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맨 톰 크루즈의 디지털과의 전쟁

영화 '미션 임파서블 7' 리뷰

by 핵보컬

톰 크루즈는 독특하다. 한 때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안티 없는 호감형 스타였다가 어느 순간 한 토크쇼에서 소파에서 팔짝팔짝 뛰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비호감 이미지로 낙인이 찍히기도 하고, 언젠가부터는 성룡이 빙의라도 한 듯 스턴트와 묘기의 달인이 되어 '톰 크루즈가 6분 30초까지 숨을 참을 수 있다더라', '톰 크루즈는 비행기 날개에 앉아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더라' 등 북한의 김일성 찬양과도 같이 들리는 일화들을 써 내려가며 헐리웃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공통적으로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것은 그의 영화에 대한 사랑이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변질되어 가는 헐리웃을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사명이라도 느끼는 듯 (실제로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켜 가며)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무모한 스턴트(본인이 직접 하기 위해서 제작까지 한다), 실감 나는 촬영을 위해 실제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하고 조종까지 직접 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 덕분에 탑건 2편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이제까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이제 그는 올드 스쿨 헐리웃의 정통파를 대표하는 상징이 된 듯하다.

톰 크루즈의 평범한 하루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의 여파로 촬영과 개봉이 많이 미뤄졌던 '미션 임파서블 7: 데드 레코닝 파트 1'이 몇 주 전에 극장 개봉했다. 1편과 2편은 솔직히 그냥 그랬지만 3편 이후부터는 꽤 재미있게 봐온 시리즈의 팬으로서 기대가 컸지만 일상이 좀 바쁘다 보니 이제야 꽤나 힘들게(이미 많은 극장에서 내린 상태였기에) 지난 주말에 보고 왔다.


CG의 사용을 액션이나 스턴트 씬에서 최대한 자제하는 톰 크루즈의 사상이 반영된 것인지 이번 편에서는 악당 자체가 AI다. 다른 영화였으면 SF도 아닌데 미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왠지 아날로그맨 톰 크루즈의 주력 시리즈인 미션 임파서블의 끝판왕 악당으로는 역시 컴퓨터가 제격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액션 씬은 화려하고 톰 크루즈의 연기는 훌륭하며, 각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성장도 좋고 분위기나 페이싱 역시 (진부한 표현이지만)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잘 짜여 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 톰 크루즈의 미친 스턴트로 시작해서 쭉 이어지는 열차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상업적 액션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즐거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

단, 시리즈의 팬으로서 봤을 때 이번 영화에서는 감독도 제작진도 배우도 그대로인데 왜 이렇게 했을까 싶은 아쉬운 부분들, 치명적인 단점들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일러가 되기에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에둘러 말하자면 시리즈에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이전까지 시리즈에서 활약했던 다른 인물 몇 명의 비중을 공기로 만들거나, 망가뜨리는 방식을 택했기에 이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게다가 뭔가 비장함을 더하기 위해서인지 주인공과 IMF의 멤버들의 기원에 관하여 미묘한 설정을 하나 추가했는데 이 설정은 시리즈의 이전 편들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대놓고 충돌하기도 하고, 오히려 주인공들의 동기를 흐리고 시리즈의 분위기를 그냥 우울하게만 만드는 듯한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안정적으로 흥행을 보장하는 시리즈이지만, 액션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두 파트로 나누는 것이 모험이기도 했고, 개봉 시기가 너무나도 좋지 않기에(극장가의 부진으로 근 몇 개월 동안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거의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흥행이 잘 될지 우려가 많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리즈 중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단, 흥행 부진의 원인이 앞서 말한 단점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정말로 시기가 좋지 않아 그런 것 같아 매우 아쉽다. 개인적으로 실망감도 있는 이번 편이지만 그래도 많은 공이 들어갔고 영화와 시리즈에 대한 톰 크루즈와 제작진의 애정이 많이 느껴지기에 2차 시장에서라도 지금보다 좀 더 성공했으면 좋겠고, 이후에 개봉할 데드 레코닝 파트 2는 위에서 말했던 개인적으로 찝찝한 부분과 아쉬움을 불식시킬 정도로 잘 나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 땜에 망했어, 임마!!

극장으로 몰려드는 관객 자체의 부족, OTT 서비스의 강세로 인한 고만고만한 컨텐츠의 범람, 작가 파업과 이전 코로나 판데믹의 여파 및 영화계에 짙게 물든 PC(정치적 올바름) 정서와 그에 대한 피로도 및 반감 등으로 인해 현재 영화계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나마 현재 '오펜하이머'와 '바비'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기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이는데 그 직전에 개봉한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 7'이라서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있다. 이후에 나올 '미션 임파서블 8 데드 레코닝 파트 2'는 훨씬 더 잘 나와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이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알고 보니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역대급으로 불쌍한 인물들이었어...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에단 헌트와 IMF의 기원에 대한 설정인데, 시리즈 종반부의 비장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인 것 같긴 하지만 IMF를 일종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만들어버린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캐릭터들의 과반수 이상이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후에 감옥에서 썩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스파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설정은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전 작품들과 대놓고 충돌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 1편에서 루터는 조직에서 찍혀나간 후에 오히려 복귀를 강렬히 원하고 있는 상황이었고(그렇다고 해서 도망자 신분이거나 현상수배범인 것도 아니었다), 3편에서 벤지는 평범한 사무직에서 오히려 현장직으로의 전환을 조르고 있었고 주인공인 에단 헌트 역시 결혼 후 은퇴를 꿈꾸는 상황이었다(심지어 3편 초반엔 은퇴 후 교관으로만 활동하고 있었다). 4편부터 등장한 브랜트는 벤지와는 반대로 자의로 인해 현장직에서 국장 보좌관으로 전직한 상태였으며, 이렇게 IMF의 모든 구성원들은 비밀 요원이긴 하지만 비교적 자의에 의해 활동하는 평범한(?) 이들이었다. 이랬던 이들이 갑자기 여주인공에게 '우리 모두 역시 너처럼 한 때는 범죄자였지만 지금 생존하기 위해서 이 조직에 끌려와서 죽을 때까지 일하고 있다'라고 비장하게 얘기하는 건 이전까지의 시리즈 스토리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자의로 목숨 걸고 지금까지 세계를 지키고 있던 캐릭터들의 동기를 흐리게 만드는 악수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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