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제공 : YSP 님
2006년도, 4년간 다닌 첫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당시의 일입니다.
호주 시드니에 6개월간 머물면서 알게 된 어학원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친오빠 결혼식으로 한국에 잠시 오게 되었고 그 사이 이 친구는 멜번 근처 질롱이라는 작은 도시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제가 다시 호주로 돌아갈 때쯤 이 친구는 질롱이라는 이 곳이 무료로 영어를 배우기에도 좋다며 정식으로 거처할 셰어하우스를 구하기 전까지는 본인이 살고 있는 집에 아주 저렴하게 살아도 좋다는 집주인 허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전 시드니 외에 호주의 다른 곳에서도 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이 친구를 따라 질롱이라는 낯선 곳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 수 있는 방은 창고와도 같은 허름한 곳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지역에 셰어하우스가 거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집주인은 다달이 어느 정도 이상의 돈을 요구했습니다. 소개해준 친구는 미안한 마음에 본인의 방을 같이 셰어 하는 것도 제안해 주었지만 전 그저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초가을 전기장판을 틀어도 느껴졌던 한 밤의 한기보다 집주인의 불친절한 마음이 더 차갑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백방으로 알아봐도 학교 근처에 제가 머물만한 곳은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릴없이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에 우연히 어떤 여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늘 같은 시간 개를 산책시키기 위해 오가는 분이었는데 낯선 이 초로의 여성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첫날은 인사를 하고 두 번째는 안부를 묻고 다음날은 불쑥 혹시 집에 남는 방이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전 당연히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제 얼굴을 한번 자세히 보더니 남는 방이 있으니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당장 짐을 싸서 그분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놀란 것은 셰어하우스 용도의 집이 아닌 일반 가정집이었고 무려 이 도시에 가장 넓고 예쁜 정원을 가진 저택이었습니다.
제가 머물 방은 외국 동화에나 나올 법한 크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숙박비용은 제가 원하는 대로 내면 된다고도 했습니다. 기쁨과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매주 주말 결혼한 자녀들이 이 곳에 모여 파티를 열었고 저는 따뜻한 환대 속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보는 맛있는 음식과 서툴지만 유쾌한 대화로 채워졌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집주인 분들이 호주 토박이가 아닌 먼 옛날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분들이라 이방인의 힘듦을 잘 알고 계셔서 흔쾌히 낯선 나라의 동양인을 집에 먹여주고 재워 주신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으로 떠나오는 날 제 짐이 풀어지지 않게 단단히 동여 메어주던 주인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시는 이 분을 보기 힘들다는 생각에 닭똥 같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것도 생생합니다. 그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들, 지금 이 지면을 빌어 전합니다. “제가 그곳에 있었던 시간만큼은 이방인이 아닌 가족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식처럼, 손녀처럼 대해 주셔서 호주에 머물렀던 기억이 온통 아름다운 기억으로 물들 수 있었습니다. 늘 그때처럼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YSP-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넘어가기 전,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세 명이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어요.
남자 한 명, 여자 두 명...
저를 힐끗 쳐다보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보아하니, 심성이 고운 사람들이란 직감이 왔습니다.
그렇게 말이 통하게 되었고 여행도 같이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 중 진희는 혼자 쓰면 더 편한 방을 나에게 내주었고
모래가 덜 빠지고 냄새도 심한 저의 발과 잠꼬대도 말없이 견뎌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인연은 또 다른 엄청난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후배 경모님을 만나 동행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에 서로 오해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없는 동안 경모님은 밖에서 기다리다가
우리 숙소 건너편 숙소의 운동장을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예전에 아주 친했다가 연락이 끊긴 학교 동창이 족구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캄보디아에서요...
YSP님의 신기한 사연을 옮기다 보니 그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네요.
호주는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얘길 들었는데 저런 분들도 계시다니 저까지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만약 전생이 있다면 어떤 인연이었을까요.
고마운 인연은 또 다른 고마운 인연의 엄마입니다.”
-김작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