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목요일
전라의 시신이 누워져 있다. 그 존재감은 내 후각으로 먼저 느껴졌다. 안치실에서 보관되다가 갓 나온 대대장의 시신은 그만큼 갓 죽은 사람처럼 부패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어째선지 코 안의 비강 깊숙한 곳이 찡하게 아리면서 생전의 체취가 느껴지는 듯해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헛구역질이 나올 뻔했지만 그런 모습을 눈앞의 사내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기에 올라오는 구역감을 입에 담았다가 도로 크게 삼켰다.
또 이 구역감이 올라올 수도 있으니 마스크라도 써서 대비할까 했지만, 아버지가 마스크 없이 시신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고 마스크를 내려놓았다. 그래, 후각도 진찰의 중요한 한 요소라고 했던가.
그리고 시각, 대대장의 전신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관찰하는 것은 처음이다. 생전이든, 사후든.
시신은 전라의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과는 다르다. 조금의 생기라는 것을 찾을 수 없다.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형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심지어 온전한 시신도 아니다. 한쪽 다리는 부러진 뼈의 파편이 살갗을 뚫고 나와 있었고, 반대쪽 다리도 반듯하다기보단 삐뚤빼뚤 꺾여있다. 가슴 중앙은 완전히 함몰되어 있고, 다른 부위들은 바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신체 곳곳에 멍들과 상처들이 나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는 아버지의 손짓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서 그 시신 몸 곳곳의 생전 혹은 사후의 흔적들을 담아낸다.
"사인은 뭐라고 생각하니?"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평소의 아버지는 저런 질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부검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어떻게 벌써 단언을 하냐고 넘기곤 했었다. 그런 아버지가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다른 답을 듣고 싶다는 뜻일 거라 판단했다. 첫 부검을 진행하는 법의학자로서 앞으로의 부검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감별진단을 해보고 말해 보란 것이겠지.
"우선, 추락으로 인한 손상사가 가장 유력하다고 봅니다. 추락으로 인한 뇌 혹은 심폐 손상으로 인해 즉사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나, 즉사가 아니었더라도 시진 상 전신의 손상 정도가 심해서 과다출혈의 가능성도 있고 가장 낮은 가능성으로는 겨울 날씨로 인한 저체온사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많이 했나 보네, 준비한 것처럼 잘 대답하고"
하하 네, 하고 대답했다. 또 한 번 내 심장이 엇박자로 뛰는 기분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칭찬한 것일 수도 있는데 혼자 찔려서 지레 겁부터 먹는 꼴이라니,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자 긴장이 조금 물러간다.
마치 준비한 것처럼 대답을 잘하는 건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부검을 결정하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 동안 수백 번 고민을 했다. 대대장의 사인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와 또 무엇이 가장 그럴싸한 것인지.
"그럼 어떤 점들을 주의 깊게 봐야겠니?"
"뇌출혈, 심장 파열 및 손상, 기흉의 유무 등을 찾은 후에 없을 경우 배제진단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그럼 진행해 보렴"
외부 손상에 대해서는 확인했고 사진도 찍었으니 이제 개흉을 통해 흉강 내를 판단하기 위해 카메라를 녹음 중인 아버지의 폰 옆에 내려놓고 메스를 들었을 때였다. 아버지는 손을 들어 그런 나를 제지했다.
"멍이 왜 들었는지 아니?"
대뜸 묻는 아버지의 질문에 놀라진 않았다. 내가 진행하는 부검 과정 중에서 부족한 게 발견되면 이런 식으로 제지하고 보완시킬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렇기에 바로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할 수 있었다.
멍이라, 대부분의 멍은 피부 아래층의 모세혈관과 같은 미세 혈관 손상으로 인한 출혈이 발생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잠깐 이 대답을 점검하고 오류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대로 대답하자 아버지는 듣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렇지, 출혈. 추락하면서 이곳저곳 부딪혔을 테니까 곳곳에 출혈이 발생해서 멍이 발생하는 건 당연한 과정이겠지"
아버지는 시신의 몸 곳곳의 멍과 외부 손상에 의한 흔적들을 짚어가며 이어서 말했다.
"즉사의 경우엔 멍의 양상이 그완 달라지겠지. 아까 언급했던 심장이나 폐, 뇌 등의 급성 손상으로 즉사를 했다면 멍이 형성될 시간이 워낙 짧을 테니까"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추락으로 인한 즉사였다면 멍이 충격 부위에 국한되고, 넓게 퍼지지 못한 채 붓기가 올라왔을 거라는 것. 그렇게 설명해 주는 아버지가 시신의 손상부위들을 손가락으로 짚는 것을 지켜봤다.
