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번째 의사
1년 정도 진료를 받던 중 어느 날 나의 주치의는 1년간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이 의사가 바뀔 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무서웠다. 다시 다른 의사를 만나, 왜 병원에 오게 되었고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등등의 말들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의 의사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매우 난처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그렇게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에게 맡겨져 약1년 간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그 1년은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첫 번째 의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약을 꾸준히 유지해 나갔다. 다행히도 두 번째 의사는 첫 번째 의사보다는 부드러운 말투를 가진 사람이었다. 2주에 한 번, 때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조근 조근한 어투로 나의 상태를 점검했다. 하지만 상담은 거의 하지 않았다.(의사도 나를 잠깐 맡은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때문에 진료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첫 번째 의사의 처방을 따라 약을 먹었다. 우리는 첫 번째 의사를 기다리는 식의 진료를 이어갔다. 게다가 약물치료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방법이라서 그런 식으로 치료가 진행된 것 같다. 돌이켜 보니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런 식으로 진료를 받으며 보낸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아무튼 어찌어찌 시간이 1년이나 흘렀다. 어느 날, 두 번째 의사 역시 연수를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첫 번째 의사의 소식을 물었는데 나의 첫 번째 주치의는 계속 미국에서 일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첫 번째 의사가 자기 돌아올 때까지 잘 지내라고 해서 그러게 믿고 있었는데.......
헤어질 때 나에게 지키라고 한 말들도 지키고, 읽으라고 한 책들도 읽고 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니........첫 번째 의사와의 연이 허무하게 끝나고 두 번째 의사와의 만남도 끝난 날, 나는 병원 정원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의사에게 통보를 받았을 땐 담담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고,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해 다시 의사를 찾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나는 치료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1년간 만나왔던 의사들과 이렇게 헤어진다는 사실도 슬펐다. 두 번째 의사와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 괜찮을 줄 알았지만, 나도 모르게 그 의사를 의지하며 지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정신과 치료의 2년이 흘러갔다.
2년의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더이상 주치의가 바뀌지 않는 병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잘 알아보고 병원과 의사를 골라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나의 의사 찾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