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압박, 살인

4화 화요일

by 건포도

일단 당장의 위기는 모면했다. 방 씨는 한동안 306호에 머무르며 날 감시하겠다고 선포했고, 3일 내로 대대장이 숨겨놓은 대마 물량과 그 공급책을 찾아내야만 내 신변이 안전할 것임을 경고했다.


"군의관 출근 잘했나? 뭐, 별일 없었고?"


부대 건물의 현관을 들어서자 어느새 대대장실을 차지하고 대대장 대리역에 익숙해 보이는 정작과장이 잠시 출근하는 나를 반겨준다. 어깨너머 흘깃 보니, 병사들이 대대장실 안의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어제의 몸싸움 때문에 얼굴에 멍든 게 티 날까 순간 걱정했지만 그냥 인사치레였는지 날 쳐다보지도 않기에 무사히 의무실과 그 안의 군의관실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후..."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대 뉘었다. 어떻게 어제를 마무리하고 오늘 또 출근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살아남았다는 안도, 무언가 해냈다는 고양감과 흥분,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오는 초조함과 다 걸릴 것 같은 불안감. 잠도 선잠에 들며 악몽만을 꾸다가 결국 새벽에 일찍 나와 출근했다.

그리고 감시하겠다는 말이 허세만은 아니란 것도 그 덕에 알게 됐다.


[출근을 일찍 하나 봐?]


나의 또 다른 핸드폰에는 저장되지 않은 개인 전화번호. 누군지는 뻔하다. 방 씨.

분명 군의관은 보안 어플 대상자가 아닌 데도 이를 무시해 주는 군인들 덕에 작년에 장만했던 투폰인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이 폰 안에는 어제의 대화내용이 전부 잘 저장되어 있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어제 이 폰의 연락처를 받아가더니 이렇게 귀엽게 아침 문자도 보낸다.

굳이 저장하지도 답장하지도 않는다.


당연히 난, 약속을 지킬 생각이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보통 범죄도 아니라 마약이다. 그것도 군대 내에서. 법에는 무지하지만, 잘못되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지... 무지한 채로 남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절대 방 씨와의 '일' 협력 관계는 유지해선 안된다.

무조건 이걸 신고하고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방 씨에게는 들키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문제겠다.

잠시 메모지를 뜯어해야 되는 일들을 정리해 보려다가, 괜히 뭔갈 남기고 싶지 않아 그냥 버리고 말로 상황을 정리하기로 결정한다.


"일단 신고를 해야 하는데, 양구 경찰서엔 신고를 할 수가 없고"


그럼 가장 인근에 있는 곳은 춘천이다. 하지만 내 집 바로 위층에서 날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 한 차로 1시간이 넘게 운전을 해서 춘천 경찰서까지 무사히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눈을 피해 새벽이나 유동 인구가 많은 퇴근시간을 노려볼 수는 있겠지만, 방 씨에게 협력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현재 상황에서 도박은 위험하다.


위험. 그래, 내 안전 보장도 필요하다. 마약과 연루된 사람인데 통화 녹음본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력으로 날 어찌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 거기다가 내가 춘천 경찰서에 제출할 증거랄게 마땅치 않다. 그러니


"대대장이 숨겨놓은 대마랑, 그 공급책을 찾아야 하는데"


결국 제자리다. 나쁘지 않은 수순인 게, 적어도 이걸 알아내려 시도하는 동안에는 방 씨도 내 배신을 눈치채진 못할 거다. 증거를 찾는 거나 '일'을 진행하는 거나 첫 단추는 같은 셈이니까.

문제는 어떻게 찾느냐다. 어제 방 씨와의 대화내용을 통해 유추한 바로는 대대장이 유일하게 대마 공급책을 만나 물건을 받아왔고 그 물건을 어딘가에 숨겨두었다.

아마 그래서 방 씨가 306호에 주둔해 있는 것이고, 또 경찰이란 본인의 신분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겠다.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하나라도 나왔다가는 낭패니까. 그리고 내 협력제안을 예상보다 쉽게 받아준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거란 생각도 든다. 본인이 부대에 직접 와서 샅샅이 뒤져볼 수는 없으니까.


