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예고치 않은 병이 찾아왔다. 병명은 우울증, 평소 예민하지 않은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탓에 우울증이라는 병은 낯설고 생소했다. 예민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험한 말을 들어도 참고, 억울해도 참고, 웬만한 일은 그냥 넘어가자, 하고 꾹꾹 눌러담은 감정들이 차고 차서 넘친 것이 우울을 가져왔을까? 유전인가? 타고난 천성인가? 예전에 그 사건들 때문인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갔다.
우울증이 발병하기 전에도 우울한 감정들이 지속되는 나날들이 길었는데, 이를 가벼이 보고 무시한 것이 병을 키웠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발로 정신건강과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가 나도 나를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어느 날.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에게 우울증 진단과 함께 적어도 5년간의 치료를 필요하다는 가볍지 않은 통보를 받았다. 1-2년도 아니고 5년? 이라니, 알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린 기분이었다. 다른 병들처럼 수치가 보이는 병도 아닌데, 의사는 어떤 기준으로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인가? 의심이 들었다. 다른 병원을 찾아가 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이 벌써 6년 전, 2017년의 이야기다. 2023년, 약 6년차 나는 아직도 우울증과 동거 중이다.
예전에도 나의 우울과 관련한 글을 쓰려고 발버둥 친 적이 있다. 우울감이 좀 줄어드는 시기에는 하루의 기분을 기록하였고, 이를 엮어 보기도 했다. 작년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글을 출판사에 투고하기도 했다. 당연히 그 글은 거절당했다. 우울증에 관한 글을 썼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살던 어느 날, 고양이를 두 마리나 길러 고양이 친구라는 별칭을 가진 친구가 자살시도를 했다. 병원에 입원까지 했었다, 다행히 지금은 퇴원해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고양이 친구의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소중한 친구 한 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슬픔을 가져왔다.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미처 살피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도 잠시, 그녀는 인스타 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나만 여전히 2017년 그 때,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건 아닌지,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녀는 극복하기 위해 노력중인데, 나만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우울증이라는 병이 모든 일에 의욕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약을 먹고 어느 정도 조절이 되는 날도 많아졌기에 작년에 버려두었던 글을 다시 꺼내 보았다. 그리고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 보기로, 나도 이 병과 싸워 이기는 날을 만날 수 있도록 한 번 해보자! 하며 펜을 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