아버지의 설명과는 반대로 시신의 멍들은 넓게 퍼진 채 다양한 색으로 피어있었다.
"보다시피 이 사건은 좀 다른 양상이지, 추락으로 인해 즉사를 했기보단 추락 후에 버티다가 사망한 걸로 추정할 수가 있겠어"
"그럼 앞서 언급했던 과다출혈이나 저체온사가 유력하겠네요, 특히 멍의 색이 진하지 못하고 시반도 형성이 거의 안 됐다는 점을 짚는다면요"
아버지는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한번 눈으로 시신을 찬찬히 훑어 내렸다. 추락으로 인한 즉사로 판정했더라면 나로선 최고의 전개였겠지만, 아버지의 협조를 구하면서부터는 가능성을 낮게 보긴 했었다. 멍과 시반을 시진 한 것만으로 벌써 배제가 될 줄은 몰랐지만.
이어서 아버지는 몸의 상처들의 방향이 일정하게 나있어서 해당 상처들은 추락을 하면서 발생을 했을 거라는 설명을 했다.
"... 아까 봤던 산 절벽을 봤을 때도 중간에 부딪힐 장애물들이 명확하진 않았지. 그럼 다음은?"
맘 같아선 어서 메스를 들고 안을 파헤친 후에 닫고 끝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서두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다시금 생각을 했다.
일반적인 환자의 신체 진찰은 네 과정으로 요약할 수가 있다. 시촉타청, 순서대로 시진 촉진 타진 청진의 과정이다. 어느 부위를 진찰하냐에 따라서 위의 순서를 융통성 있게 바꿀 수 있는데, 부검 과정은 상관이 없다.
시진을 했으니 남은 것은 촉진이겠다. 부검 과정에서 촉진이라 함은,
"경직을 확인해야겠군요"
고개를 끄덕거리고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지시가 담겨있다. 나도 이에 수긍하고 시신의 팔을 잡아 돌리며 생각했다. 사망부터 현재까지 4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보통은 강직이 36시간 내로 풀리기 마련이라 다 풀리고도 남았을 시간이기에 대대장의 시신도 부드럽게 팔이 돌아갔다.
다른 사지들도 돌려서 확인을 시켜드리는데, 아버지가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부동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시선을 그의 시선을 따라 돌렸다.
보이는 것은 대대장의 가슴 정중앙. 심폐소생술의 흔적으로 인해서 뼈는 함몰되어 있었고 멍이 유독 거무죽죽하고 분명하게 보였다.
머릿속이 팽팽 돌아간다. cpr을 했던 경험들과 그때 신체들에 멍이 들었었는지.
기억이 바로 떠오르지 않자 멍이 생기는 기전을 기반으로 추정해 본다. 심정지가 발생한 이후에 cpr을 했고 자발 순환이 돌아왔다면, cpr을 한 부위에도 출혈과 염증, 회복 과정이 진행이 될 거다. 그럼 멍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 그렇지만 만약 cpr을 했음에도 사망을 했다면? 그럼 출혈이 비교적 적을 거다. 멍이 이후에 발생할 이유도 없다. 죽었으니까.
다시 내가 뭐라고 처음에 아버지에게 보고했는지를 생각했다. 시신을 발견을 했고, cpr을 했지만 돌아오지 않아 사망했다고 했다. 그럼 지금 아버지가 보고 있는 것은 내 말의 모순점이겠다.
시작부터 난관이지만, 침착하면 된다.
"... cpr을 했을 당시만 해도 대대장님은 살아계셨을 수도 있겠네요. 당시에는 날씨와 옷들로 인해서 맥박 호흡이 명확하게 느끼지 못했었는데"
"산의 높이가 높진 않고 눈도 쌓여 있었으니 충격이 흡수돼서 즉사의 가능성은 더 낮았을 거야. 더군다나 양다리의 골절 정도로 유추하면, 굴러 떨어지다가 땅에는 다리부터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러니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던 내 잘못이다라는 뉘앙스로 죄책감을 담아 말했다.
거짓말을 했다는 것보단 미흡했고 실수했다가 더 납득이 가기 마련이다. 특히 아버지처럼 나를 가르치는 입장에게는 이게 더 잘 먹힐 것이라 생각했고, 아버지가 나름의 위로의 말을 꺼내자 약간 안도할 수 있었다.
