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집짓기

08. Building Houses

by 다니

08. 집짓기

안나는 WWOOF 호스트이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안나의 집을 만드는 일을 했다. WWOOF의 규정에 따르는 유기농 농장은 아니지만 친환경 집을 짓는 일이었고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솔박카에 도착했을 때 이미 두 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었는데, 스페인에서 온 라몬과 이탈리아에서 온 리카르도였다. 그리고 며칠 뒤 영국에서 루크가 왔다. 루크는 벌써 몇 년째 솔박카에 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원봉사로 왔지만 솔박카 사람들과 친구가 된 이후 매년 방문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폴란드에서 18세의 여자도 왔다. 그녀는 히치하이킹을 통해 왔기 때문에 정확한 도착 날 자에 맞춰오지 못했다. 막상 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녀는 며칠간 샤워를 못 하고 땀에 절어서 노숙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말수가 무척 적었기 때문에 그녀가 떠나는 날까지 미스터리에 싸여있었다. 그녀에 대한 몇 안 되는 정보는 그녀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그녀가 17살 때 사귄 남자 친구는 39살이었다는 것이다.

안나의 집은 진흙을 이용해 만들었다.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벌써 몇 년 전인데, 재료를 살 돈을 모으느라 진전이 늦다고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집의 윤곽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지붕의 골격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집은 직육면체로 생긴 지푸라기 덩어리를 차곡차곡 쌓아서 모양을 만들었다. 20 제곱미터 정도의 작은 집이었기 때문에 방은 없었다. 지푸라기 덩어리에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보드를 붙여서 편평하게 만든 다음 그 위에 진흙을 발라서 마무리를 했다. 전선이 지나갈 자리는 지푸라기 더미 속으로 미리 파이프를 끼워 놓았다. 친환경 건축가 찰리의 말에 의하면 빨간색 진흙이 최고급이고 그다음이 파란색 진흙이라고 했는데, 운 좋게도 솔박카의 영토에 파란색 진흙이 잔뜩 있었다.

우리들은 안나의 집에서 약 8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진흙을 퍼온 다음 일주일 정도 물에 불려 놓았다. 진흙이 충분히 젖으면 모래, 지푸라기, 진흙을 1:1:1의 비율로 섞은 다음 지푸라기 보드에 붙였다. 지푸라기 보드는 편평한 만큼 살짝 미끄러웠기 때문에 정성 들여서 진흙을 붙이지 않으면 다시 떨어져 버렸다. 심지어는 두 시간의 노동이 수포로 돌아가는 허무한 경험도 있었다. 완성된 벽의 두께는 거의 1미터 가까이 되었다. 영하 35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을 버티기 위해서는 내열 작업을 제대로 해야만 했다.

침대는 따로 없고 진흙을 침대 모양으로 만든 다음 매트리스를 올려놓았다. 집이 완성되지 않았어도 안나는 집에서 살고 있었다. 벽난로는 벽돌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창문은 2중으로 되어있었다. 우리가 작업을 하는 동안 안나는 항상 음악을 틀어놓았는데, 전 세계 각국의 음악이 골고루 섞여있었다. 아프리카 음악을 그렇게 많이 오랫동안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종종 점심 만들러 부엌으로 가는 것을 까먹었고, 그럴 때마다 점심시간은 무척 늦어졌다. 하지만 작업을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일을 할 때는 일부러 점심을 늦게 먹기도 했다. 솔박카의 생활은 때때로 힘든 노동이긴 했지만 시곗바늘에 얽매이지 않았다.

안나는 일을 시킬 때 "이것을 도와줄 수 있겠니?"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것저것을 해."라는 명령어가 아닌 점이 나에게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평생 그런 식으로 겸손하게 일을 시키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렇다고 안나가 마냥 순한 것만은 아니었다. 루크가 일을 안 하고 놀고 있을 땐 일을 도와 달라는 말을 분명하게 전했다. 일을 시킬 때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 일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고, 설명은 항상 간단명료했다. 목적을 알고 나니 안나가 없을 때도 스스로 알아서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만약 회사의 모든 상사가 그녀처럼 일을 시킨다면 회사 내부의 갈등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안나가 일이 있어서 솔박카를 비울 때 우리들은 피아의 집이나 키안의 부엌 만드는 일을 도왔다. 피아는 나무로 집을 만들고 있었는데, 솔박카에서 가장 큰집이었다. 크기도 컸지만 건축 전문가의 고용해서 기초를 세우고 기성품 재료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간 집이기도 했다. 주황색 집에 검은색 지붕이 있었고 커다란 창문이 있어서 솔박카에 있는 다른 집에 비해 무척 고급스러워 보였다. 하루는 피아가 나에게 친환경 페인트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천연색소와 귀리가루와 물을 한 시간 동안 끓이다가 어떤 용액을 붓고 다시 한 시간을 더 끓여야 했다. 끓이는 두 시간 동안 페인트가 솥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어 주는 것이 압권이었다. 그날따라 구름 한 점 없고 날씨가 더워서 더욱 힘들었다.

키안은 집을 짓기 전에 부엌을 먼저 만들었다. 하지만 집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은 부엌에 쌓아놓았기 때문에 마치 창고 같았다. 키안은 자신의 집에 "Garuda's Nest"라는 이름을 붙였다. 집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 나에게는 좀 생소했지만 유럽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가루다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믿고 있는 반은 사람 반은 새의 모습을 한 전설적인 생물이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 국가의 문양에 사용된다. 키안은 매우 직설적이고 남자다운 면이 있었다. 그 점은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조금 불편을 주기도 했다. 솔박카에 온 WWOOF의 자원봉사자들은 사실 안나를 돕기 위해 온 것인데, 키안은 자원봉사자들을 최대한으로 자신의 집을 짓는데 이용하려고 했다. 심지어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은 키안으로 인해 솔박카를 떠나기도 했다.





keyword
이전 07화007. 사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