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제공 : 정재우 님
단테의 ‘신곡’ 첫 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삶이라는 여행의 중간을 지날 때
어두운 숲에서 바른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당신을 만나던 저의 상황이 바로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0년 차의 교사에 대해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전성기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평판이 좋고 안정적이고 월급도 적당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느 날 저는 삶을 바꾸기 위해 심심풀이가 아니라 진심으로 로또를 샀습니다.
저는 직업을 목표로 하는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돈을 좇지 말라고 했고 멋있게 보이는 직업을 쫓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나머지는 따라온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10년 차가 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그 이야기를 해보니 교직이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행정업무는 점점 더 증가했습니다. 학생의 입장과 학교의 입장을 조율하다 양쪽에서 비난을 받는 일은 빈번했습니다. 학생을 바르게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학생은 제 가르침과는 전혀 무관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교직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내가 혐오했던, 꿈도 희망도 없는 철밥통이 되었고 매일 괴로웠습니다.
그러한 때에 당신을 만난 것입니다. ‘신곡’에서 단테는 자신보다 1300년 전에 살았던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납니다. 하지만 단테는 자신의 글에서 만났을 뿐 실제로 만난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잘 이끌어줍니다. 당신도 베르길리우스처럼 저를 이끌어주었습니다. 바로 음악의 세계로 말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접촉이라는 방식으로 우리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당신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당신에게 배웠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당신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음악과 멀어진 삶을 살았지만 목표를 상실한 때에 비로소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우연히 당신의 ‘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이라는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화질이 저화질이고 제목 또한 파격적이어서 처음에는 보지도 않고 그냥 재생목록에 넣었습니다. 그러다가 한참 뒤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우연히 생각이 나서 보게 된 것입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영상을 보기 전까지 피아노는 악보의 음표를 보고 연주하는 줄 알았습니다. 기타만 코드로 연주하는 줄 알았고 피아노를 코드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중가요를 피아노로 친다는 것이 기타보다 더 쉬운 것인 줄도 몰랐습니다. 당신의 강의를 통해서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 만에 피아노를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바로 종로에 있는 낙원상가라는 악기상가에 가서 피아노처럼 건반은 있지만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가격이 겨우 10만 원 정도라서 부담이 없는 마스터키보드라는 악기를 샀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영상을 보며 연습했습니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이 책을 먼저 출판했고 그에 대한 설명을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일반인이 아니라 ‘피터팬 콤플렉스’라는 밴드의 리더 ‘전지한’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영상에 나온 예제 곡의 코드표를 자세히 보기 위해 책을 찾아봤더니 이미 절판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도서관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보니 제가 거주하는 구립도서관에 마침 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빌렸습니다.
저는 한 번 더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책을 찾다가 제 인생이 바뀌는 또 한 번의 계기가 생겼기 때문이지요. 저는 그때까지 구립도서관을 이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원하는 책은 구매하거나 학교도서관을 통해서 책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당신 덕분에 구립도서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립도서관은 시설이 낙후됐고 오래된 책만 쌓여있을 것 같다는 제 예상과 달리 신간은 물론이고 각종 미디어 자료들까지 갖춘 너무나 훌륭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상호대차 서비스라는 것이 있어서 멀리 있는 구립도서관이나 다른 작은 도서관들에 가지 않고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여러 도서관들의 책을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로 음악이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교보문고에 가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피아노 교육에 대한 책들을 빠짐없이 전부 읽었습니다. 그 외에 음악이론에 관한 수많은 책들과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2년간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음악은 암기라는 방식으로 가르쳐왔는데 원리를 통해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당신이 했던 것처럼 저도 책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피아노 연주법과 음악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입니다. 누구나 전문 사진사가 없어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자신이 떠올린 멜로디로 곡을 만들 수 있게 알려줄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들이 저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목표를 상실하고 죽어있는 삶을 살고 있던 저에게 당신은 가슴이 뛰는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이 음악을 할 수 있는 날을 그려봅니다.
-정재우-
고마운 사연을 지인들에게서 모집할 때...
서평을 사연으로 드려도 되느냐는 재우님의 질문에
솔직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을 보는 순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멋진 모험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이젠 당신의 새로운 모험을 떠나봐요.
사랑해요.. "
-애니메이션 <업> 중에서-
-김작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