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The second visit
WWOOF를 통해서 솔박카를 알게 된 후 처음에는 3주간 머물렀다. 원래 이듬해에는 갈 계획이 없었다. 세계를 돌다가 키르기스스탄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을 하려고 비행기를 알아보니 가장 싼 곳은 러시아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비자가 필요해서 비자가 필요 없는 다른 나라를 알아보았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편 중에서 두 번째로 싼 곳은 핀란드였다. 그래서 솔박카에 있는 안나에게 연락을 했다.
"WWOOF를 다시 신청하려고요."
"WWOOF를 통하지 않아도 돼. 그냥 와."
이렇게 해서 이듬해 7월 중순에도 솔박카로 가게 되었다. 두 번째로 간 솔박카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일단 WWOOF를 통한 자원봉사자들이 한 명도 없었다. 그 분위기는 마치 솔박카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처음에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이 오는지에 따라 솔박카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지."
마리나가 말했다.
"그렇게 변하면서 새로운 체험을 하는 것도 솔박카의 일부야."
찰리도 설명했다.
요호(Yoho)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이가 있었는데 항상 중절모자를 쓰고 있었고 미국의 배우 조니 뎁을 빼어 닮았다. 그는 여름마다 자전거를 타고 핀란드를 돌아다닌다고 했다. 키안의 친구 데이비드는 스위스에서 왔다. 데이비드는 나무 두 그루에 외줄 타기 용 노끈을 설치해서 매일 외줄 타기 연습을 했다. 그는 암벽등반을 좋아했고 그래서 루크와 암벽등반 이야기를 종종 나누었다. 또 한 번은 솔박카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숲으로 갔다. 언덕을 조금 올라가니 편평한 바위가 나왔고 거기서 내려보는 경치는 아주 좋았다. 그곳에서 데이비드는 사람들에게 기공운동을 가르쳐 주었다. 동물의 움직임을 표현한 12가지 운동이었다. 키안의 다른 친구 미카엘라는 덴마크에서 왔다. 미카엘라는 내가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솔박카를 떠났다.
사라는 온몸에 문신을 한 17살 여고생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솔박카의 호스트들과 친구라고 한다. 그녀는 그냥 놀러 왔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막상 대화를 나눌 때는 말을 잘했다. 17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척 성숙해서 대화를 나누는 내내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중에 사라의 동생인 초등학생도 왔는데,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에스테반은 오스트리아에서 왔는데 스테판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독일에서 온 마르틴도 있었다. 내가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핀란드 아가씨 밀카와 그녀의 남자 친구 에로가 도착했다. 그들은 솔박카에 살고 싶어 했지만 집을 지을 돈이 없어서 아쉬워했다. 루크는 여자 친구와 같이 방문했는데 일주일만 머물다가 돌아갔다. 루크의 여자 친구는 루크와 같이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성격이 배어 있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마빈 또한 소꿉친구를 데리고 왔지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얼마 후 WWOOF를 통한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안나의 유르트에 혼자 머물고 있었지만 얼마 후 라이언이 같은 유르트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는 미국에서 왔는데 원래 나 보다 먼저 솔박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너무 늦게 잡아서 셍겐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3달을 넘게 되었다. 그는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잠시 셍겐 지역을 벗어나 영국에서 일주일간 머물다가 돌아왔다. 하지만 키안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결국 FACES 페스티벌에서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
독일에서 온 알렉스와 샨탈이 있었다. 알렉스는 작년에도 왔다는데 나는 만난 적이 없다. 그녀는 작년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금년에는 자신의 절친 샨탈과 같이 오게 되었다. 알렉스와 샨탈이 왔을 때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샨탈은 자신이 모기 알레르기가 있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처음에는 키안의 부엌에 그물침대를 설치했지만 비가 거세지자 곧 장소를 옮겼다. 알렉스는 비건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고, 종종 가게에서 팔다 남은 음식을 샨탈에게 가져다주었다. 샨탈은 독일인이지만 프랑스 이름을 사용한다. 당시 특별한 직장이 없었는데 그래서 알렉스가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을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샨탈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다. 글 솜씨가 좋았기 때문에 어떤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책 출판을 의회 했다. 하지만 샨탈은 자신이 없어서 출판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녀는 담배를 무척 좋아해서 틈나는 대로 담배를 피웠다. 옆에 편의점이 있고 돈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줄담배를 피웠을 것이다.
독일에서 온 WWOOFer도 있었는데, 그녀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17살 소녀였다. 그녀도 단 일주일만 머물다가 다른 농장으로 WWOOF를 하기 위해 떠났다. 그녀 또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립심이 무척 강했다. 스스로 알아서 시나몬롤을 만들기도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인생의 계획도 세워놓았다. 17살이면 미성년자인데, 혼자 해외여행 겸 자원봉사를 하도록 내버려 두는 독일의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폴란드에서도 두 명의 아가씨가 WWOOF를 통해 왔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자기네 끼리만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막상 안나의 집을 도와줄 때 잘 보이지 않았다. 떠나기 전 날 폴란드의 전통음식인 피로기를 만들었다. 그들에 의하면 재료가 없어서 전통적으로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달게 디저트로 먹는 것과 식사로 먹는 것 이렇게 두 종류를 만들었다. 피로기는 폴란드시 만두였다. 자원봉사자 수에 비해 양이 무척 적었기 때문에 배를 채우기보다는 맛만 보는 식이었다.
프랑스에서 온 게일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키가 크고 파랗게 염색한 머리에 전형적인 고스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자원봉사 중에 화장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화장을 하면 짙은 스코키식 화장을 했다. 온몸에는 피어싱과 문신이 있었다. 체인이 달린 검은 가죽옷을 입었지만 일 할 때는 편한 옷을 입었다. 하지만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부츠는 항상 신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다 떠나자 알렉스, 샨탈, 게일 그리고 나만 남게 되었고 우리들은 아주 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