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WWOOF Hosts and Friends (2/2)
마리나는 내가 처음에 솔박카에 갔을 때 본 적은 있지만 당시 그곳에 살고 있지 않았다. 내가 두 번째 솔박카에 갔을 때는 찰리네 가족이 살던 집에 살고 있었고, 찰리는 50미터 옆에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 마리나는 당시 40대 중반으로 보였지만 금발에 키가 크고 굉장한 미인이었다. 모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딸 한 명과 아들 둘이 있었는데, 방학 때는 어디로 가는지 자주 볼 수 없었다. 하는 일은 키안이나 페트라와 마찬가지로 마사지사였다. 하지만 마사지 말고도 종종 여러 종류의 의식을 이끌면서 세계를 돌아다녔다. 간혹 새로운 의식이나 의식을 통한 심리 치료요법을 개발하곤 했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어린이용 그림책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핀란드어로 쓰여있어서 읽을 수는 없었지만, 마리나가 영어로 번역해서 읽어주었다. 어쩌다가 연극과 관계있는 사람과 연결되어서 곧 그 그림책이 연극으로도 극장에서 공연된다고 한다.
애로와 밀카는 애인 사이였다. 솔박카에 두 번째 갔을 때 만났다. 그들은 솔박카에 살고 싶어 했지만 집을 지을 돈이 없어서 이사를 오지 못하고 있었다. 솔박카에 남는 오두막에서 임시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두막은 솔박카의 친구 중 한 명의 것이었는데, 조립식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것을 애로가 조립을 했다. 조립할 때 설명서를 읽지 않고 만들다가 거의 다 완성했을 때 문을 다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다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오두막의 주인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는 애로와 밀카가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오두막 안에서 사랑을 나눌 수 없다는 조건을 걸어서 애로와 밀카는 그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애로는 손재주가 좋고 운동을 아주 잘했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라 솔박카에서 고장 난 것이 있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곧바로 연장을 들고 가서 고쳤다. 외줄 타기나 저글링도 잘하고 힘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뚝뚝하고 말수가 없어서 많은 대화는 하지 못했다. 밀카는 조용하지만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이었다. 요리도 잘하고 악기도 잘 다루고 노래도 잘하고 풀과 야채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다쳤을 때 숲에 가서 약초를 캐오기도 했다.
잉그리드 또한 솔박카에 살고 싶어 했지만 이사 올 돈이 없어서 간혹 놀러 오기만 했다. 그녀는 점성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점성학 전공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외국에는 잘 없는 학과이기 때문에 많은 유학생들이 점성학을 대학교에서 배우기 위해 핀란드로 온다고 한다. 그녀의 전공을 살려서 나에게도 타로점을 봐주었다. 여자 치고는 목소리가 좀 괄괄하다고 느꼈는데, 알고 보니 트랜스젠더였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성전환 수술을 거쳐 여자의 몸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척 친절했기 때문에 대화가 잘 통했다.
솔박카에 있는 호스트의 친구나 가족들은 여름에 가끔씩 놀러 왔는데, 대부분 하루만 있다가 갔지만 일주일 정도 머무는 경우도 있었다. 솔박카에는 항상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이 와서 그냥 놀다가 가는 경우는 드물고 조금이라도 일손을 도와주었다. 집을 짓는 것이 가장 큰 일이기 때문에 목수의 기술이 있는 사람들을 특히 환영했다. WWOOF를 다니다 보니 목수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디서나 환영을 받았다.
독일에서 온 알렉스가 있었고, 슬로베니아에서 온 알렉스도 있었고 페트라의 아들 알렉스까지 한 번에 세명의 알렉스가 있던 적도 있었다. 독일에서 온 알렉스는 나를 무척 냉소적으로 대했다. 여행 중이라는 말에 내가 여행을 얼마나 오래 했는지 묻자 여행의 기준이 무엇이냐면서 나를 무안하게 했다. 나의 질문마다 정확한 답변 대신 애매모호한 답을 계속 주었기 때문에 대화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슬로베니아에서 온 알렉스는 집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특별한 직장이나 거처는 없고 여기저기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숙식을 제공받는 다고 했다. 슬로베니아의 알렉스와는 통하는 점이 많았다. 비록 같이 있는 날자는 얼마 안 되었지만 깊은 대화를 했다.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거지 같았지만, 자신은 부족한 것이 없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그들과 대화를 통해 다양한 철학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하는 여행의 목적과 무척 흡사했다. 슬로베니아는 너무 가난한 나라라서 볼 것도 별로 없지만 만약 내가 가게 된다면 자신의 가족을 소개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조차 가족과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서 잘 연결이 될지는 모른다고도 했다.
사라는 17살의 핀란드 소녀였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은 솔박카에서 일을 하지 않고 머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비록 17살이었지만 생각하는 것은 무척 어른스러웠다. 그녀의 취미는 문신이었는데, 그래서 온몸에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문신을 새기는 곳에 가지 않고 자기 자신이 직접 다 그렸다고 한다. 인터넷에 파는 자가 문신 기계를 이용했다고 했다. 나에게 문신들을 보여 주었는데, 처음에 그린 것은 마치 어린이가 낙서한 것 같이 우스꽝 스러운 그림이었지만 횟수를 더해 갈수록 그림이 점점 세련되었다. 학교에서 영어를 따로 배운 것은 아닌데, 영어를 무척 잘했다. 미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으면서 영어를 배웠다고 했다. 핀란드어인 수오미는 알파벳 문화권이라고 해도 주변 국가처럼 인도유럽어족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어와 비슷한 우랄어족이다. 형용사가 무척 발달했을 뿐 아니라 강아지나 개를 뜻하는 단어가 30가지 이상이다.
다니엘라는 헬싱키에 살고 있는데, 여름에 잠시 솔박카에 와서 지냈다. 무척 활발한 성격의 아가씨였는데 아쉽게도 솔박카에 오자 마자 숲에서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하루 종일 부엌에만 앉아 있어야 했다. 나뭇가지를 지팡이처럼 사용해서 조금 걸어 다녔지만 솔박카가 숲 속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걸어 다니기가 무척 불편했다. 내가 종종 그녀를 업고 다녔는데, 그래서 그녀는 나를 흰옷의 기사라고 불렀다. 밀카가 숲에서 약초를 캐와서 발목에 붙여 주었지만 결국 예정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었다. 한 번은 교수님께서 과제를 정해주었는데,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에 맞는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골랐다. 당시의 대화는 이러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을 주제로 어떤 사진을 찍을 건데?" 교수님이 물었다.
"남녀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요."
"그런 사진에 찍힐 피사체는 구할 수 있는 거야?"
"교수님은 제 친구들을 모르셔서 그래요."
그녀는 결국 교수님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많은 커플들이 사랑을 나누는 사진을 찍어서 교수님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는 그 사진을 집에 걸어두었다. 막상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전혀 외설적이지 아니면서 사랑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정도라고 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