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컴퓨터 AS 체험기
2014년 11월 2일에 쿨앤조이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시장질서 파괴범 등장... 한성컴퓨터 BossMonster LV.60SH’라는 리뷰를 보고 E54에 관심 갖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 다음날인 3일엔 주문을 하게 됐다. 보통 택배는 하루 만에 오기에 4일에는 올 줄 알았는데, 무려 3일 정도가 걸려 6일에나 받아볼 수 있었고, 그렇게 E54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2008년에 E300이란 노트북을 현금가 백십만원에 구입한 이후에, 6년 만에 하이엔드 노트북을 구입한 것이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E54는 게이밍 노트북이다 보니, ‘툼레이더 리부트’를 하며 영화 같은 연출에 깊이 몰입되는 게임을 하며 모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 들었으며, ‘GTA5’를 하며 오픈 월드 게임의 묘미를 맘껏 느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글을 쓰고 편집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여러 창을 동시에 열고 확인하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아주 쾌적하여 맘껏 편집할 수 있었다. 작년부터 더 많은 글을 쓰고 편집할 수 있었던 데엔 이 노트북의 쾌적한 성능이 글 쓸 맛을 줬다.
그뿐만 아니라, 작년엔 처음으로 동영상 편집을 위해 ‘프리미어’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땐 이 노트북의 성능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동영상 편집은 CPU 성능과 때론 GPU의 성능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많은 영상과 그에 따른 효과들을 한 번에 프로그램 상에서 조합하려면 연산을 쉼 없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영상 편집을 해봄에도 노트북의 성능이 뒷받침을 완벽하게 해주니, 고사양의 노트북을 산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 같은 경우엔 이사를 하기 전이라 집의 짐들을 대충 정리할 때였다. 책상도 자리만 차지하고 필요 없다 싶어서 상판을 빼놓기도 했었는데, 그게 문제가 됐던 것이다. 서랍 위에 컴퓨터를 놓고 사용할 때까지 있었는데, 다른 것에 컴퓨터의 선이 걸리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키보드의 자판이 빠지고 말았다. 처음엔 가볍게 키보드가 빠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예 아래 부분의 플라스틱 걸림쇠가 부러진 것이더라. 그때 AS 센터를 찾아갈까 했는데, 보통은 키보드는 전면 교체만 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던 때라 크게 불편하지 않은 이상 그냥 쓰기로 했다.
그렇게 또 잘 쓰고 있었는데 올해 2학기 어느 시점엔가(명확한 날짜를 기록해 놓지 않아서 모르기에), 노트북 화면에 잔상이 생기는 것이다. 전파가 흐르듯 잔상이 생기고, 때론 잔상이 매우 심해서 화면 전체를 뒤덮기도 했다. 그 때면 화면이 다 덮여 있기에 화면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강제로 종료해야만 했다. 그러다 다시 켜지면 멀쩡할 경우도 있었지만, 때론 옅게나마 잔상이 남아 있는 때도 몇 번 있었다.
처음엔 그래픽 드라이버가 문제인가 싶어 설치도 해보고, OS가 문제인가 설치도 해보고 했는데, 여전히 아주 간헐적으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나 증상이 간헐적이며 도대체 어떤 조건 하에서 그런 현상이 생기는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AS센터에 갈까?, 말까?를 무진장 고민하며 시간을 하루 이틀 보내고 있었다.
결국 10월 25일에 겸사겸사해서 AS센터에 가기로 했다. 이날은 용산 미디어센터에서 아이들이 영화 촬영을 체험하는 날이라 용산에 간 김에 난 AS센터에 들려도 될 것 같았다.
용산에서 10분 정도를 걸으면 AS센터가 나온다. 길은 복잡하게 되어 있지 않아 찾기 쉬웠고, 꽤나 큰길가에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건물 자체는 고물상인지, 공장인지 모르겠는 건물과 함께 있어 뭔가 허름한 느낌이 물씬 들었다. 그만큼 ‘한성컴퓨터는 내실을 다지는 기업이기에 아직은 번듯한 건물로 갈 수는 없어서 그런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약간 실망스러웠다.
