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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Nov 17. 2016

선택약정 유심기변하기

LG V10을 사다 2

막상 3년간 잘 써온 GPRO를 바꾸려 하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뭐니 뭐니 해도 ‘선택약정 위약금 문제’였다.                



▲ 1년 간 할인 받으며, 좀 더 저렴하게 쓸 수 있었다.




선택약정으로 삶은 편안해지셨습니까?   

  

2015년 8월부터 선택약정을 맺어 스마트폰을 사용해왔다. 그 당시엔 114에 전화를 걸어 “선택약정을 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하니, “선택약정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됩니다. 그럼 1년으로 하시겠어요? 2년으로 하시겠어요?”라고 묻더라.

선택약정이란 ‘단말기 통신법(단통법)’이 발효되며 등장했다. 예전엔 각 스마트폰 가계마다 여러 할인 혜택이 달라 발품을 파는 만큼 더 싼 값에 스마트폰을 구할 수 있었으나, 너무 인력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했던지 단통법을 발의하여 할인금액을 통일시킨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 할인 혜택을 받을 것인지, 자기가 내는 요금에서 추가로 20% 할인 혜택(선택약정)을 받을 것인지만 소비자가 선택하게 바뀌었다.

솔직히 단통법은 새 기계를 사는 사람에겐 그렇게 매력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전엔 최신식 기계도 때에 따라, 상점에 따라, 정보에 따라 더 싼값에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어느 곳이나 가격이 같고 그때에 비하면 좀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니, 단통법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 단통법에 대한 풍자.



하지만 나처럼 중고 기계를 사서 쓰는 사람에겐 단통법으로 생긴 ‘선택약정’은 매우 좋은 제도다. 단통법 이전엔 한 통신사를 2년 간 쓰겠다고 계약을 맺고 할인을 받는 ‘요금약정 할인’ 외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단통법으로 선택약정이 생기면서 ‘요금약정할인+선택약정 할인’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예전엔 ‘T끼리 맞춤형 데이터 1.5G’ 요금제를 쓸 경우, 요금약정 할인만 받아서 34.430원(42.350-7.920)을 내야 했지만, 이젠 그 금액에 선택약정 할인까지 받아 27.500원(42.350-7.920-6.886)만 내면 된다. 그러니 선택약정을 왜 아니 싫어할 쏘냐~               



▲ 선택약정으로 그래 삶이 좀 편해졌다.




1년 전 선택약정제엔 문제가 있었다   

  

선택약정으로 추가로 할인 받는 것이니 당연히 “1년으로 하시겠어요? 2년으로 하시겠어요?”라고 물으면, “2년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할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엔 1년으로 하든, 2년으로 하든 할인받는 금액엔 차이가 없는데 반해,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바로 스마트폰 기계에 락을 걸어버린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상담원은 아주 또박또박 “선택약정을 할 경우, 그 기간 동안엔 스마트폰을 바꾸실 수 없습니다. 선택약정이란 게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약정 기간 동안에 쓴다는 계약이거든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평소 같았으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라고 발끈했겠지만, 그땐 노트4 엣지를 잠시 쓰다가 다시 G PRO로 넘어왔을 때라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어차피 다시 예전 기계로 돌아온 이상 1년 정도는 기계를 바꾸지 않고 쓸 생각이었기에, 1년 약정을 해달라고 했다.



▲ 3년 동안 제 몫을 충분히 해준 동반자.



하지만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올해 8월에 선택약정을 재가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저번 후기에서 밝혔다시피 1년 동안 계속 G PRO를 쓴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갑자기 기변 욕구가 솟구쳤으니 말이다. 그럴 경우 가장 걸리는 건 당연히 새로 사게 될 중고 스마트폰 기계값이었지만, 그 못지않게 선택약정 위약금도 걸렸다. 뭐 나름대로 할인 받은 금액이니, 다시 뱉어낸다 해도 손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추가비용이 든다는 점이 께름칙했던 것이다.                



▲ 막상 할인 받을 땐 몰랐는데, 위약금을 물어야 된다고 생각하니 아깝다는 생각이~




선택약정,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하지만 기계는 바꾸고 싶었기에 위약금까지 낼 각오를 하고 백방으로 기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선택약정’을 한 상태에서 유심기변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마어마한 정보를 알게 됐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을 땐 쾌재를 불렀다.      



“선택약정한 기기도 맘껏 유심기변을 할 수 있고 위약금도 내지 않아도 된다”   


  

1년 사이에 엄청나게 바뀌었고, 1년 전에 상담원이 알려준 정보도 잘못된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상담원은 “신청 당시 기계를 1년 간 쓴다는 조건으로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기에 기기변경은 불가합니다”라고 말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그때도 기기변경이 가능했지만,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혼자 하는 게 불가능했던 거다. 그런 경우 ‘미등록된 단말기’라고 떠서 사용할 수 없게 됐으니 말이다. 대리점을 찾아가야만 기기변경이 가능했고, 위약금도 전혀 낼 필요가 없었다.



▲ 선택약정을 했어도 언제든 유심기변은 가능하다. 단지 대리점에서만~



그런데 올해 10월부터 SK 통신사(타 통신사는 내년 1월부터 가능함)는 개인도 유심기변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 자체를 변경했다. 그 말은 곧 이젠 선택약정이 되는 기계끼리는 언제든지 맘껏 유심을 바꿔가며 쓸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고, 더 이상 유심기변 문제로 대리점을 찾아가 눈칫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런 정보를 듣고 어찌 감히 가만히 있을 수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제 중고 기계만 구해서 정말로 되는지 실험해보기만 하면 된다.                



