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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Nov 15. 2016

건빵의 스마트폰 연대기

LG V10을 사다 1

스마트폰이 한국을 휩쓴 건 2009년에 아이폰이 발매되면서부터였다. 그 당시엔 전주대 평생교육원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을 땐데, 학교에서 핸드폰을 바꿔줄 테니 갤럭시S로 바꿀지, 아이폰으로 바꿀지 선택하라는 공문이 내려와서 그 당시의 상황을 선명히 알고 있다.                



▲ 2009년에 아이폰이 발매를 하며 한국엔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생활로 파고드는 시기에피쳐폰의 자유를 외치다

     

그때부터 여태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열린 게 분명하다. 1990년 말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한 핸드폰은 2000년에 들어서면 아이들까지는 아니어도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더 이상 전화 부스 앞에서 동전을 넣어가며 전화를 하던 장면은 볼 수 없게 된 것이고, 서로 약속이 어긋나 엇나가는 장면은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스마트폰은 어느 순간부터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사람들의 손과 귀, 눈을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 단재학교 영화팀 제작 영화 [영원한 사랑]의 한 장면. 2000년대 이후 이런 광경은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여러 사람들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줬다.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사회적인 관계든 인간적인 관계든 맺으며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함께 먹는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그런 관계를 먹어치웠고, 면대면의 관계보단 작은 액정 속에 파묻힌 관계로 국한시켜 버렸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선뜻 스마트폰을 살 수 없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그 당시엔 “스마트폰 가게를 찾아가 보다. 옵티머스LTE를 저렴한 가격에 준다고 꼬시더라. 혹했지만 여러 정보를 찾아보다가 그래선 안 되는 걸 느끼다. 아직은 좀 더 피쳐폰의 자유를 느낄 때다. 방학 때 바꿔도 늦지 않다. (2012.3.19.)”라고 일기에 적었던 것이다. 

물론 이 당시 나에게 가장 큰 건 ‘돈이 없다’는 거였다. 아마도 폰이 고장 나지 않았다면, 이때도 ‘폰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스마트폰이 대세’라고 하면서 바꾸기도 그랬다. 2011년에 두 번째 도보여행을 떠나며 2009년에 국토종단을 떠날 때와 같이 지도 하나만을 챙겨들고 떠났었는데, 막상 여행이 끝나고 나선 그게 오히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지도 한 장 들고 걸었던 그 때의 추억. 스마트폰이 생긴 지금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여행.


 

스마트폰은 인터넷과 여러 정보를 내 손 안에서 언제든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여행을 가든, 어딜 가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그다지 외롭지 않으며, 난관에 부딪힐 확률이 낮아진다. 그에 반해 지도 한 장만을 챙겨들고 떠나면 어떤 길인지, 그리고 어떤 마주침이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가면 과연 쉴 만한 장소가 있는지, 그리고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무작정 가보는 수밖에 없다. 얼핏 보면 스마트폰으로 떠나는 여행이 훨씬 정갈하고 예측 가능하기에 알찬 여행 같지만, 지도를 들고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여행이란 일상에선 느껴본 적이 없는 느낌을 느끼고,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을 만나며,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경험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연에 몸을 맡기는 만큼, 그만큼 일상을 완벽하게 벗어난 여행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면 그렇게 역동적인 삶의 현장으로 파고들진 못했을 것이기에, 피쳐폰의 불편함이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여행은 우연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작년 자전거 여행 중의 사진.




아이폰4로 스마트 라이프를 체험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 맘은 간사하긴 하더라. 이미 대세가 되고 있었기에 ‘나도 스마트폰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존에 쓰던 폰이 고장 났고, 이젠 돈까지 벌고 있으니 스마트폰을 못 쓸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알아보던 도중 핸드폰 가게에서 약정을 맺어 스마트폰을 사는 것보다 중고로 사서 쓰는 게 여러 부분에서 좋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아이폰4를 부천 송내역까지 가서 중고로 사게 되면서 ‘건빵의 스마트폰 라이프’는 시작됐다. 그게 2012년 3월 25일의 일이다. 



▲ 중고로 구매한 아이폰. 여기서부터 스마트폰 라이프는 시작됐다.



애초에 중고로 산 것부터 오래도록 쓸 마음은 없었다. ‘스마트폰이란 어떤 건지, 그리고 무엇인지 한 번 경험해보고 다음에 내가 원하는 폰을 사자’는 생각으로 산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4를 1년 정도 쓰니 전원버튼 쪽이 고장나더라. 아무래도 중고폰으로 산 것이기에 내구성이 약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아이폰의 경우 서비스센터에 가져가면 고쳐주는 게 아니라, 리퍼폰으로 교체해주는 형식이다. 서비스기간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땐 고치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가기에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후죽순처럼 사설수리기관이 생기긴 했지만, 블로그에 자가수리하는 글들이 제법 상세하게 올라온지라 ‘내가 고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3년 4월에 수리키트를 직접 사서 2시간 동안 끙끙 대며 고치기 시작했다. 막상 뜯어놓고 보면 ‘내가 미친 짓을 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 어찌 따라하다 보니 고쳐지긴 했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격’이라는 게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 수리키트를 사서 두 시간 여에 걸쳐서 수리를 했다. 무식하니 용감하다.