3층으로 올라가니 이미 4~5명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의자에 앉아 있더라. 나도 번호표를 뽑고 신청서를 쓰고 잠시 기다리니, 내 차례가 바로 오더라. 그래서 접수하시는 분 앞에서 컴퓨터를 켜고 확인을 시켜주려고 하니, ‘이게 뭥미?’. 잔상은커녕 너무도 쨍한 화면이 나를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짓는 것이다. 아무리 노트북 화면을 움직여도 잔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내 머리에선 땀이 삐질 흘러내렸다. 접수하시는 분도 이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던지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태연한 것처럼’ “지금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바로 처리해드릴 순 없고요. 3일 정도 맡겨주시면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증상이 나오면, 고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맡기고 가주세요”라고 말하더라.
그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1. 여길 다시 와야 해? - 강동에서 오려면 1시간 정도는 걸리기에, 총합 2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2.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제대로 고쳐서 새 제품처럼 잘 쓰면 되지 - 처음엔 문제해결만 하려 했는데, 이렇게 된 상황에선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기에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연락이 오길 기다렸다.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은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해결했습니다”라는 거였다.
마침내 3일이 지나 오후 2시쯤에 연락이 오고야 말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말을 들었다. 첫 말은 “전혀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라는 거였다. 나의 생각은 물거품이 되고,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다. 그러면서 “며칠 더 맡겨 주시면 여러 테스트를 더 해봐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공손하게 말씀해주시더라.
기사님의 친절한 응대에 오히려 살짝 당황했던 기분이 제자리를 찾았고, 내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막상 컴퓨터로 해야 할 작업들이 있는데 컴퓨터가 없으니 너무도 불편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조급한 이유도 컴퓨터를 11월 4일에 사서, AS 기간이 2년이라 얼마 남지 않아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기사님은 “그런 경우 11월 말까지는 무상 AS를 해드리고 있습니다”라는 매우 반갑고도 기다려 마지않던 얘기를 해주시더라.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센터에서 문제가 생길 때까지 맡겨둘 것이 아니라, 한 달 정도 더 쓰면서 문제가 제대로 발견됐을 때 가져가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면 그냥 내일 찾아갈 게요”라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기사님도 “이렇게 문제가 있어서 왔는데, 나타나지 않을 땐 참 당황스러워요. 그렇다고 그냥 요구대로 액정을 갈았다가 다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도 대략난감이니까요. 그래도 이번엔 케이블쪽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 부분은 갈아 놓겠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오늘은 학교에서 잠실로 트래킹을 갔었다.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쪽으로 달리는 것이었는데, 아이들은 다음 주에 있을 ‘꿈틀이 축제’에 출품할 영화를 아직도 완성하지 못해서 오후에 또 촬영해야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학교는 1시 30분쯤에 끝났다.
나도 부랴부랴 학교에 짐을 가져다 놓고 잠실에서 지하철을 타고 AS센터로 향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으니, ‘헛탕쳤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그래도 아직 한 달 정도 AS 기간이 있다는 것을 위로로 삼고 열나게 갔다. 센터에 도착하니, 화요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 금요일은 아무래도 주말 전이라 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나 보다.
접수하시는 분에게 “노트북 맡긴 것 찾으러 왔습니다”라고 말을 하니, 접수증을 가지고 왔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안 가져 왔다고 하니, “신분증이 있어야 바로 받을 수 있고, 없으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셨다가 받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해주신다. 그래서 신분증을 내미니, 바로 뒷문을 열고 들어가 잠시 후에 E54 노트북을 가지고 나왔다. 그걸 건네주며 “액정 케이블을 교체했다고 하네요. 저 뒤편에서 테스트해보세요”라고 말한다.
뒤편엔 한성 최신 노트북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바로 그곳에 노트북을 꺼내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테스트를 하기 전부터 난 절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빠져 버린 키보드를 요구도 하지 않았음에도 감쪽같이 고쳐 놓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감동 서비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고쳐 있지 않았으면 접수하시는 분에게 간곡한 어조로 “키보드 밑의 플라스틱 걸림쇠 여분 좀 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말할 참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기분 백배 좋아졌다. 역시나 그곳에선 잔상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서, 기분 좋게 AS센터를 나올 수 있었다.
한성컴퓨터의 서비스는 찾아가기가 번거로워 그렇지, 막상 가면 최대한 배려해주며 최선을 다해주려는 마음이 보였다. 더욱이 요구하지 않은 키보드까지 고쳐져 있는 걸 보니, 이건 더 뭐라 말할 수 없는 정도였다. 아직 잔상 문제는 지켜봐야 한다. 만약 잔상 문제가 다시 생기면 한 달 뒤에 AS 후기 2편이 써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무런 기록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