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목요일
칼로 살갗을 가르고, 장기를 써는 소리 외에는 수술실은 조용했다.
원래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부자지간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유별나다 보니 정적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아버지는 어떤 심정으로 찢어진 심장을 베고, 또 무슨 생각을 할까. 시신에서 위를 몸 안에서 빼네 그 안의 내용물을 병에 담으며 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잠시 돌려봤다.
다시 한번 눈 맞춤. 참 지독한 우연이다.
"복부엔 특이사항 없습니다"
"우심낭이 파열된 거 외에도 관상동맥이 부분적으로 좁아져 있네. 히스토리가 어떻게 된다고 했지?"
마주친 상황은 내가 몰래 보려던 것이 아니라 보고하기 위해서 의도한 바였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급하게 말을 꺼냈다. 돌아오는 아버지가 천연득스럽게 묻는 질문은 오직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한 내용뿐이다.
참 배알이 좋다고 생각했다.
"고혈압 고지혈증 있고 약 복용 중인 분이었습니다"
"과거력도 자세히 잘 알고, 친했던 사람이니?"
그리고 갑자기 훅 들어온 사적인 친분에 관한 질문.
"아무래도 부대 대대장님이었고, 제 직속상관이다 보니 업무적으로 친분은 있었습니다"
"그랬구나"
하고 정말 별 것 아닌 소소한 일상대화였던 것처럼 흘려보낸 아버지는 톱을 가지고 와서 내게 건넸다.
머리를 열어보라는 무언의 지시다. 톱을 건네받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으나 놔주지 않는 아버지를 쳐다보자 바로 다음 질문이 날아왔다.
"어떤 사람이었니? 이 분은"
어떤 사람이었던가. 질문의 요지는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는 동안에 아버지는 손을 놓아 내게 톱을 건네줬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의 해후인데, 아버지에게 근황 얘기를 해줘야지 않겠니?"
나는 두개골을 열고 자신은 다리 쪽의 개방 골절과 폐를 샅샅이 뜯어 확인하는 동안에 편하게 이야기해 보렴. 그 말을 하고 아버지는 다시 자신이 할 일을 하러 몸을 돌렸다.
대대장과의 악연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잠시 기억을 더듬은 후 나는 톱을 대대장의 이마에 댄 후, 임관 후 부대 배치를 받아 첫 출근 때부터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대대장의 눈썹 위, 톱을 위치해 두고 내 무게를 실으니 이마의 피부는 쉽게 갈라져 그 안의 새하얀 두개골을 노출시킨다. 그대로 조금 더 눌러 톱날이 뼈에 제대로 밀착한 것을 느낀 후 천천히 앞뒤로 썰기 시작했다.
첫 만남에서부터 전 군의관의 욕을 하며 이번 군의관은 군기부터 제대로 교육시키겠다고 단언했던 사람.
그는 내가 살면서 만나본 모든 사람 중에 정말 최악의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하필이면 자신의 말을 꼭 지키는 사람이었다. 시작은 내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 것부터였다.
끼 기 긱 하며 서걱서걱 두개골이 톱에 썰리는 소리가 이어지는 나의 서술에 배경음이 되어줬다. 흰 가루가 톱날의 양옆에 튀며 조금씩 조금씩 그 두개골 안으로 날이 들어서는 게 느껴졌다.
출근은 언제 했는지, 보안 규정은 제대로 지켰는지, 복장 두발 규정을 준수했는지, 아침 간부 체조와 인사는 나왔는지, 안 나왔다면 왜 안 나왔는지, 언제 진료 준비를 완료했는지, 오전 중에 진료를 몇 건을 봤고 어떤 진단과 처방을 냈는지, 점심 휴게시간을 임의대로 앞당겨서 쉬진 않았는지, 오후엔 어떻게 진료를 봤는지, 체력 단련 시간을 준수했는지, 국기 게양식은 나왔는지, 결산 회의는 참석했는지 등등등. 이 모든 것들을 늘 보고하도록 했고, 이를 조금이라도 지키지 않거나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때 혹은 단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는 찾아와서까지 난동을 부리곤 했다.
그 그 극. 전면부인 이마뼈를 넘어 양 옆의 관자놀이 부근까지 톱으로 썰어 그 틈을 조금씩 넓혀갔다. 시신을 돌려 바닥을 바라보게 눕히기 전 마지막으로 얼굴을 쳐다봤다. 죽어서도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임이 느껴졌기에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생기가 하나도 남지 않은 얼굴의 주름살에서 평소의 표정들이 보였다. 갈라진 이마 피부의 경계선의 가죽을 잡고 당겨 이 낯짝을 덮어버리고 싶다는 욕구를 겨우 참았다.
그의 통제들 몇은 규정대로였지만 대부분은 규정 외의 사적, 부당한 명령들이었다. 초반 몇 달간은 나도 맞서 싸우려고 노력을 했었고, 전부 무용지물로 돌아갔다.
이유는 상대가 진급을 포기한 채 전역을 몇 년 앞둔 사람이었던 게 하나,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내용들로 신고들을 했었고 상부에서도 진작에 포기한 인물이었다는 게 둘.
