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슈퍼 마리오

10. Super Mario

by 다니

10. 슈퍼 마리오


라몬은 스페인에서 가톨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의사소통을 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나와있는 사진은 그와 너무 달라 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완전 다른 사람처럼 같았는데, 아마 콧수염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핀란드에서는 핀란드로 이민오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핀란드어 교육을 해 주고 심지어는 그에 필요한 교제를 사는 돈까지 지급했다. 라몬은 핀란드의 대학교로 유학을 오고 싶어 했다. 핀란드의 대학교는 무료인 대신 외국인이 입학하는 조건은 무척 까다로웠기 때문에 리카르도는 입시지원원서를 내긴 했지만 입학하지 못했다.


라몬은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엉덩이야."라는 말을 종종 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나는 물어보았다.

라몬은 종이에 지도를 대충 그리면서 이야기했다.

"자. 여기가 스페인이야."

그리고 지도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동그라미의 구석에 점을 하나 찍었다."

"이 동그라미는 카탈루냐야. 그리고 이 점은 바르셀로나야."

그때까지 나는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관계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라몬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로버트 카파의 <어느 병사의 죽음>이라는 사진이 스페인 내전 당시 찍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이 내 지식의 전부였다. 카탈루냐의 언어는 스페인어와 조금 다르고 글자도 다르다.

"바르셀로나가 구석에 있기 때문에 엉덩이란 뜻이야?"

나의 질문에 라몬은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원했지만 영어실력이 받혀주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판의 미로>라는 영화 알아?"

"멕시코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말이지? 나 정말 인상 깊게 봤어."

"그게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 된 영화야."

"그런 거였구나."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 모두 스페인 내전에 관한 거지. 카탈루냐는 오래전부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싶어 했어. 조금 후에 독립에 관련된 주민 투표를 실시할 거야."

나는 몇 달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카탈루냐 독립에 관한 투표 결과를 알아보았다. 카탈루냐 시민의 80%가 독립에 찬성했지만 스페인 정부에서는 공식적인 투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51%가 독립에 반대한다고 한다. 라몬이 바르셀로나를 엉덩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스페인 정부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카탈루나의 본색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 오웰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건물이라고 했던 것과 같이 싫지만 버릴 수 없는 애증관계의 표현일 것이다.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카모메 식당>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어.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야. 내가 헬싱키에 있을 때 영화 촬영 로케에도 가봤어. 재미있으니 한 번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일본에서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왔다고? 무척 궁금해지는데? 그래 꼭 한번 찾아볼게."


리카르도는 내가 그때까지 만난 이탈리아 사람 중 영어를 가장 잘했다. 알고 보니 미국의 삼촌집에 1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이탈리아 사람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나도 사람들이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싫어."

리카르도가 말했다.

"검은 곱슬머리에 키가 작고, 목소리는 크고, 말할 때 손짓을 과장되게 사용하고, 약속 시간에 항상 늦고, 파스타와 피자와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 말이야. 하지만 나 자신도 거기에 100%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도저히 반박을 할 수없어. 슬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이왕 이렇게 된 것 내가 피자를 한번 만들어 볼게. 나는 이래 봬도 피자가게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어."

"우리 집에 화덕 오븐이 있어."

페트라가 끼어들어 말했다.

찰리와 페트라의 집에는 화덕 오븐이 있었다. 거실에. 아니 왜 거실에 벽난로 대신 오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집을 지은 사람이 빵이나 피자를 엄청 좋아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본다. 이왕 집을 덥힐 바에는 빵도 같이 구우면 일석이조니까.

며칠 후 화덕 오븐에 장작을 넣고 두 시간 전부터 오븐을 달구기 시작했다. 리카르토는 피자가게에서 일했던 실력으로 반죽을 만들었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자 리카르도는 반죽을 손으로 잘 폈다.

"반죽을 위로 던질 수 있어?"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는데, 한번 해 볼게."

리카르도는 어리숙한 솜씨로 피자 반죽을 돌리며 하늘로 던졌지만, 반죽이 손에 떨어지는 순간 구멍이 나버렸다. 구경꾼들은 다들 신나게 웃었다.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리카르도는 멋쩍어 했다.

둥그런 반죽 위에 토핑을 올리고 오븐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오븐이 너무 뜨거웠는지 피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타기 시작했다. 당황한 리카르도는 급하게 오븐에서 피자를 꺼냈다. 그런데 겉은 타고 속은 안 익은 먹을 수 없는 피자가 나와버렸다. 겉의 탄 부분을 떼어 낸 다음 다시 오븐에 집어넣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겉만 타버렸다.

"죄송해요. 피자가 제대로 안 되었네요. 제가 사용하던 오븐에 비해 온도가 너무 높은 것 같아요."

리카르도가 미안해했다.

"아니야. 우리가 오븐을 너무 뜨겁게 달군 것 같아. 미리 연습용으로 하나 만들어 볼걸 그랬어."

페트라도 사과를 했다.

그때 키안이 들어오더니 타버린 피자를 보며 말했다.

"이건 이탈리아식이 아니라 미국식 피자잖아."

물론 이탈리아도 지역마다 피자 만드는 법이 다르지만, 나폴리의 피자는 반죽을 4mm 미만으로 얇게 편 다음 뜨거운 화덕 오븐에서 90초 동안 굽는다. 하지만 리카르도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왔음이 틀림없다. 그렇게 사람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포기하고 검게 타버린 피자를 먹었다.


리카르도는 아버지의 건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일하기로 한 날자를 채우지 못한 채 이탈리아로 돌아가게 되었다. 라몬은 혼자 자기 무섭다고 했다. 나는 나의 오두막을 포기하고 라몬과 함께 유르트에서 자기로 했다. 어느 날 라몬은 찰리의 가족과 함께 내가 추천해준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왔다.

"네가 추천한 일본 영화를 봤어. 그런데 나는 분명 영화를 봤는데, 만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야. 일본 영화는 다 그런 식이야?"

라몬이 나에게 물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이 발달하고 영화시장이 작기 때문에 저예산 영화를 많이 만들어. 그래서 적은 돈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영화를 많이 만드는 것 같아."

"일본에서 핀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다니 특이하네."

"슈퍼 마리오 알지? 이탈리아인 배관공이면서 멕시코 사람처럼 생겼고, 영어를 잘하는데,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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