조차 예전에 비해 확 줄어들었고, 그냥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존재를 잊은 걸까 싶을 정도로 고요만이 가득했다. 기대를 말아야지라고 스스로 되뇌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던 행사나 페스티벌 쪽에서는 단 한 건의 섭외도 오지 않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공연하던 동료 팀들이 그런 무대에 올라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배아픔을 느껴야 했다. 게다가 멤버의 목소리조차 안 나올 정도의 극심한 감기, 허리부상 및 가족상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팀의 분위기는 더욱 침체되었고 그나마 있던 공연도 취소해야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좋은 점이라면 공연을 본의 아니게 쉬는 동안 새로운 곡들이 많이 생겨서 어느새 다음 EP나 정규앨범을 내도 될 정도로 꽤 쌓였다는 것이다. 새로운 곡들의 방향성은 보다 원초적인 뉴메탈로의 회귀로 잡았는데, 단순히 레트로 트렌드에 편승하겠다거나 하는 의도는 아니고, 그동안 우리 팀에게 부족했던 부분이 뉴메탈 밴드를 표방하면서도 근원적인 심플하고 저속한(?) 에너지가 아쉬웠던 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곡을 만드는 것도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많고 답답함도 있었다. 의도적으로 옛날 스타일대로 만들겠다고 방향은 잡았지만 자꾸 욕심이 생기고 예전 버릇이 튀어나와 결국 뻔한 우리 스타일로 되돌아와 있는 경우가 많았고, 밴드 멤버 하나하나가 뉴메탈에 대한 나름의 지론이 있다 보니 "나의 뉴메탈은 이렇지 않아!"를 외치며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엎어버리거나 초치는 소리를 해서 분위기가 침체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져서 계속 새로운 곡으로 또 넘어가고, 합주 한 번만에 곡이 완전히 완성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음 EP 혹은 정규앨범은 이전에 비해 세련됨이나 팝스러운 성격은 잠시 내려두고 원초적 뉴메탈로의 회귀의 느낌이 강한 음반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것이 새로이 환골탈태한 우리 밴드의 걸작 앨범이 될지, 구닥다리 뻔한 음악으로 퇴보한 낡아빠진 괴작이 될지는 듣는 사람들의 반응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올해 안에 두 개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우리의 신곡들이 포함될 예정인데, 여기에 들어갈 신곡은 앞서 말한 원초적 뉴메탈보다는 기존 우리 밴드의 곡들과 보다 흡사한 느낌일 것 같다. 항상 우리 팀은 그러했다. 좋은 일들이 터지기 전에 꼭 무기력하고 다치거나 아팠다. 이번에도 이렇게 쌓아놓은 우리의 성과물이 다음을 위한 큰 발돋움의 토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평소에 우리에게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더 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없었던 이가 이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긴다면 계속 주목해 주신다면 감사하겠다. 아, 그리고 9월엔 다시 공연이 많다. 진정 올해 여름의 저주였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