"부대 내에서 무언갈 절대 안 들킬만한 곳에 숨겨둔다면..."


우선 대대장실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미 정작과장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거길 확인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그곳이 아니라면? 내가 멋대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뒤져볼 입장이 아니다. 군인이다 보니 나의 운신에 제약이 많다. 이걸 풀어내려면 상부의 지시뿐인데 그걸 얻기 위해선...


똑똑똑

...


순간 놀라 입을 다무는데, 문이 바로 안 열린다. 의무병이다. 안도한 후 부른다.


"어, 들어와"

"군의관님, 오늘 이등병건강상담 있는 날인걸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늘 그렇듯 답답함을 주는 무병이에게 약간의 짜증을 내며 독촉하자


"얼굴은 괜찮으십니까?"

"어 그냥 부딪힌 거야. 신경 써줘서 고맙다... 참 그리고 건강검진은 애들 보고 군의관 면담하고 싶은 사람만 남으라 하고 나머진 그냥 기본사항만 체크하고 보내"


짜증을 냈는데 되려 걱정하는 말을 들으니 머쓱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다행히 우리 무병이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 어... 기본사항들이 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어차피 이검 양식 뽑으면 거기 다 적혀 있어, 애들 보고 채우라 하면 돼, 알겠지?"


멍한 사시 눈을 보니 모르는 게 분명하다.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고 뭔갈 지시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이따가 이등병 모두 한 명씩 들여보내라고 하자 그제야 알아들은 눈치다.


무병이, 나의 하나뿐인 의무병은 소위 말하는 폐급병사다. 사회에서 일도, 학교도 한 번도 다녀본 적 없이 게임만 하다가 들어왔다고 했다.

원래 다른 부대에서 위아래 모두에게 무시받고 괴롭힘을 받다가 거짓으로 지어낸 마음의 편지로 인해 쫓겨나 두 달 전 우리 부대로 전입 온 이 친구는 대대장이 보직까지 변경해 의무병으로 임명했다.

전해 듣기로는 아이가 원래 부대에서 적응 못하고 쫓겨나 다른 부대까지 가게 되자 보다 못한 부모님이 대대장님에게 뒷돈까지 찔러주며 부탁했다던가. 그런 병사를 자신이 직속으로 돌봐주지 않고 나에게 떠넘긴 건 괘씸하지만

마침 나도 의무병도, 응급구조부사관도 없이 홀로 의무실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었던지라 아무것도 모른 체 흔쾌히 무병이를 받아줬었다... 뒤늦게 대대장 본인이 자랑하듯 말한 무병이의 과거사 짬처리 당한 것임을 깨닫곤 했다.


나는 일처리가 합리적이지 못하고 답답한 것을 잘 못 참는 편인데, 밑에 무능한 사람이 들어오니 신경 쓸게 많았고 그래서 오히려 내 일이 늘었다. 그래서 이제는 뭔갈 기대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애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고 있다.


군의관실을 나와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 끙끙거리는 무병이가 보인다.

애는 그래도 착하고 열심히다. 저러니 나도 모질게 못 나가겠다. 오히려 좀 안쓰러 보여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스쳐가듯 어떤 계획이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수립된다.


"나 정작과장님 좀 뵈러 다녀올 테니까, 애들 불러서 대기시켜 줘"

"넵 알겠습니다!"


떠나기 전에 고마운 마음에 뒤돌아 물어본다.


"요새 생활하는데 별일 없지?"

"어... 그, 이제 의무물자 확인검사는 누구에게 받으면 되겠습니까?"

"?... 원래 대대장님이 하셨었나?"

"예 그렇습니다"

"그런 거 확인은 군수과에서 하는 일 아닌가? 가서 한번 확인해 볼게"

"넵 알겠습니다"


내가 기억이나 할 수나 있을까? 지금 당장은 급조된 계획을 진행할 생각에 너무 신경 쓸게 많아서 잊어먹을 것만 같다. 의무실을 나오며 폰의 메모장에 대충 타이핑했다.


