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사우나

07. Sauna

by 다니

07. 사우나

핀란드 하면 사우나를 빼놓을 수 없다. 사우나는 핀란드어다. 내가 있던 솔박카에도 당연히 사우나 시설이 있었다. 집도 완성하기 전에 사우나실부터 완성해 놓을 만큼 사우나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다. 물론 직접 만든 시설이라 우리가 알고 있는 찜질방의 사우나와는 너무 달랐다. 진흙을 이용해서 만들었고 아궁이에 나무 땔감을 이용해 불을 지폈다. 창문이 없었기 때문에 문을 닫으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초를 가져다 놓았지만, 사우나실이라는 것이 습한 공기가 가득 차 있다 보니 촛불은 종종 꺼졌다. 사우나는 몇 사람이 손으로 만든 것 치고는 꽤나 과학적이었다. 바닥은 널빤지로 되어있었는데 조그만 틈새가 있어서 물이 빠질 수 있게 해 놓았다. 사우나실은 언덕에 지어졌고, 땅에서 1미터 이상 떨어졌기 때문에 물이 빠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틈새를 통해 찬 바람이 들어올 것 같지만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습성 때문에 찬 바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궁이 위에는 커다란 무쇠 솥이 있어서 물을 끓일 수 있게 되어있었고 손잡이가 긴 나무바가지를 이용해 물을 뿌릴 수 있게 해 놓았다.

사우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동이었기 때문에 사우나를 한번 하려면 일을 많이 해야 했다. 일단 사우나를 시작하기 두 시간 전부터 불을 지펴서 사우나 안을 덥히고 물을 끓여놓는다. 솥의 주변에는 돌이 있어서 아궁이의 열기가 돌을 뜨겁게 달구었다. 나중에 솥에서 끓고 있는 물을 바가지로 떠서 돌에 부으면 치이익하고 물이 바로 수증기가 되어서 사우나 안을 가득 채웠다. 사우나 안의 온도가 내려갈 때마다 물을 돌에 뿌려주면 사우 나안은 다시 뜨거워졌다. 나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종종 그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도망갔다.

사우나 주변에는 물이 없었기 때문에 50미터밖에 있는 부엌으로부터 호스를 연결해 물을 끌어와만 했다. 사우나 후에 간단히 샤워를 할 물을 미리 통에 담아놓았다. 통에 물이 다 차면 수도꼭지를 잠가야 했는데, 수도꼭지와 50미터 떨어져 있는 통의 물을 확인하는 작업은 종종 까먹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진흙으로 만든 벽이 녹을까 봐 걱정을 했지만, 호스트에 의하면 진흙이 한번 단단하게 굳고 난 후에는 별 문제없다고 했다. 진흙 벽은 수분을 잘 흡수하지만 물을 끼얹지 않는 이상 녹지 않는다고 했다.

사우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같이 들어갔는데, 모두 발가벗고 들어갔다. 남유럽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끝까지 속옷을 벗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북유럽은 누드에 무척 관대했다. 사우나를 가족끼리 즐기기도 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물론이고 시아버지 시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 다 같이 발가벗고 사우나를 즐기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아시아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는 경악할 문화 충격이었다.

자작나무 잎사귀를 모아서 "휘르따"라는 채찍을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휘르따의 '휘'는 "휘바"의 '휘'와 같은 발음인데 '휘'라기 보단 '흐'와 '히'의 중간 즘으로 발음했다. 사우나를 하면서 채찍으로 몸을 때렸다. 그렇게 하면 혈액순환이 더욱 좋아진다고 한다. 어두운 방 안에서 남녀가 벌거벗고 채찍을 휘두르면서 "좋아. 더 세게!"를 외치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왠지 사디스트와 마조키스트의 모임에 와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솔박카에 있는 사우나는 전통 사우나에 못 미치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호수 앞에 지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겨울에 얼어붙은 호수에 구멍을 낸 후, 사우나를 즐기다가 얼음 구멍 속으로 뛰어드는 전통을 즐길 수 없다고 한다. 대신 사우나실 앞에 담아 놓은 물을 끼얹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성이 안 차는지 애로는 사우나실 앞에 땅을 파서 작은 연못을 만들었다. 이틀 동안 열심히 삽질을 해서 약 깊이 2미터 지름 3 미터 정도의 둥그런 구덩이를 만들고 벽을 따라 둥글게 내려가는 계단까지 만들었다. 찰리의 말로는 돈을 주고 포클레인을 빌려서 만드려고 했다는데 애로는 기다리지 못하고 힘을 썼다. 구덩이가 완성된 후 물을 부었는데, 곧바로 깊이 1.5미터의 흙탕물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몇몇 사람들은 좋다고 뛰어들었다. 흙으로 만든 계단은 무척 미끄러워서 올라가고 내려가기 힘들었다. 배수시설이 안 되어 있어서 물이 썩을까 봐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며칠 지나자 물은 자연스럽게 빠졌다.

솔박카가 숲 속에 있어서 여름에는 벌레들이 많은데, 사우나를 하고 나면 몸의 독기가 다 빠져나가서 벌레 물린 자국이 사라졌다. 게다가 사우나를 한 날은 몸이 후끈후끈 달아올라서 날이 조금 쌀쌀해도 보일러를 켜지 않고도 잠들 수 있었다.


keyword
이전 06화006. 호스트와 친구들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