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 따라 호불호 갈리는 개성 강한 영화감독들

취향 타는 독특한 감독 4인에 대해

by 핵보컬

세상에는 크게 취향을 타지 않고 거의 모든 이들에게 칭송을 받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대부분 인정은 하는 그런 영화감독들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크리스토퍼 놀란, 데이빗 핀처나 봉준호 감독 같은 이들은 평론가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인정을 받고, 이 감독들의 영화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이 영화를 잘 만든다는 데에 특별히 이견을 갖지 않는다. 반면에 평론가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팬이 많지만 어떤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크게 불호를 표하거나 과대평가되었다고 혹평하는 감독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이들에게 인정을 받는 전자가 특정 층에게 어필하는 후자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본인들의 작품 색이 뚜렷하고 개성이 특출 나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가 영화계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글에서는 후자에 속하는 감독들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흥미롭다고 느끼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취향에 따라 정말 불쾌하거나 지루하게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이 글을 읽고 해당 감독들의 영화를 본다면 정말 재미있는 인생영화를 만나게 될 수도 있기에.


저속한 욕과 잔인한 폭력의 미학, 쿠엔틴 타란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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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여기에 넣기에는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덜 갈리는 편이긴 하다. 많은 이들이 그의 영화를 좋아하고, 동네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시작해서 시나리오 작가로, 이후에는 인디 영화감독부터 시작해서 상업적 대작을 찍는 중견 감독으로까지 스스로를 성장시키면서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어느 정도 만족하는 '성공한 영화덕후'의 대표적인 예가 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창기 작품인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부터 이미 그의 작품들은 욕과 폭력이 난무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이는 그가 나이가 어느 정도 든 후에도 쭉 유지되었는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다소 독특한 작품으로 치부되는 '재키 브라운'을 제외하면 그 외 영화에서는 머릿가죽을 벗기거나, 영 좋지 않은 곳(?)에 총을 난사하고 팔과 다리가 절단되어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아예 머리 뚜껑이 날아가는 등 만화적인 폭력이 함유된 장면들이 작품 전반에 밀도 높게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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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화는 거의 항상 안정된 재미와 끝내주는 몰입감을 제공하지만, 지나친 폭력과 욕설 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을 힘들어하는 관객들도 있고, 흑인을 비하하는 욕까지 가리지 않고 쓰기에 미국 내에서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관객층도 존재한다. 게다가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중견 감독이 된 그가 아직도 폭력과 욕에 기대어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갖는 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들에는 좋게 말하면 오마주, 나쁘게 말하면 표절에 가까운 모방과 클리셰들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그가 스스로의 개성을 갖추지 못한 감독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위의 비판점들도 어느 정도 인정은 하지만, 영화 팬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맛있게 버무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한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하는 능력은 헐리우드에서 그가 거의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항상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갖고 챙겨보는 편이다. 그는 이제 마지막 작품을 하나 더 찍고 은퇴하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는데, 과연 그의 화려하면서도 악명 높은 필모그래피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대하고 있다.


시간과 대사의 장인, 리처드 링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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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는 흔히 쿠엔틴 타란티노, 우디 앨런과 함께 영화 대사를 맛깔나게 뽑아내는 감독 겸 작가로 영화 팬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독특한 점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 대표작에 해당되는 '비포 선라이즈'부터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의 시리즈, 그리고 '보이후드'에서 그가 촬영을 한 방식, 구체적으로는 촬영에 할애하는 시간을 활용한 방식이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주연으로 활약하는 '비포' 시리즈 3부작은 제시와 셀린느라는 두 인물의 첫 만남부터 재회, 이후의 사랑과 인생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20대의 풋사랑, 30대의 씁쓸함이 섞인 재회, 중년기의 현실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기 위해 실제로 배우들이 해당 나이대에 이르기까지 기다렸다가 촬영을 했다. 각 작품 간의 텀이 9년씩인데, 어떤 특수분장이나 CG 없이 실제로 10년 간의 세월이 얼굴에 묻어나게 하고, 그 각각의 나이대에 맞는 작품을 감독과 배우가 함께 나이 들어가며 찍었다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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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나아가서,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보이후드'에서는 아예 특정 아역배우가 6세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12년 동안 촬영을 했다. 영화라는 것을 촬영하는 데에 수많은 변수가 있고, 적지 않은 돈이 오가는데 이런 위험 요인들을 다 감수하고 뚝심으로 긴 시간 동안 밀어붙였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고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그러한 점 때문에 이 영화 역시 평단의 호평 일색이었으나, 몇몇 평론가나 관객들에게는 실제 작품 자체는 별 다르게 뛰어난 점이 없는데 12년을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칭찬을 받는 과대평가된 작품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게다가 대사 중심의 영화나 잔잔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에게는 그의 영화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품으로 인지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안겨 준 감독인데, 20대에는 '비포 선라이즈'를 너무 재미있게 보고, 이후 '비포 선셋'을 보고 대단히 크게 실망을 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30대가 되고 나서 다시 두 영화를 감상했더니, '비포 선라이즈'는 그럭저럭 괜찮긴 했으나 다소 낯간지러운 가벼운 영화로 느껴졌고, '비포 선셋'은 다시 보니 주옥같은 대사들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20대 때 보았을 때는 모호하다고 느껴졌던 결말의 장면 역시 '아, 다시 보니 이 결말은 생각보다 굉장히 뚜렷하고 멋진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즉, 영화를 만드는 이도, 보는 이도 특정 시기에 함께 공명하고 늙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비포 미드나잇'은 나도 중년이 될 때까지 아껴두는 중이다.