▲ 선택약정이 가능한 기기끼리는 언제든 유심기변이 가능하다. 이젠 개인이 해도 된다.




V10은 구했지만, 사용할 수 있기까진 두 가지 변수가 있었다 

    

대전에서 V10 중고가 상태도 맘에 들고 가격도 맘에 들게 나와 버스 택배로 거래를 하게 되었다. 거래를 하기 전에 “선택약정이 가능하나요?”라고 물으니, “됩니다”라고 알려주더라.



▲ 택배 찾으러 강남터미널에~



하지만 막상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은 선택약정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대충 말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유심기변이 가능한지 여부는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었다. 만약 이미 공시지원금을 받아 스마트폰을 산 경우라면 당연히 선택약정에 가입할 수가 없다. 그런 경우 내 유심엔 ‘선택약정에 따른 락lock’이 걸려 있기에, 유심기변하려 해봤자 “등록되지 않은 기기입니다”라는 문구만 보이고 사용을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제한이 걸려 있지 않은 기기라면 유심을 바꿔 끼우고 몇 번 전원을 껐다 켰다 하면 정상적으로 작동될 것이다.

그 문제와 함께 유심문제도 있었다. GPRO는 마이크로 유심을 쓰는데 반해, V10은 나노 유심을 쓴다. 그러니 그저 유심을 바꿔 끼울 수도 없다. 이런 경우 도면도(이 글 아래에 첨부)를 인쇄하여 그 틀에 맞춰 자르고 쓰면 되지만, 칩을 잘라내야 한다는 게 아예 망가뜨릴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잠시 망설여졌다.                



▲ 스마트폰은 잘 왔지만, 아직은 쓸 수가 없다.




마이크로 유심을 나노 유심으로

      

드디어 유심 자르기에 도전한다. 잘라서 잘 될 경우 그저 행복해하면 되지만, 잘라서 고장 날 경우엔 모든 데이터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뿐만 아니라 잘 잘랐다 하더라도 V10이 선택약정이 안 되는 기기라면, 다시 GPRO로도 돌아갈 수도 없다. 이미 마이크로 유심은 산산조각 나버렸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도전이라 할 수밖에 없다. “도전!”이라 힘주어 외친 후 칼을 손에 들었다.

준비물은 ‘① 도면도 ② 유심을 붙일 테이프 ③ 칼 또는 가위’만 있으면 된다. 이런 경우 그냥 도면도에 맞게 잘라내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혹 V10이 선택약정이 안 될 경우 GPRO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으니 최대한 마이크로 유심을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최대한 나머지 틀을 살리면서 자르려 신중하게 했다. 자를 대고 칼로 최대한 조심히 잘라 보지만, 미세한 작업이다 보니 틀은 자꾸만 망가져 가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잘라내 버렸다. 차라리 이럴 거면 처음부터 가위로 싹뚝싹뚝 잘랐으면 훨씬 편할 걸 그랬다.



▲ 가위로 자르면 편했을 텐데, 칼로 자른다고 무지 애썼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두께까지도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유심은 0.76mm의 두께인데 반해, 나노 유심은 0.67mm로 미세하게 좀 더 얇았다. 그러니 크기만 맞았다고 무턱대고 삽입했다간 아예 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칼로 살살 유심의 뒷면을 긁어 어느 정도 얇게 만들었다.

드디어 유심기변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기변을 해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보기만 하면 된다.     



▲ 뒷편을 살살 긁어 두께를 얼추 맞췄다.



           

선택약정 유심기변에 도전

     

유심 트레이에 유심을 꽂고 조심스럽게 전원을 켰다. 이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떨리고,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다. ‘제발 되라~ 되라~’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안드로이드 로고를 노려보고 있었다.



▲ 드디어 대망의 결과를 봐야만 하는 순간. 과연 될까?



그랬더니 처음 켰을 땐 이상한 문구가 뜨면서 재부팅이 되더라. 그걸 보는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지만, 아직 희망은 있기에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두 번째 켜졌을 땐 드디어 상태창에 선명히 SKT 로고가 보이며 정상 작동이 되는 것이다.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너무 많은 걱정을 했기 때문인지, 유심 자르며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인지 피곤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기분 좋은 피로감이었다.

이로써 선택약정은 그대로 유지된 채로, 아무 문제없이 유심기변을 하여 V10을 쓸 수 있게 되었다. V10과의 새로운 인연이 이렇게 시작됐다.



▲ 드디어 마침내 기여코 통신사 로고가 떴다. 감격 백 만배~





목차     


1. 건빵의 스마트폰 연대기

스마트폰이 생활로 파고드는 시기에, 피쳐폰의 자유를 외치다

아이폰4로 스마트 라이프를 체험하다

옵티머스 G Pro와 함께 한 3년

V10과 함께 써나갈 삶을 기대하며     


2. 선택약정 V10 유심기변하기

선택약정으로 삶은 편안해지셨습니까?

1년 전 선택약정제엔 문제가 있었다

선택약정,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V10은 구했지만, 사용할 수 있기까진 두 가지 변수가 있었다

마이크로 유심을 나노 유심으로

선택약정 유심기변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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