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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Feb 19. 2016

반복의 힘을 아는 그대, 사라지지 말아요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40  - 닫는 글

2015년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떠났던 자전거 여행, 그리고 2015년 10월 24일에 쓰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론 2016년 1월 3일부터 2월 18일까지 한 달 보름동안 썼던 자전거 여행기는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 처음엔 엄두도 나지 않지만 쓰기 시작하게 되면 하나 하나 하게 된다. 그게 묘미다.




반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과연 낙동강을 따라 남한강까지 간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걱정이 앞섰고, 여행기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그 때의 기억을 어떻게 남길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그런데 자전거 여행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고, 여행기도 부침은 있었지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엄두도 나지 않던 일’을 해낸 것 같지만, 실상 과정을 이야기하면 작은 몸짓 하나 하나가 쌓이고 쌓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지레 겁먹을 필요도,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뺄 필요도 없다.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무엇이든 시작하면 되니 말이다. 페달을 밟는 반복된 행위를 통해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게 되었듯, 끼적거리는 반복된 행위를 통해 여행기를 마치게 되었듯이,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부터 반복해서 하면 된다.                



▲ 이 여행기와 영상은 아이들의 마음 곁을 맴돈 기록이며,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담아보려 노력한 흔적이다. 




반복할 수 있는 힘, 마음 찾기

     

어떤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일반적으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후, 결과를 평가하고 피드백하여 다시 계획을 수립한다’와 같이 ‘계획→실행→평가→피드백→계획→실행……’의 방법을 얘기해줄 테지만, 그런 기술적인 부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마음이 바로 서있으면 어떻게든 반복적인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 둘 경우, ‘이런 프로세서 중에 한 부분이 잘못되어 끝까지 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기보다 ‘마음을 아직 다잡지 못했구나’라고 판단해야 맞다.

그럼 이쯤에서 ‘여는 글’에서 얘기했던 『맹자孟子』에 나오는 글의 전문을 함께 보도록 하자.           



맹자가 “인이란 사람의 마음이고 의란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의)을 버리고 가려 하지 않고 그 마음(인)을 잃고서도 찾을 줄을 모르니, 슬프구나!

사람이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그것을 찾을 줄을 알지만,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의 길이란 다른 게 없다.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孟子曰:“仁, 人心也; 義, 人路也. 舍其路而弗由, 放其心而不知求, 哀哉! 人有雞犬放, 則知求之; 有放心, 而不知求. 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

 - 『孟子』 「告子章句上」11        


  

일을 시작할 때 우린 위에서 얘기한 일반적인 프로세서에 따라 무턱대고 계획부터 세우려 한다. 우리에게 방학은 계획표를 세우는 일부터 시작됐던 것을 상기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방학 계획표를 세울 때 우리는 한 번도 ‘어떤 방학을 보내고 싶지?’, ‘방학에 하고 싶은 게 뭐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은 없이, 그저 시간 단위로 잘게 나누어 해야 할 것들을 배치하곤 했다. ‘그런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한 자라도 더 공부해’라는 부모의 핀잔을 들으며, 그런 물음 자체가 정답이 없는 물음이기에 괜한 시간낭비라 생각하며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한 번도 그와 같은 고민을 해보지 못한 어른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와 같은 쏘아붙임과 무시였던 것이다.



▲ 우린 당연히 어떤 상황이 되면 마음을 찾기 보다 계획을 먼저 짜기에 바빴다.



이런 현실에 대해 맹자는 “학문의 방법이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뿐이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선을 긋는다. 그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은 간단명료하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인과 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후,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사라져 버려서 빈껍데기만 남았는데 어떻게 공부가 되겠냐는 것이다.

