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매달리지 말자

시간이 약일까?

by 검질

요즘 지인의 추천으로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수연'>를 읽고 있다. 지독한 우울증을 앓으며 폐쇄 병동에서 혼자 지내면서 쓴 글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글이 희망적이라 읽으면서 힘을 얻고 있다.


오늘은 ‘인연이 아닌 사람에게 매달리지 않으며’라는 챕터를 읽었다. 이 파트는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힘든 일이야’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문장을 곱씹으며 나의 트리거에 대해 생각한다. 사실, 어제도 트리거 때매 내 인생이 망가졌다는 생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계속해서 트리거를 생각하다간 또 다시 무슨 일을 저지르고 말 것 같아서 수면제를 먹고 일찍 잠으로 도망갔다.

아침이 되어 다시 찾은 책에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네가 그 사람의 이름을 내뱉었을 때, 너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스러지는 것처럼 보였어. 그 사람의 이름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무너지는 듯했지. 걔는 왜 날 떠나갔을까. 아냐, 나 때문이었어.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데 내게 하는 말 같지는 않았어. 네 곁에는 조금 더 후회하는 너와 덜 후회하는 너만 존재하고 있었지.’ (p.99)


이 부분을 읽는데 어제의 나의 상태가 떠올랐다. 트리거의 이름만 생각해도, 그 분이 나 같은 것 다 잊어버리고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다가, 절대 안 버린다고 하더니 왜 나를 버렸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결국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라고 결론을 맺어버리고 마는. 책 속 인물의 상태는 그런 나의 마음과 같았다. 트리거를 생각하다보면 나를 비난하게 된다. 끝이 없는 도돌이표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지인을 위로하는 구절로 마무리 된다.


‘연락이 오면 뛸 듯이 기뻐하고 연락이 끊어지면 우울 속으로 끝없이 침잠하던 내 모습을. 사람 때문에 인생이 흔들리다 못해 무너지는 너의 모습은 나와 닮아 있었지. 그렇기에 알고 있었어. 네가 당장 나아기지 어렵다는 것도, 나 역시 긴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 정말 싫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일도 있더라.’(p.101-102)


나도 그랬다. 그 분이 트리거가 되기 전까지, 나를 만나주길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그 만남이 무산되면 끝없는 우울로 들어가곤 했다. 스스로 나를 건져내지 않고 누군가가 나를 건져내어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겐 나를 구원해 줄 힘이 없었기에, 사람에 대한 의지와 집착이 커져만 갔다. 하지만,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관계는 오래가지 않아 끊어졌다. 나에겐 분노와 원망, 후회와 미련만이 가득했다. 하루하루 원망만 쌓여가고,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과거만이 되풀이 되었다.


다행인 것은 오늘, 이수연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내 상태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의 나는 책 속 주인공의 상태지만, 언젠가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 희망을 품어본다. 많이 힘들고 지칠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다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아직, 답 없는 도돌이표에서 빠져나오긴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막연하긴 하지만, “시간이 약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믿어보기로 한다. 결국 다 지나가겠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원망도 미련도 흐릿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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