[의무물자 확인. 누구?]


...


"어 군의관, 뭐 때문에 왔어"


대대장실은 아직 정리가 덜 된 건지 난장판이다. 흡사 이삿짐이 들어오고 빠지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 몰래 뭘 뒤져봐서 찾기는 요원하다. 이곳에 정말 뭔가 숨겨져 있다면 차라리 다른 누가 그걸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어제 형사님께 조사받고 온 걸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아 그치, 그게 어제였구나 뭐, 별일 없었지?"


별일 많았다. 심지어 얼굴엔 멍자국까지 있지 않는가? 하지만 못 알아본 눈치다. 사실대로 말해서 저 피곤한 얼굴을 정말 크게 놀라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나의 안녕과 세워둔 계획을 위해 애써 참고 말했다.


"어... 그, 대대장님이 저랑 친하게 지냈던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건지 이것저것 많이 불어보긴 했습니다"

"뭐 어떤?"


최대한 나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끌고 가기 위해선 어벙하고 안쓰러워 챙겨주고 싶어야 한다.


"생전에 대대장님이 어...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부대 내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진 않았는지랑, 부대 내에서 누구랑 친하게 지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하 거참 피곤하게 구네. 그 양반 살아있을 때도 말썽이더니만 죽어서도 뭐, 민폐야 민폐!"


이젠 더 이상 고인에 대한 예의도 지키지 않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대리로 일을 하면서 싸놓은 똥을 치우느라 더더욱 환멸이 난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친한 사람? 뭐, 범죄 공범 같은 거 있나 확인하는 거 아냐? 그런 사람이 우리 부대에 있겠나, 아주 틈만 나면 부대원들 들들 볶던 양반인데. 뭐, 군의관이랑은 친했으니 이렇게 말하긴 좀 미안한데... 전 장병 중에서 그 사람 좋아했던 사람 없던 거 알지?"

"예... 그래서 저를 의심하는 걸까 봐 걱정돼서 왔습니다"

"뭐? 의심?"

"그... 아무래도 대대장님이 생전에 사회적으로 어떤 물의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정작과장은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한숨을 내쉬고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는다.


"또 뭔 짓을 저질러둔 거야... 안 그래도 내가 지금 부대 예산 빈 게 왜 이렇게 많은지 군감찰에 소명해야 돼서 얼마나 골치가 아픈데"


빙고. 잘은 몰랐지만 분명 내가 아는 대대장이라면 절대 부대 내에서도 얌전히 살진 않았을 거라 싶었다. 하물며 마약과도 연관된 범죄자 아니던가, 그전에도 뭔가 있었던 건 뻔히 예상된 결론이었다.

애써 올라가려던 입꼬리를 내리고 표정을 최대한 무병이의 그것을 따라 하며 멍청하게 되뇐다.


"예산이요?"

"그래 뭐, 예산. 훈련 때마다 우리 전투식량 먹었던 거 있지? 그거 다 예산 빼돌린 거야. 심지어 그 훈련들도 거의 다 상부에는 보고 안 하고 몰래 한 거더라, 그래야 돈 빼먹으니까. 뭐 그거뿐인 줄 알아? px에 다른 담배들 다 없애버리고 자기가 가지고 온, 뭔 단종된 희귀 담배라고 한 종류만 도배해 둔 거. 그것도 지가 사재기한 걸로 애들 돈 빼먹을라고 해댄 짓이야"


아 담배. 내가 안 피어서 몰랐던 일이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 보나 마나 어제 방 씨도 피고 있던 그 파랑 더원 임팩트겠거니 예상된다. 그것도 돈 벌려는 수단이었나? 심지어 매주 했던 전반야 훈련에 전투식량도 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싶다.


봇물이 터진 듯 정작과장은 한동안 푸념을 늘어놓았다. 생전에 대대장이 저지른 온갖 괴상천외하면서도 자질구레한 범죄들 그리고 그 밑에서 자신이 얼마나 뒤치다꺼리를 했는지.