이 경문에 주희朱熹는 “학문을 한다는 게 본디 하나의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방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놓쳐버린 마음을 구하는 데에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마음을 찾는다면, 의지가 맑고도 밝아지며, 의리가 밝게 드러나 고고한 이치에 가 닿을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혼돈에 빠지고 맘대로 행동하게 되어 비록 공부를 하려 한들 마침내는 깨우치는 게 하나도 없게 된다(學問之事, 固非一端, 然其道則在於求其放心而已. 蓋能如是則志氣淸明, 義理昭著, 而可以上達; 不然則昏昧放逸, 雖曰從事於學, 而終不能有所發明矣.).”고 주를 달았다. 이미 마음을 바로 잡은 후에 공부한다면, 단순히 지식 하나를 알고 시험 점수를 잘 받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심기를 세우며 이치를 깨우치며 세상을 밝게 비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잃은 상태에서 공부한다면, 아무리 배우려 애쓴다 하더라도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학儒學(조선이 교조화 시킨 통치로서의 유학이 아닌 철학으로서의 유학)의 기본적인 생각은 ‘기초적인 학문을 배움으로 고고한 이치에까지 이른다(下學而上達 『논어』 「헌문」 37)’는 것이다. 맹자는 이런 기본적인 생각에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은 후에야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덧붙인 것이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다는 것은 알고 보면, 빈껍데기로 남아 있는 자신의 알맹이를 채우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계획은 뭐니?’, ‘계획은 잘 짰어?’라고 물을 게 아니라, ‘마음은 정했어?’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물음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배움의 방법은 다른 게 없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반복적으로 페달을 굴려 완성한 여행으로, 삶을 살아내다    

 

마음이 정해졌어도 무언가를 하기에 겁이 날 수도 있고, 버거울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공부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 줄 모르겠어요’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다. 우린 그 때문에 낙동강에서 출발하는 서울까지 달리는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었다. 페달을 밟은 단순한 행위를 통해 ‘작은 행위를 반복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한 번의 여행으로 ‘반복’의 의미를 모두 다 알 수는 없다. 그렇기에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여행이 아니어도, 단순한 행위여도 상관없다. 그래서 준규쌤은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전에 도움을 구하러 갔을 때, “책만 보거나, 공만 드리블하거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거나 하는 등의 하찮은 일조차 꾸준히 할 수만 있다면, 그것 또한 무시하지 못할 내공이 된다”고 얘기해주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우치다쌤은 ‘반복의 힘’을 얘기해주셨는데, 그 내용은 ‘규칙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보면 주위의 것들에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며 어떤 것들이 있는지 관찰력이 길러지고 몸에 어떠한 반응이 일어나는지 민감해지게 된다’는 거였다. 반복은 이처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반복적으로 해나가면 된다. 이번에 자전거 여행을 마친 아이들은 조금이나마 자전거 여행을 통해 ‘반복의 힘’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 패달을 밟는 작은 행위가 대구에서 서울까지 달리게 만들었다.




반복을 함께 한 그대들이여, 사라지지 말아요

      

여행기를 쓰다 보니, 오히려 그 당시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도 많이 느꼈고, 그 땐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이 어떤 의미인지도 곱씹게 되었다. 거기에 덧붙여 아이들의 마음 곁을 조금이나마 헤맬 수 있었고, 가능성과 한계도 보게 됐으며, 그 가운데서 믿음도 싹텄다. 누구나 부족하기에 나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부족하기에 사람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자전거 여행기는 아이들의 마음 곁을 맴돈 기록이며,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담아보려 노력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도중에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질 때, 감정의 동요가 일 때, 들었던 노래가 있다. ‘사라지지 말아요’라는 노래는 감미로운 멜로디와 함께 시적인 가사가 맘에 들어서 자주 들었다. 우리 모두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때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깊은 회의감에 빠지기도, ‘이래서 무엇이 달라지겠냐?’며 비관론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 모두 같은 고민과 걱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린 지금 이 순간이 어떤 의미인지 미처 모를 지라도, 작은 행위라 자괴감이 들지라도, ‘도망가지 말’고 ‘제발 시간의 끝을 몰라도 여기서 멈추지는 말’고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그대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무엇이 그댈 아프게 하고 무엇이 그댈 괴롭게 해서

아름다운 마음이 캄캄한 어둠이 되어 앞을 가리게 해     

다 알지 못해도 그대 맘을

내 여린 손이 쓸어내릴 때

천천히라도 편해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그댈 보며 웃을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

고통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나 덜어줄 텐데

도망가지 말아요 제발 시간의 끝을 몰라도

여기서 멈추지는 말아요     

다 알지 못해도 그대 맘을

내 여린 손이 쓸어내릴 때

천천히라도 편해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그댈 보며 웃을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

고통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나 덜어줄 텐데

도망가지 말아요 제발 시간의 끝을 몰라도

여기서 멈추지는 말아요     

이젠 놓아줘 그대의 오래된 무거운 짐을

이제는 쉬게 해도 돼 우릴 본다면 그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도망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시간의 끝을 몰라도

여기서 멈추지는 말아요

-디어클라우드, 「사라지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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