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다
정신병원을 찾다가 2차 병원인 의료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어떤 정신과 병원이 좋다는 정보를 찾기도 힘들었고, 일반적으로 정신과 진료비가 비싸다는 얘기도 들어서 진료비가 저렴하면서도 좋은 의료진이 있을 것 같은 의료원을 찾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난 첫 번째 의사는 사실 좀 무서웠다.
- 의사: “이곳을 찾게 된 이유가 뭔가요?”
- 나: “네?, 아....... 제가 죽으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찾게 되었어요.”
의미심장한 첫 질문으로 시작해서 대화인지 진료인지 모를 말들이 오갔다. 의사는 일단 자신과 약속을 하자고 했다, 죽지 않기로.......
그녀는 이 병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그야말로 지랄(?)병이라고 표현했다. 상태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짧게는 1년에서 2년, 길게는 5년까지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자 의사였지만, 의사는 강단이 있어보였다. 그 이후에 만났을 적에는 내가 나를 잘 몰라서 그런다고 야단치기도 했다. 의사는 많은 질문을 쏟아냈는데, 내가 ‘모르겠어요’. ‘그냥요’ 등의 대답을 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냥’이라고 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대답하라고 했다. 어떤 날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우울증과 관련한 책을 읽어오라고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는 강한 의사의 어투 때문에 병원을 옮겨야 하는지를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진료를 받을수록 의사가 나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사의 말에 수긍하면서 그 말들을 따라하려고 노력하였다. 시간 맞춰 약을 먹었고, 주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책을 읽었고, 우울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운동을 시작했고, 취미활동을 찾아나서기도 했다. 진료를 받으면서 예전에 좋아했던 일과 가고 싶은 여행지를 얘기한 날은 의사의 조언에 따라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 들려 여행지에 대한 가이드북을 구매하여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게 약 1년 동안 주로 ‘프로작’이라는 약물을 처방받았고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우는 날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억지로 잠이 들고, 낮에도 멍한 것 같은 느낌은 받았지만 잠을 자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나에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