"... 죽고 나서도 내가 그놈이 싸질러 놓은 똥이나 치워야 되는 게 말이 돼?! 아니 뭐, 내가 죄인인 것도 아닌데 다들 왜 나한테 지랄들인 건지 진짜"


이젠 고인에 대한 호칭마저도 스스럼없이 놈으로 격하됐다. 똥이라곤 언급됐지만 아직 내가 아는 바가 나오지는 않았다. 적어도 마약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눈치다. 아직 대대장실에서 뭐가 발견되지는 않았나 보다.


이제 어쩌면 좋을까. 대대장실은 배제하고 다른 곳을 생각해 봐야 될까? 그렇지만 내가 방심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대대장실에서 뒤늦게 뭔가 나온다면? 그럼 나도 골치가 아파진다. 어쨌건 아직은 방 씨와 협력관계로 보이는 상황이니까.


문득 눈앞에 골머리를 싸매며 아직도 투덜거리는 정작과장의 며칠 만에 잔뜩 늙은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입이 열렸다.


"그... 과장님, 많이 고생하십니다"

"... 뭐, 고맙네 군의관. 어휴 이게 내 일인데 뭐 어쩌겠어. 어떻게든 우리랑 죽은 그놈이랑 한패가 아니었다고 우겨봐야지 뭐"

"어... 그게 사실..."

"뭐, 뭔데! 사람 답답하게 하지 말고 어서 말해봐. 어차피 더할 것도 없을 테니까"


일부러 답답하게 말꼬리를 흐리자 곧바로 미끼를 문다. 종종 있다. 답답한 것을 못 참는 사람들. 나와 같은 이런 사람들에겐 대대장이 그러했듯 당사자에게 납득되지 않는 일을 강제로 시키면 되려 역효과가 난다.

그보단 아버지가 내게 그러했듯, 자신이 직접 결정을 하고 행동하게 유도하면 뜻대로 움직이기가 수월하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사회적인 물의 기억나십니까?"

"어, 그래! 그게 뭐야"

"그게 말입니다... 대대장님이 어떤 범죄단체와 협력했던 모양입니다"

"...? 그게 뭔 소리야"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 형사님이 저보고 부대 내에 수상한 거 찾으면 보고하라 하셔서 일단은 어... 과장님께 보고 드리는 게 우선인 것 같아서..."

"보고? 뭔 보고. 지가 상관이야? 뭐 하는 사람이야! 앞으로 군의관 형사랑 만날 일 있으면 병사 뭐, 한두 명 데리고 다녀! 군인을 아주 우습게 보나 보는데 그렇게 못하게 하라고"


바랐던 수확을 하나 건졌다. 구체적으로 병사를 얻을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내 안전이 조금 더 보장되는 건 좋은 거니까 함구한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거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런데 형사가 돌아가신 대대장님을 수사하면 부대가 오히려 피해받는 거 아닐까요?"


잠시 씩씩거리면서 숨을 고르던 정작과장은 내 말에 조금 망설였다. 미끼를 물어 찌가 흔들리는 걸 본 낚시꾼의 기분이 이러할까 싶다.

심장이 설렘에 팔짝 뛰며 온몸에 혈류를 공급한다. 요 며칠간 익숙해진 이 감각을 즐기며 눈앞의 사람을 좀 더 흔들기 위해 입을 열었다.


"차라리 제가 아예 대충 끝내고 대대장님에 대한 추문을 조용히 덮는 게 부대를 위해서 좋지 않겠습니까? 군 내부적으로도 온갖 문제 때문에 과장님 고생하시지 않습니까... 여기서 대대장님의 어떤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그걸로 굉장히 소란스러울 텐데요"

"..."


침묵.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다. 그 입이 이제 열리길 기다린다.


기다림에서 이런 설렘을 느껴보는 건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도 심장은 쿵쾅거리며 제 박출량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럼에도 입술은 바싹 마르는 느낌. 입으로 가야 할 수분이 다른 곳으로 빠졌는지 손바닥이 축축하다.


