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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이륙 Sep 14. 2023

<쓰라는 대본은 안 쓰고>

(3) 욕 한번 들어보지 못한 여자가 오히려 지루하지 않은가?

“여보세요? 언니! “

-이륙아, 내가 너 얘기를 들었는데...


3개월 만에 걸려온 친한 선배 A(이하 A)의

전화였다.반갑게 받은 처음과 달리 그녀가 들려주는황당한 뉴스에, 얼빠진 사람처럼 “제가요?”라는

대답만 해댔더랬지.


- 너 혹시 나 몰래 결혼했니?


“네?? 제가요? 결혼을? 갑자기?”


- 5년인가 사귄 오래된 남친이랑?


“네?? 제가요? 오래 사귄 남친이 있대요? 누가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A가  참석한 작가 모임이

있었는데 모임 인원 중 한 명인 B와 내가 아는

사이였고, 나머지는 모르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A가 도착하기 전,

B와 나랑은 모르는 사이인C가 대화를 나누던 중

 ‘원이륙’이라는 이름이 나오면서 이 밑도 끝도 없는 루머의 루머가 불거졌다는데... 그 내용인즉슨.


C : 근래에 원이륙 작가가 결혼했더라구요.

거기 다녀왔는데...


B : 어? 저도 원이륙 작가 알아요!

     근데 결혼을 했다구요?


A : 나 왔어!


B : A! 원이륙 작가 결혼한 거 알았어?


A : 뭐? 아닐 텐데...?


A의 말에 오히려 더 불이 붙은 B와 C는

원이륙 작가의 결혼설을 뒷받침(?) 할 증거를

갖다 대기 시작했다는데...


C : 5년인가 사귄 남친이랑 결혼했대요.


A : 이륙이가 오래 사귄 남친이 있다고?

      얘길 들어본 적이 없는데?


B : 오래된 커플들은 티 잘 안 내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랬을 수도 있지.


A : 내가 3개월 전에 걔 데려다주러 집 앞에

     갔었는데, 부모님이랑 산다던데?


B : 처가살이 하나보지!  


C : 인스타에 남친이랑 찍은 사진 막 올렸던데요?

      웨딩 사진?


A : 내가 걔 인스타에 남자 사진 올라온 꼴을

       본 적이 없는데? 아닐걸?


C : 말씀하시는 원이륙 작가가 키 작고 마르고,

      맞죠?


B : 맞아요! 우리 프사 봐봐요. 원이륙..원이륙.

      여기 있다!


C : 저도 찾았어요. 에?


A : 에이 뭐야 동명이인이잖아. 둘 다 뭘 그렇게

      확신을 한 거야? 이륙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둘 하는 짓이 재밌어서 일부러 참았다.

     참았어.


A가 전해주는 흥미진진한 내 일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네요.

제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언니도 안 부르고

비밀 결혼을 하겠어요. 그래도 덕분에 잠시

유부녀 경험해 봤네. 울 엄마 급 데릴사위 보셨어.” 하고 깔깔 웃어넘기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전화를 끊은 내 표정은 어느 때보다

굳어있었을 거다.

사실, 요즘은 누군가 내 얘기를 들었다는 언급을

하는 순간 절로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몇 해 전에 있었던 트러블로 좁디좁은

작가 커뮤니티에서 선, 후배 할 거 없이 내 트러블과 관련된 루머가 퍼졌던 일 때문이었다.


또 시간이 제법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러블과 관련된 내 험담이  건너 건너 들어오기도 한다.

누가 그 얘기를 했는지도 안다.

이래서 비밀은 없다고 하나보다.


처음 6개월 정도는 이 부분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

받고 억울하고 대자보를 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 억울하다고 그게 아니라고

일일이 모두를 찾아다녀서 해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딱히 나의 해명을 바라는 게

아닌 것도 안다.


대중은 그렇다. 남일은 그저 ’ 재미‘로 치부한다.


그래서 한창 이런 일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

들어온 구절이 있었는데..

남들의 평가가 신경 쓰이고 되도록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떤 시대든 매혹적인 인물에게는
추문이 따르는 법.
욕 한번 들어보지 못한 여자가 오히려
지루하지 않은가?
악평이란 시대나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매력이나 재산으로 바뀔 수 있는
자신의 소중한 일부니까.

-책이나 읽을 걸 / 유즈키 아사코


물론 계속 욕 들어먹고 싶단 소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남들한테 욕먹는 거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건 깨달았다.


면전에 대고 얘기할 용기조차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딱히 관심 갖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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