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님 사연] 아랫집의 손편지

사연 제공 : 경민 님

by 김작카

아이 둘을 어린이집 대신 집에서 키운 지 90여 일째- 코로나 걱정은 한숨 덜었지만 가정 육아의 시름은 한숨만 절로~.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과 전쟁과 휴전을 반복하느라 눈은 일찌감치 다크서클 가입 완료, 기타 몸과 마음은 여름날 강아지 혓바닥처럼 축 늘어지더군요.

아이의 발 망치에 엄마의 마음은 바스러진다.

게다가 또 다른 걱정거리 하나 추가요~@@. 6살·3살 두 아이의 발 망치 소리... 아마도 아랫집에게는 공사장 발파 굉음이나 마찬가지 아니었을지. 그분들이 받는 고통을 떠올리니 차라리 내가 피해자가 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죄송스러웠어요. 저한테나 토끼 같은 자식이지 남이 보면 그냥 개구쟁이 아이니까.


미안한 마음을 참지 못한 저는 사과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와 함께 사과 한 박스를 문 앞에 살짝 놓고 올라왔어요. 진심을 담은 사과엔 사과 선물이 가장 어울릴 거 같았고, 사과가 제철이기도 했고요. 그 마음이 잘 전해졌던 걸까요? 다음날 초인종이 울려 확인해보니 아래층 분이셨어요. 팔에 한 가득 한라봉 한 박스를 들고 올라오셨더라고요. 그 위엔 곱게 접은 손편지가 있었고요. 서로 짧게 인사를 마친 후 방으로 가서 편지를 읽었습니다. 첫 줄을 읽는 순간부터 제 눈은 토끼눈이 되었고 뺨에선 눈물이 주체 없이 내렸어요.


"저희는 주로 낮에 출근해서 집에 없을 때가 많고 아이들 소리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리고 아이들 마음껏 뛰게 해 주세요. 그런 걸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주는 거 아니에요^^”

작은 손편지 하나에서 이렇게 큰 감동을 받을 수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늘 바쁘게 치여 살았거든요. 새로운 곳으로 이사와 아는 사람 없이 첫째와 둘째 보고 남편도 잦은 회식으로 독박 육아의 연속이었죠.

저는 육퇴(육아 퇴근_아이가 잠들면 그제야 육아에서 놓여남을 퇴근에 비유)하자마자 새벽까지 재택 프리랜서로 일하고 새벽 4~5시쯤에야 잠들 수 있었습니다. 일도 육아도 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빵점짜리 엄마라고 늘 자괴하고 있었죠.


그런데 손편지 속 따뜻한 마음은 지쳐있던 저에게 너무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어요. 하늘에서 저 힘내라고 밑에 층에 천사를 내려 보내주셨나 보다 하고 용기 내어 삽니다. 고맙습니다. 000호 천사님~.


아, 끝으로 한 마디만 더... 인터넷에 올라오는 층간소음 경험담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하잖아요. ‘윗집에 올라가 항의를 했는데 전혀 미안해하지 않더라... 적반하장이더라... 살인충동을 느꼈다’등등... 근데 꼭 모든 윗집이 다 그렇진 않을 겁니다. 저처럼 죄스러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고 아이들을 만류해도 보지만 해결이 안 되어 어쩌지 못하는 윗집도 있다는 거 조금만이라도 알아주셨으면 해요.


-경민-


“고마움은 당하면 당할수록(?) 베풀 수 있는 능력도 커지나 봅니다 ^^*”

-김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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