그제부터 하루에 몇 번씩이나 경험하는 이 스릴감. 긴장에서 유래한 스트레스 반응인 줄만 알았는데, 설렘과 구분할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여태 느꼈던 감정이 긴장과 스트레스였던 건 맞았을까?


잠시 상념에 빠져있는데 정작과장은 깨달았는지 입을 열었다.


"아냐, 그러지 말고 오히려 열심히 협조해. 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넵 알겠습니다! 어...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뭐, 대대장이 그냥 개새끼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자였던게 밝혀지면 오히려 거기에 집중하겠지, 더군다나 우리가 뭐, 적극 협조해서 밝혀내면 우리가 몰매 맞을 일도 없을 거고"


못 참고 씩 하고 내가 웃자 정작과장도 마주 보고 웃는다.

이어서 정작과장은 나에게 이곳저곳 뒤져볼 수 있는 나름의 자율권을 보장해 줬고, 이후에 본인도 대대장실을 정리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뭔가 알게 되면 나에게 알려주겠노라 했다.


그렇게 내가 이 면담을 통해 얻은 건 세 가지다. 방 씨와의 접촉은 형사에게 협조하는 것임을 제삼자에게 알리게 됐고, 그 접촉이란 걸 할 때 안전 보장과 부대 내 정보 탐색을 눈치 보지 않게 할 수 있는 자율권까지.

모든 게 의도한 바, 내 뜻대로고 이 전능함이 아주 중독적이다.


"과장님도 대대장님만이 생전에 따로 자주 들리는 곳은 생각나는 게 없는 건가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차 물어봤다.


"어 뭐, 나도 잘 모르지... 맨날 군의관 보러 다녔으니 그건 군의관이 더 잘 아는 거 아냐?"


아쉽지만 첫 술에 어떻게 배부르랴. 그대로 대대장실을 나와 의무실로 걸어가려던 차였다. 아까 무병이가 뭐 물어봐달라고 했던 게 떠올라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을 확인한 뒤 뒤돌아 물어봤다.


"아 과장님, 마지막으로 앞으로 저희 의무물자 확인 검사는 누구에게 맡으면 되겠습니까?"

"...? 뭐 그런 것도 해? 난 처음 듣는 작업인데"

"아무래도 군수과 작업인가 봅니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냐, 내가 군수과장 하다가 왔는데 뭐 그걸 내가 모를까. 그런 건 의무대 내에서 하던가 하는 거겠지 뭐"

"넵 알겠습니다"


무언가 직감은 울렸지만, 아까처럼 번뜩이는 무언가가 저절로 세워져 형상을 가꾸진 않았다. 괜찮다. 벌써 얻은 게 많으니까. 급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거라면 다시 찾을 수 있겠지.


난 의무실로 돌아가며 방금 전의 대면을 복기했다. 어제와 그제도. 누군가와 상호작용하며 눈치 못 채게 주도권을 잡는 것. 그리고 그걸 이용해 내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며 느끼는 전능감, 그 흥분.


하지만 이 사실을 깨달은 지 너무 얼마 되지 않았다. 눈을 떠 마주한 새로운 세상에 갓 태어난 새끼나 다름없는 입장이다. 달콤한 세상을 맘껏 즐기기엔 아직 한없이 미숙하고 나약하다.


즉, 흥분으로 인해 일을 그르칠 때가 많다. 방금도 넘어올 것 같으니 잔뜩 흥분해서 어벙한 연기도 집어치우고 우다다다 말하지 않았나. 어제도 완벽하게 속인 후에 그 흥분감에 끝났다고 방심해서 방 씨의 유도신문에 당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제도 대대장 옆에서 그 전능감을 너무 즐기느라 목격자가 있는 줄도 몰랐다.


앞으론 그래선 안된다.




작가의 말:


4화를 적다보니 너무 길어져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중간에 끊었습니다.

내일 19시에 5화를 바로 올릴 예정입니다.

6화부턴 다시 토요일날 19시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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