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왜 그림 그리는 일이 즐겁지 않은가?

by 검질


의사: 지난 한 주 동안은 어떻게 지냈나요?

나: 시간이 넘쳐나서 지루하고 따분했어요


의사: 지난번에 하던 그림 그리는 것과

일에 대해 다시 얘기를 나누어봐요


지금은 일을 쉬고 있으니

그림 그리는 일을 생각해 봐요

여기(나무조각을 테이블에 올리며)

그림 그리는 내가 있어요


일을 쉬면 시간이 많아서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아요?


나: 그림을 그리면서

그동안 공모전에도 많이 탈락하고

전시 기회도 많이 얻지 못해서 지친 것 같아요


예술이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이 존재하면서

취향의 문제라

저와 결이 맞는 기획자와

관람객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그건 어떻게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뿐더러

스스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못 찾았어요


의사: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나: …. (주저리주저리)

그림을 그리고 나서 전시할 기회가 없어서 속상해요


의사: 지금 말씀하신 것에서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상황이 보이는데요

전시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일이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꼭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그림을 그리는 건가요?


나: 아~~ 그렇네요

예전에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거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림을 그려서 전시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네요


의사: 네~~ 오늘 무언가 중요한 얘기를 한 것 같아요

돌아가셔서

오늘 얘기한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여기까지가 오늘 상담한 내용이다

그러게 왜 나는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즐기면서 만족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것일까?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로 즐거웠던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핑계를 대자면 요새 나는

아무 일에도 흥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것 때문일까?


그림을 맘껏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서

일을 쉬면 하루종일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넘쳐나는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그림 그리는 일이 아니라면 어떡하지?


눈앞이 캄캄해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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