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꿈꿨던 대형로봇의 로망을 게임으로 이루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by 핵보컬

마징가와 철인28호부터 시작해서 그랑죠, 다간, K캅스, 건담과 에반게리온 등 세대를 막론하고 어린 시절에 다들 한 번씩은 로봇만화를 즐겨보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완구사와 연계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만화를 즐겨보던 어린이들은 장난감 구매 욕구 역시 넘치던 시기가 있었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슬프게도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하거나,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면 안 된다는 교육 철학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갖고 싶은 로봇을 다 갖진 못했을 것이다. 어릴 때 우리 집에는 당시에 킹라이온이라고 부르던 사자에서 로봇으로 변하는 장난감이 몇 개 있었는데(정식 명칭은 '볼트론'이었을 것이다) 팔에 해당하는 로봇 두 개가 없었기에 몸체와 다리만 합체하면서 팔은 있다고 상상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어머니가 하시던 약국 위층에 있던 가방공장 사장님의 아들이었던 동네 형이 킹라이온을 풀세트로 5개 모두 갖고 있었는데 그게 당시에 너무나도 부러웠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는 사촌동생이 당시에 유행하던 K캅스 로봇을 몇 개 갖고 있었는데, 장난감을 갖고 놀 나이가 조금 지났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놀러 갈 때마다 그 장난감을 갖고 재미있게 놀곤 했던 추억도 있다.

2022052910461517159.jpg 근본 장난감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나름의 로망이었던 피규어 컬렉팅도 조금 손대기는 했지만, 로봇 장난감은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의외로(?) 나이가 든 후에도 풀세트를 구매하기에는 꽤나 부담스러운 가격대로 출시되기에 구매 및 소장이 녹록지는 않다. 게다가 어릴 때의 추억은 추억일 뿐, 30, 40대가 되어 혼자서 로봇을 변신시키면서 가상의 악당과 대결시키고 놀 정도는 아니기에 집에 있는 로봇은 가장 좋아했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한 기체 몇 개 정도를 갖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사실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기체들은 엄밀히 따지면 로봇은 아니지만... 더 깊은 이야기는 생략한다). 하지만 우리의 깊은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동심이 숨 쉬고 있다면, 대놓고 갖고 놀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나 어릴 때 즐겨보던 만화에 등장했던 대형로봇에 대한 로망이 은밀히 꿈틀대고 있으리라.

KakaoTalk_20231113_103305601.jpg 웰컴투마이 키덜트룸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이러한 키덜트들의 욕망을 정확히 공략하는 게임이다. 로봇만화계의 어벤져스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작품의 판권 허락을 맡아놓은 덕분에 건담 시리즈, 가오가이거, 마이트가인, K캅스(원래 이름은 '용자경찰 제이데커')부터 에반게리온, 기동전함 나데시코(한국 로컬라이징 명칭은 '나데카'), 마법기사 레이어스, 심지어는 카우보이 비밥까지 어릴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보았던 많은 작품의 로봇, 등장인물 및 기체들이 한 게임에 등장해서 함께 싸우는 진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임의 포맷 자체는 거대한 체스판 같은 모양새의 배틀필드 위에서 SD 형태의 로봇들을 배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기에 다소 지루하고 평이해 보일 수도 있지만, 로봇들이 전투에 돌입하면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컷씬과 오리지널 만화의 성우들까지 목소리를 제공하고, 때로는 원작에 없는 대사나 장면까지 등장하기에 해당 작품의 팬이라면 즐거워하기에는 충분하다. 대단한 깊이가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모든 작품들을 하나로 묶는 큰 얼개의 오리지널 스토리라인도 존재하고 내가 좋아했던 각기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도 볼 수 있기에 마치 어릴 때 로봇 장난감을 갖고 놀며 상상했던 그런 놀이가 떠올라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도 꽤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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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고 오리지널 스토리라인이래봤자 대다수의 작품에선 새로운 로봇과 주인공이 이 세계관에 우연히 떨어지게 되고 "어이쿠, 당분간 먹고 잘 데가 없으니 신세 좀 지겠습니다." 하면서 합류해서 같이 악당과 싸우는 게 전부인 경우가 많기에 금방 식상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30주년을 맞으며 출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어야 했던 '슈퍼로봇대전 30'이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고, 초반에는 미완성인 상태에 가깝게 출시되어 혹평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 즐겨보았던 만화의 주인공들을 한 데에 모으고, 좋아했던 기체를 개조하고 업그레이드시키고 전투시키면서 느끼는 고유의 재미는 이 시리즈만이 갖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땅에 정의가 승리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같은 낯 뜨거운 대사를 날리는 캐릭터들은 다른 게임이라면 오글거리는 요소이겠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뭔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중간에 게임을 중단하고 세이브할 때에 캐릭터들이 나와서 "게임을 너무 오래 하면 눈이 나빠지니 다음에 또 만나요!"라고 외칠 때는 묘한 친근감도 든다. 복잡하고 답답한 일상에 치이면서 지쳐버린 어른이라면 어릴 적 로봇 친구들과 함께 악당들을 박살 내면서 잠시 추억으로 돌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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