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house - Lifehouse
고등학교 때 파파이스 치킨을 애용했다. 그렇게 자주 가던 파파이스 치킨은 꽤나 성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점포가 하나둘씩 사라져 갔고 소수의 가게 외에 국내에서 아예 사업을 접어버린 것 같았다. 치킨이나 버거류도 맛있었지만 감자튀김이 정말 특별했는데, 몇 년 동안 그 맛이 그리웠지만 먹지 못하다가 우연히 맘스터치를 접하게 되었는데, 몇 년 전부터 먹고 싶어 했던 그 맛이었기에 놀라웠다. 이전에 파파이스를 운영하던 곳과 같은 계열에서 토종 브랜드로 열게 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꽤 나중이었다. 어쨌든 요즘에는 자주 애용하지는 않지만 이따금 그 맛이 그리울 때면 가끔씩 찾기도 한다.
뉴메탈 밴드를 15년 넘게 하고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 뉴메탈은 아니었다. 사실 미국 드라마 같은 데에 자주 나올법한, 포스트 그런지/얼터너티브 계열에 속하면서도 헤비하기보단 모던 록의 색채를 띈 그런 음악을 좋아했다. 수사 미드에서 범인이 체포될 때나 청춘 미드에서 주인공들의 키스씬 등에서 나올 법한 적당히 락과 팝을 섞은 것 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의외로 국내에는 그런 노래에 대한 수요가 메탈보다도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거의 없었고, 특히나 이런 장르의 음악이 연주가 재미있는 편은 아니기에 더욱 밴드메이트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모던 락의 색을 띤 포스트 그런지 밴드를 하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쪽 음악을 더 이상 할 가능성도, 이유도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해당 장르의 음악을 덜 듣게 되었다. 하지만 이따금 파파이스/맘스터치의 감자튀김이 먹고 싶을 때가 있듯이, 지금도 가끔씩은 10, 20대 때 좋아했던 그 미국 특유의 '라떼의 청춘 락' 음악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음반 중 하나가 바로 밴드 Lifehouse의 동명의 음반이다. 'You and Me' 같은 풋풋한 느낌의 발라드부터 업비트의 'Days Go By', 쓸쓸한 맛이 일품인 트랙 'Walking Away' 등 뭔가 달콤 씁쓸한 Lifehouse만의 정서가 느껴지는 좋은 곡들이 앨범을 채우고 있는데, 비평가들은 이들의 1집 앨범을 더 높게 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이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좋아한다.
희한하게도 이들은 전성기 때 미국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지만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그렇게 인기나 지명도가 높은 팀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느낌은 아예 다르지만 각국에 이들과 비슷한 팀들이 하나씩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인기 밴드 중 'back number'라는 3인조 팀이 있고, 국내에는 '버스커 버스커'가 있었다. 묘하게도 Lifehouse를 비롯해서 모든 밴드가 3인조라는 공통점이 있고, 사실 연주만 따서 들으면 의외로 구성이나 사운드도 꽤 비슷하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나 '잘할걸', back number의 '水平線', '花束' 같은 곡을 보컬을 제외한 연주만 들었을 때는 Lifehouse의 보컬인 Jason Wade의 멜로디와 음색도 어울릴 법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보컬을 붙이는 순간 연주 측면에서 비슷함을 보였던 세 밴드의 음악은 서로 아예 유사성이나 흡사함을 찾을 수 없는 각자의 개성적인 음악으로 굳어져버린다.
그래서 그런지 세 팀 모두 각자의 나라에서는 전성기 시절 굉장한 인기를 누렸으면서도 해외로 가면 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명도나 인기의 낙폭이 꽤 심하다. 아마 각 나라 특유의 정서와 선호도가 보컬과 멜로디에 진하게 녹아있는 탓일 것이라 생각한다. Lifehouse의 보컬인 Jason Wade의 경우 펄잼의 Eddie Vedder를 연상시키는 허스키 하면서도 굉장히 좋게 말하면 소프트하고 나쁘게 말하면 힘없는 듯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데, 미국 락에서는 굉장히 보편적이지만 다른 나라의 보컬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음색이라고 생각한다. back number와 버스커 버스커 역시 딱 들으면 언어와는 별개로 음색만으로도 "아, 일본 사람이구나." "아, 한국인이구나."라는 것이 바로 느껴지는 뚜렷한 개성과 지역색(?)을 띄고 있다.
어릴 때 잠시 미국에 살았었던 경험과 기억, 청소년기에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 탓인지 나는 Lifehouse 특유의 이러한 색깔을 굉장히 좋아했고 지금도 이따금 그것이 당길 때가 있다. 더 이상 이런 음악을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정작 Lifehouse 자체도 지금은 전성기가 꽤 지난 상태인 데다가 요즘 그들이 하는 음악은 나의 취향과는 좀 맞지 않는 느낌이 있지만 때때로 그리움이 있을 때마다 이들의 예전 앨범을 꺼내서 들어보는 것은 여전히 즐겁다. 늘 먹지는 않지만 가끔씩 너무 먹고 싶을 때가 있는 맘스터치 감자튀김 같은 맛의 음악, 내게는 Lifehouse의 음악이 그런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