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길
일반적으로 병원이라는 곳이 유쾌해서 가는 곳은 아니라, 다른 진료과에 갈 때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정신과에 가는 길은 정말 쓸쓸하고 서글픈 기분이 든다. 무엇 때문인지 알면서도 ‘내가 왜 정신과에 가지?’하고 또 스스로에게 묻는다. 뭔가 틀림없이 잘못된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날은 우울한 나를 드라마 주인공처럼 만들면서 병원에 가는 날도 있다. ‘그래, 난 우울증 환자야, 아 세상은 이렇게 눈부시고 아름다운데, 나는 슬프다’라며 나를 비련한 여주인공화 시킨다. ‘다른 사람들은 모를거야 ~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는 나를’ 그러면서 말이다. 이런 상황도 지금 생각해 보니 웃기다. 나를 슬퍼서 가련한 주인공을 만들다니! 그렇게라도 스스로 위안 삼는 놀이를 했었나보다.
그런 놀이를 하지 않더라도 상담을 가는 날은 우울해 진다. 진짜 언제까지 병원을 다녀야하지? 이렇게 쏟아부어야하는 돈과 시간도 아깝다. 그저 빨리 다녀오고 싶다. 병원에서 알림문자가 오면, 날짜는 왜 이렇게 빨리가서 벌써 2주가 된것이지. 하는 생각들을 한다.
그렇게 병원에 가는 길, 애매하고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길들을 오고 간지 벌써 6년째이다. 이제는 많이 담담해진 것 같다. 오늘은 무슨 말을 해야 진료에 도움이 될지 생각을 정리해서 가는 날도 있고, 빨리 내 순서가 와서 진료를 재빠르게 받고 집에 가길 바래본다. 그것도 아니면 진료 후에 무언가 맛있는 것을 먹고 기분을 전환하자는 생각을 한다. 대기시간, 알수 없는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시간이다. 그나마, 제일 좋은 대기시간과 진료받은 날은 그동안 있었던 나의 상태를 조목조목 잘 설명하고 온 날이다. 머릿속에 있는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한 날은 기분이 상쾌해진다.
오늘도 그렇게 병원가는 길, ‘나를 비참한 주인공으로 만들지 말고 진료를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하자’ 라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