현실적인 액션 드라마의 명인, 마이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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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 작품의 상당수는 LA나 마이애미 등의 미국 대도시를 배경으로 한 액션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이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서 도시는 짐승처럼 꿈틀대며 생동감 있게, 그러나 음침하게 움직이며 살아 숨 쉰다. 잘생기고 멋진 캐릭터들이 카리스마를 뽐내며 대결하고 총구는 불을 뿜으며 상대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싸운다. 거친 록음악이나 힙합과 테크노가 영화 전반에 BGM으로 흐르고, 남자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슈퍼카들도 등장하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그의 영화들을 설명하는 이러한 수식어와 미사여구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익사이팅한 싸나이의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의외로 그의 영화들은 정말로 느리고 어떨 때는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의 영화에서 차량 폭발씬이나 추격 장면, 총격씬 등은 블록버스터 같은 스케일보다는 현실적 고증에 치중하기 때문에 보는 이에 따라서는 굉장히 무미건조하고 짧고 소박하기까지 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클 만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부분에 충실한 그의 장인 정신, 총기와 차 덕후 같은 면모에 끌리기 때문에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것이기에 이는 단점보다 장점에 가까울 것이다. 문제는 그 짧은 액션씬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인물 간의 관계, 이를 묘사한 드라마가 채우고 있는데 작품에 따라 그 퀄리티가 들쑥날쑥하다는 데에 있다.

EB20040806REVIEWS408060302AR.jpg "Yo, Homie. Is that my briefcase?"

명작이라고 여겨지는 '히트'나 '콜래트럴' 같은 작품에서도 일반 관객평 중에 지루함을 토로하는 의견들이 있는데, 심지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마이애미 바이스'나 '퍼블릭 에너미' 같은 영화에서는 잠깐의 사이다를 위해 장시간 동안 고구마를 먹는 답답한 기분을 호소하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이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늘어지거나 굳이 필요 없는 장면을 편집으로 쳐내거나, 러닝타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드라마 파트에 관객을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 그야말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즉흥적 예술을 추구하는 야인, 테렌스 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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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베일, 조지 클루니 등의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고 촬영까지 해놓고, 그 장면들을 거의 다 쳐내서 엑스트라에 가까운 조연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아예 영화에서 제외시킨다.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기본적인 설정과 상황 외에 전체적인 줄거리나 흐름을 배우도, 스탭도, 심지어는 감독도 잘 모른다. 작은 규모의 인디영화라면 몰라도 스케일이 어느 정도 있는 전쟁영화나 대하드라마, 화려한 캐스팅을 뽐내는 대작 영화에서 이런 식으로 작품을 만든다면 거의 미친 짓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텐데, 이런 광기를 보여주는 이가 바로 헐리우드가 사랑하는 명감독, 테렌스 맬릭이다.

철학적이고 탐미적인 작품 세계, 아름다운 영상미와 후반부에 모든 것을 터뜨리는 카타르시스로 인해 그의 작품에 진한 감동을 느끼는 팬들도 꽤 있고,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클로이 자오 같은 감독들이 자신들에게 큰 영감을 준 명감독으로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등 평단의 인정을 수 차례 받은 바 있고, 작품성이 뛰어난 명작을 만드는 감독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짜거나 구상하는 것에 있어 불성실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촬영 현장에서 이걸 싸그리 무시하고 즉흥성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이 재미있기도 하고, 호불호를 떠나 굉장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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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개인적으로는 청소년기에 그의 대표작인 '씬 레드 라인'을 당시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보다가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지루해서 참다못해 다 보지 않고 반납을 했던 것이 나와 그의 작품과의 첫 조우이기에, 그의 영화들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힘들고, 여기에 언급한 4명의 감독 중에 유일하게 취향에 맞지 않는 감독이다.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운 감독이라고 생각하기에, 보는 이에 따라서 열린 마음과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을 갖고 적절한 기대를 갖고 접하면 의외로 진한 감동을 주는 인생영화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조심스럽게 그 역시 추천을 해본다.


그 외의 감독들 및 결론

쿠엔틴 타란티노 못지않게 다양한 인간군상이 얽혀 정신없이 즐겁게(?) 흘러가는 영화들을 만드는 가이 리치나 타란티노의 작품들은 어린이 영화로 보일 정도의 잔인한 불쾌함을 선사하는 라스 본 트리에, 영화들은 뛰어나지만 감독 본인의 인성이나 행적 때문에 비난을 받는 로만 폴란스키나 우디 앨런, 마이클 만 이상으로 건조하고 느리게 불타오르는 영화를 만드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 새로운 호불호 끝판왕 아리 애스터 등 이 외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감독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할 이야기가 많고 내게 영향을 준 감독들에 대해서만 썰을 좀 풀어보았다. 불호가 많지 않고 안정적으로 뛰어난 만듦새를 보여주는 영화감독들은 당연히 매우 훌륭하지만, 호불호 갈리는 개성 강한 감독들이야말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열정을 더 불타오르게 만들어주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CG가 만연하고 대형 프랜차이즈만 영화로 만들어지는 위기의 헐리우드에서 이들이 변함없는 뚝심을 유지하며 앞으로도 취향 많이 타는 위험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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