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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보컬 Oct 26. 2023

키스 해링, 뱅크시 그리고 매시브 어택

Massive Attack - 100th Window

얼마 전 인천의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내부에 있는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러브 인 파라다이스: 뱅크시 앤 키스 해링' 전시를 관람했다. 둘 사이에 큰 공통점이 그렇게까지 있는지 조금 의문스럽긴 했지만 전쟁과 평화, 권력에 대한 저항 등의 공통된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거리의 예술가로서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 등을 보면 한 데 묶는 것이 그렇게까지 큰 무리수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Art is for everybody."라는 메시지를 외치는 키스 해링의 작품들은 심플하고 만화적이고 전체적으로 장난스러운 느낌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들은 보편적이긴 하나 굉장히 진지하고, 다가가기에는 쉽지만 결코 얕지는 않은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고 과시하려는 의도보다는, 끊임없이 주변에 영감을 주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려 했던 작가였지만 안타깝게도 만 31세의 젊은 나이로 에이즈로 인해 사망하고 말았다. 비록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공공기물 훼손으로 체포당할 위기를 감수하면서도 강한 의지로 자신의 작품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영향력은 현재도 건재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이 주는 이미지와 느낌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뱅크시 역시 키스 해링의 영향을 크게 받은 예술가라고 볼 수 있을 듯도 하다. 오랜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베일에 휩싸인 그의 정체, 런던의 거리를 예술로 침범하는 예술 테러리스트, 경매에 오른 작품이 고가에 팔리자 바로 그림의 반을 분쇄해 버리는 패기(그럼에도 가격은 오히려 더 올라갔다), 상업주의를 조롱하고 탈권위를 표방하는 삐딱한 느낌은 어찌 보면 키스 해링이 이 시대에 환생한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전에도 국내에 뱅크시 전시가 있긴 했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그 유명한, 상기했던 경매에 나왔던 작품 '풍선 없는 소녀'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개수가 많은 전시는 아니었으나, 질적으로는 꽤나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어 충분히 좋은 관람이었다.


뱅크시의 정체에 대해 재미있는 가설 중 하나는 그가 매시브 어택의 로버트 델나자(3D)라는 주장이다. 같은 출신지, 3D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의 이력, 둘의 공통된 동선 및 인맥 등으로 인해 한 때 꽤나 신빙성 있는 추리로 여겨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사자들이 모두 부인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애매하게 여지를 남겼기에 여전히 뱅크시와 3D를 동일 인물로 생각하는 이들도 아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꼭 둘이 같은 인물은 아니더라도 사실 뱅크시와 매시브 어택 사이에는 작품 세계에서 어떠한 공통점이 느껴진다는 생각도 든다. 어둡고 지저분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느낌, 유머와 위트가 있으면서도 진중함을 잃지 않은 메시지, 대중과 상업주의를 조소하지만 잘 팔리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추었기에 양쪽 모두 예술계와 음악계에서 네임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시브 어택의 가장 유명한 앨범은 'Tear Drop'이라는 명곡이 수록된 'Mezzanine'이지만 그 후속 앨범인 '100th Window'도 강렬한 이미지의 커버 아트에 걸맞은 좋은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오프닝 트랙 'Future Proof', 특유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곡 'What Your Soul Sings', 디스토피아적 정서가 물씬 풍겨오는 'Special Cases', 매시브 어택 고유의 그루브가 느껴지는 'Butterfly Caught' 등 이들의 팬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준수한 퀄리티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헤비메탈만큼의 강렬한 디스토션은 부재하지만 모든 곡들에 그루브감 있는 베이스라인과 특유의 무게감이 상당하여 내달리지는 않아도 다크한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음악이다.


"Art is for Everyone." -키스 해링

"One of the simplest ways to stay happy is... Letting go of the things that make you sad." -뱅크시

"Don't be afraid. Open your mouth to say, say what your soul sings to you." - 매시브 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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