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눅 든다는 건
의사: 한 주간은 어떻게 지냈어요?
나: 그럭저럭 잘 지낸 것 같아요
의사: 오늘 특별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나: 요새 제가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을 받고 있는데요. 제 실수에 선생님이 너무 야단치셔서,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주눅이 잘 드는 편인데 이번에도 움츠러들었던 것 같아요. 같이 배우는 사람들 얼굴보기도 민망하고, 부끄러웠어요. 근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저만 혼나는 건 아니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야단맞고 있고 실수하는데, 다들 괜찮아 보여요. 선생님도 혹시 화상이나 사고가 날까 봐 강하게 얘기하시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왜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을까? 왜 자신감이 항상 부족한가? 생각해 봤어요. 그게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릴 적 엄마에게 항상 야단맞았던 것이 지금의 저에게 아직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의사: 어린 시절 엄마한테 어떻게 야단을 맞았어요?
나: 동네 골목길에 나가서 또래 아이들하고 놀다가 놀림을 자주 당해서 울고 오는 일이 많았어요. 그
러면 엄마가 ‘너는 왜 당하기만 하고 맨날 울고 오니! 못나가지고선’ 하고 야단쳤어요
의사: 사람 얼굴 어떻게 때리는지 알아요?
나: 아니요
의사: 배운 적이 없으니 모르는 거예요. 놀림당했을 때 한 번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죠?
그래서 대처를 못하고 맨날 당하기만 했을 거예요. 엄마가 그때 역할 놀이를 하며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네요.
의사: 그리고 바리스타 선생님이 세게 야단치시는 건 이해가 되네요. 어린아이가 불 가까이 가는데 ‘애~야 불이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단다’라고 천천히 얘기하나요? “조심해! 뜨거워!”라고 빨리 큰 목소리로 알려주지요. 그 선생님의 입장은 그런 것이었을 거예요
나: 맞아요.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는 상처를 받았네요
의사: 그리고, 자신의 현재 모습이 어린 시절과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건 큰 발전인 것 같아요.
참,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다른 사람들 보기 민망하다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도 그러세요?
나: 아니요, 타인은 나에 대해 생각보다 관심이 없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의사: 네, 그것도 맞고요. 환자분이 실수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그분들이 배우는 것이 많았을 거예요. 배우는 과정에서는 서로의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이 있잖아요.
의사와 상담을 하고 나의 어린 시절과 현재에 대해 생각을 계속했다. 과거와 연결된 나의 현재, 그리고 깨달음. 그 속에서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엄마가 미우면서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아직 나의 자신감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리고 언제 또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일을 하면서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도망치고 싶을 때가 다가오면 생각하자.
‘처음에는 다 그래~ 아직 배우는 과정이잖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