"아직은 모르는 거지, 그래서 부검을 하는 거고. 이제 진행하자"
"네"
메스를 이제야 대서 대대장의 목 양옆을 사선으로 긋고 몸의 정중앙선을 따라 쭉 내려 가른다. 명치어름까지 내려가서 다시 갈비뼈를 따라 양옆 사선으로.
칼을 쓰는 법도 수술이나 해부와는 다르다. 환자가 사망할 일은 없으니 내키는 대로, 필요한 만큼 과감하게.
이 자유로움에 몸의 긴장이 이완되고 정신이 드는 기분이다. 최근 들어 자주 느끼게 된 감정들, 우월감, 전능감, 통쾌함 등이 하나로 묶여 치환된다. 즐거움과 신남.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고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결과에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는, 압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움. 난 이렇게 살고 싶구나를 깨달으며 마저 칼을 휘둘렀다.
선을 그었으니 이제 피부와 살점, 근육을 들어 뼈와 박리한다. 벌써부터 기름기와 체액들로 인해 메스의 예리함은 점차 둔해지는 게 느껴진다. 한 번에 갈라지던 뼈와 살은, 두 번 세 번 힘을 줘서 끊어내야만 했다.
몇 번의 고된 과정 끝에 드러난 갈비뼈와 늑골의 모습은 처참했다. 늑골과 4~6번 갈비뼈는 완전 골절된 상태로 파편들이 뭉개진 그 내부 조직들에 부유하고 있었고 다른 갈비뼈들도 곳곳이 휘어져있고 금이 가있다. 뼈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조직들이 부어있고, 손상도 심해 보였다.
이 광경을 보고 두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갈비뼈 끊는 건 쉽게 할 수 있겠네'와 '안에 제대로 보려면 파편 일일이 치워야겠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자 눈이 마주쳤다. 평소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 흥미 가득한 눈. 소유욕 가득한 아이가 자신의 장난감을 쳐다보는 듯한 눈이 새삼 낯설게 다가왔다.
"심장 확인하겠습니다"
더 쳐다보기 딱 불편해질 마지막 순간에 시선을 다시 아래로 깔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리고 골 절단기를 들고 갈비뼈를 아래서부터 하나하나 절단했다.
뚜둑! 콰지직!
몇 번의 파골음이 끝나고 골격으로 보호받았던 안의 심장과 폐가 드러났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폐가 심장을 감싸 안고 있는 구조겠지만, 큰 충격을 받았던 내부도 그 외부만큼이나 진탕이었다.
심장의 낭은 찢어져서 안의 내용물을 중격동에 쏟아낸 채 말라붙어 있었다. 폐도 갈비뼈에 찔린 흔적들로 인해 안에 피와 공기가 들어찼던 모습을 보인다.
누가 봐도 죽을 만한 수준의 손상들의 소견뿐이다. 사인으로 삼을 만한 후보들이 눈앞에만 여러 개가 보일 지경이다. 이 모든 것이 사후 손상임을 보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당장의 임기응변으로는 도무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럼 지금 보고 있는 시신의 모든 광경이 직접 사인으로 직결된다면 어떻게 될까. 의도한 살인이 아닐지언정 업무상 과실 치사에 해당할 수 있고, 그럼 방 씨만 아주 행복해질 거다. 내가 내 무덤을 내가 파서 들어가는 꼴을 보게 되는 거니까.
암울한 생각을 하는 지금 나는,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곤 그 현장을 아버지에게 적발당해 앞에 서있는 그 입장이나 다름없다. 조용히 시선을 내리깐 채 그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자 귓가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이제 중격동에 담겨있는 액체를 담고 심장 그리고 폐 꺼내야지?"
예상치 못한 지시. 잠시 멈칫했지만 아버지를 차마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내리깐 채로 끄덕이고 그의 말을 따랐다. 심장에 연결된 큰 혈관들을 잘라내서 분리하자 엉망진창인 장기가 홀로 꺼내졌다. 그걸 아버지가 내 손에서부터 들어 베드 옆의 책상에 가져가고는 무게를 재고 토막내며 단면을 확인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았다.
관상동맥의 단면을 직접 잘라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확인하는 것. 아무리 사인이 명확해 보이고 굳이 불필요해 보이더라도 루틴처럼 늘 하는 과정이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 맘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래, 우선은 할 건 다 하는 것이 맞다. 끝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니까.
양쪽 폐도 각 기관지와 분리해서 꺼내서 건네고는 메스의 날을 갈아 끼워 들었다. 남은 건 배와 그리고 머리.
분량 조절 실패로 내일(3월1일) 오후 7시에 남은 부분을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