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미님 사연] 가해자(?)의 눈물 닦아준 피해자(?)

사연 제공 : 박용미 님

by 김작카

인생은 ‘엄전엄후’! 무슨 소리냐고요? ‘엄마가 되기 전과 엄마가 되고 난 후’...(엄마로 꼭 살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엄마로 사는 사람들의 인생은 그렇게 나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삶은 물론 세상 보는 관점 또한 180도 달라졌습니다. 모든 욕구를 울음 하나로 대변하는 생명체를 돌보는 일은 상상 초월 인내와 고생을 담보로 합니다. 전 주변에 폐 끼치는 일을 매우 꺼리는 성격 탓에, 사람 많이 모이는 식당이나 조용한 공공시설에 가는 일은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런 곳에 안 갔으니 ‘82년생 김지영’이 들었던 ‘맘충’ 소리를 직접 들은 적은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하지만 문제는 아파트였습니다. 한적한 단독주택에 살지 않는 이상 본의 아니게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 좀 울겠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기는 원래 낮밤을 안 가리고 웁니다만 우리 아기는 탈장수술한 후 자다 깨며 심하게 우는 일이 더 잦았습니다. 달래도 달래지지 않는 울음소리에 제 심장은 가스레인지 위에 오래 올려놓은 떡볶이처럼 졸아들었습니다. 어느 새벽 어김없이 아기가 깨어 울던 날, 윗집인지 아랫집인지 어딘가에서 벽을 세게 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볼륨 무엇?


죄스러움은 물론이고, 마치 내가 얻어맞는 듯한 아픔도 느꼈습니다. 아기 키우는 동안에는 어디에서든 주변에 민폐가 될까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하는 육아의 현실이 서글프게도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상처 받은 마음을 다독여주고 치유하는 계기는 마찬가지의 이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옆집에는 노부부가 살고 계십니다. 그분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 혹시나 우리 집 아기 울음 때문에 불편하시진 않은지 여쭈며,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할 때마다 옆집 할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유~ 애기들이 그렇지~ 우리도 다 애들 키워봐서 알아. 괜찮으니까 미안하게 생각 말고 그런 걱정 하지 말아요." 그 너그러운 이해와 포용의 말씀들은 야박한 세상과 힘겨운 일상을 원망하며 날이 서가던 제 마음의 벽을 말랑해지도록 만져 주었습니다. 한없이 움츠려가던 어깨를 토닥여 주었습니다.


악을 쓰고 울었던 그 아기는 이제 이웃 어른들을 마주칠 때마다 "안녕하세요!" 하고 씩씩하게 큰 소리로 인사하는 꼬마로 자라고 있습니다. 만약 누가 옆구리만 콕 찔러도 눈물이 폭 쏟아질 것만 같은 시간 동안 항의만 들으며 아이를 키워야 했다면, 엄마인 제 마음이 얼마나 피폐해졌을지, 힘들게 하는 아이를 얼마나 더 원망하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슬픕니다. 그리고 '난 이 사회에서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까'하고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다짐합니다. 아랫사람들에게 "옛날엔 더 힘들었어"라며 면박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꼭 그 고충을 이해하고, 격려해주며 안아주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호 여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라요.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 더 잘 키우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박용미-


“제 경우도 층간소음이 아닌 아이 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아랫집의 항의를 여러 번 겪어봐서 남 일 같지 않네요.

저도 용미님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스스로 괴로워하는 성격이라...

용미님의 ‘이웃백’이 부럽네요.


다행히 저희도 그 분들과 닮은 이웃이 새로 생겼습니다.

아랫집에 이사 와있는 이웃은 와이프와 친한 동네 동생 분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조심하기도 하지만요.

내 할 도리는 하면서 견디다 보면

고마운 이웃이 선물처럼 찾아올 때도 있겠죠? :)”

-김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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