어떻게든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던 노력들은 전부 헛된 발악이 되었고, 되려 난 누가 신고했음을 알게 된 대대장의 집중 교육 대상으로 전락할 뿐이었다.
그때부턴 군기나 기강 확립의 목적이 아닌 순전히 날 괴롭게 만들기 위한 대대장의 헌신이 시작됐고, 몇 달의 시간이 지나서는 나는 사람이 장기간동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굉장히 순종적이고 반항할 힘이 사라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쾅! 하고 엎어진 대대장의 시신의 소리에 잠시 아버지가 폐를 확인하다가 나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다시 톱날을 들어 대대장의 뒤통수에 가져다 대었다.
무게를 싣고 또다시 저항감을 천천히 느끼다가 앞뒤로 그 그 극, 그 그 극.
결정적이었던 건 1년에 단 한번, 부대를 옮길 수 있던 기회마저 박탈당했던 순간이었다. 그것만을 바라고 버티던 나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군의관 등수 발표의 순간이었다. 분명 훈련소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강원도 오지 산골에서 1년을 버텼음에도 나는 전국 군의관들 중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부대 내에서 나를 평가하는 점수를 전부 최하점을 준 것이다. 그리고 그 평정권자 중엔 대대장이 있었다.
덕분에 옮길 수 있는 부대도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그럴 생각도 없어졌다. 사람을 극한으로 몰면 생각도 극단적으로 가기 마련이다.
콰 지 직! 하고 두개골의 일부분이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노출되는 적색의 뇌.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 못해본 대상의 뇌는 뭔가 구조라도 다를 줄 알았는데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흔한 인간의 뇌였다.
죽은 장기엔 더 이상 흥미를 잃고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보았다. 나의 짧게 요약된 1년 반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아버지의 반응은 어떨까 하고 보았지만,
아버지는 내게 등을 돌린 채 그저 폐를 살피고 있었을 뿐이었다.
일견 무관심해 보이는 모습. 그리고 정적. 이 정적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 혹은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내가 더 입을 열기를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고, 그것을 느꼈는지 아니면 생각 정리가 완료된 건지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뇌는 어떻니?"
"... 출혈이 있습니다. 뇌의 실질 내에 피가 스며들어 있는 것으로 보 지주막하 출혈로 의심됩니다. 두개골 내 골절이나 두피 표피손상이 명확하진 않습니다"
"그래, 그렇게 피부, 뼈, 뇌 세 개의 기관이 일관성 있는지 없는지 보는 게 중요하단다. 그럼 손상이 고정된 상태로 발생한 것인지 움직이면서 다친 것인지를 알 수가 있거든"
법의학적 지식이 또 하나 늘며 그렇구나 하고 태연스레 넘기진 못했다.
이 설명을 은유적 표현이라 판단, 그 안의 속 뜻을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지도 않고 등을 돌린 상태에서 생각이라도 읽었는지 말을 이어갔다.
"사람 말도 그런 법이란다. 일관성이 확실한 말들은 불변하는 상황 속에서, 일관성이 없는 말들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나오는 거지"
이제야 몸을 내 쪽으로 돌린다. 시선은 여전히 자신의 손 위의 폐 조직에 얹혀있다.
"부검 상 보이는 소견들이 지금 일관성이 하나도 없어. 추락 후 즉사라기엔 피부의 멍이나 가슴 쪽 출혈, 붓기와 상통하지 않지. 과다 출혈로 인한 지연 사망이라기엔 골절된 다리의 혈관들이 끊어져있지 않아. 저체온사는 배제 진단인 것 알지? 다른 사인이 명확하다면 저체온사를 직접 사인으로 보진 않지"
하고 잠시 숨을 고른다.
"현재로서는 심장 파열을 가장 우선순위로 둘 수 있는 상황인거지. 특히 종격동에 응고된 피를 확인하거나 폐에서 부러진 뼈에서 날아온 지방 덩어리를 볼 수 있다면, 심폐 소생술을 가장한 과한 압박을 가했을 때 아직 심장이 제대로 뛰고 있었다는 걸 시사한단다"
시선을 들어 날 쳐다본다.
"내가 지금 이 폐를 눌러서 지방덩어리가 나온다면은, 확인할 수 있겠지"
어때, 내가 직접 너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줄까 하는 식이다.
그냥 보여주면 되는 것을 굳이 내게 말로 한다는 건,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고해.
이제 더 이상 상황은 급변하지 않는다. 차갑게 식어버린 대대장의 시신처럼 끝났다.
지난 며칠간 내가 했던 모든 것, 나의 안위를 위했던 관찰과 내렸던 판단 그리고 취했던 행동들은 필연처럼 이 순간, 이 고정점으로 수렴하게 됐다.
격동이 끝나고 죽음에 이르른 뇌와 심장이 남긴 흔적들처럼 고정된 지금부터의 말은 일관돼야만 한다.
그러한 일관성을 획득하기 위해
나는 비로소 나를 위해서 나 자신의 기억
일요일에 있었던 일에 대한 부검을 집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