옵티머스 G Pro와 함께 한 3

     

운 좋게 부서뜨리지 않고 고쳐서 3달 정도 쓰고 있는데, 살랑살랑 기변의 욕구가 일기 시작하더라. 애초에 중고폰으로 구매했기에 그런 맘이 더욱 쉽게 생기는 것 같았다. 이미 아이폰을 쓰고 있었기에 이젠 안드로이드폰으로 넘어가고 싶었고, 대화면폰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갤럭시 노트2와 옵티머스 G pro 두 폰이 우선 눈에 띄었는데, 노트2엔 삼성의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이 높았고, G pro는 FHD에 성능도 좋은 편이지만 가격은 낮았다. 그래서 G pro를 사기로 하고 중고사이트를 들락날락하고 있는데, 집에서 가까운 천호에서 직거래를 한다는 게시글이 뜬 것이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사게 되었고 그렇게 2013년 7월 23일부터 스마트폰의 2막은 시작되었다. 

그 후로 2016년 11월 13일까지 내리 3년 동안 G pro를 쓰게 될 거라는 건, 그 당시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이폰을 1년 고작 썼던 것처럼 ‘1년 정도 쓰다가 바꾸지 않으려나’하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세상일이 그러하듯 무엇 하나 내 생각보단 흐름에 따라 가는가 보다. 

그렇게 3년 3개월 동안 나와 함께 지리산을 종주했고, 남한강을 따라 걸었으며, 낙동강-한강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하며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아마도 단재학교에서 나의 활동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낱낱이 보고 함께 했던 녀석은 이 녀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 강연을 듣는 곳에도 함께 하며 여러 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도와줬다.



더욱이 긴 시간동안 쓰다 보니, 더 이상 보호필름도 붙이지 않고 젤리케이스만 씌운 채 편안하게 가지고 다니며, 맘껏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활동적인 순간들을 함께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곤 한다. 한강을 달리다가 이어폰 선이 무언가에 걸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게 두 번이나 있었다. 젤리케이스의 단단함 때문인지 구석 부분에 기스만 났을 뿐, 떨어진 충격음에 비하면 액정도 멀쩡했고 기능도 멀쩡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16년 4월 15일에 유고보드를 타던 아이와 함께 신나게 달리다가 떨어지며 액정이 깨지고 말았다. 자전거에서 떨어질 때에도 멀쩡했으니, 이때도 그럴 줄만 알고 기계를 들어봤는데 실금이 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바닥에 몇 번 떨어졌기 때문인지, 긴 시간동안 써왔기 때문인지 이어폰 단자 부분의 접촉불량 문제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어폰이 돌아간다던지, 뭔가에 건드려진다던지 하면 수시로 액정이 켜지고 액정이 눌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니 듣던 음악이 꺼지거나, 전화 도중에 전화가 끊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처음엔 이어폰이 문제가 있어서 그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곧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매우 번거롭고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며 음악 듣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에겐 자꾸 음악이 꺼져 흥이 깨지니 말이다. 그렇다고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올해 전세자금을 대출하게 되면서 돈이 쪼들리는 게 한 몫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달리다가 떨어졌는데, 깨지지 않던 액정이 깨졌다.




V10과 함께 써나갈 삶을 기대하며

     

그런데 어제 잠시 중고사이트를 살펴보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G4나 V10의 가격이 많이 내렸더라. 아무래도 V20이 꽤 괜찮게 나오면서 전 기종들이 타격을 받는 모양새였다. G4는 십만대 초중반, V10은 20만원 대의 가격이었으니 말이다. 그걸 보니 갑자기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쓸 만큼 잘 썼으니, 지금쯤이면 바꿔도 되지 않을까?’하는 합리화까지 하게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된 데엔 작년 가을에 노트4 엣지로 바꾼 경험이 한몫했다. 나름 특이한 폰을 쓰고 싶었고 노트도 한 번 정도는 사고 싶었기에, 잠시 고민한 후에 거금을 주고 샀었다. 



▲ 거금을 주고 샀지만,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그런데 얼마 쓰지 않아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언제가 들은 말 중에 고가의 핸드백을 품에 고이 안고 자신은 비 맞고 가더라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상품이 전전긍긍하기 시작하면 상품이 주인을 압도하고, 소유가 존재를 억압한다는 얘기였는데, 그 당시의 내가 그랬다. 좀 더 쾌적한 속도로 스마트폰을 쓰기 위해 샀지만 ‘기스라도 날까?’, ‘떨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하는 나를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쓰지 않고 다시 판 후에 G pro로 돌아오니 그렇게 맘이 편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이번엔 그 때에 비해 좀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의 여유를 두고 천천히 알아보고 싶었다. 어차피 지금 바꾸나 좀 더 늦어지나 그렇게까지 차이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마음이 한참이나 앞서 나가니, 내가 나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이미 중고 사이트를 뒤적이기 시작했고, 이 기계의 장단점을 찾아보며 마음을 정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 그래 세 번째 스마트폰, 너로 정했다.



어쨌든 그게 시작이었고, 언제나 그러하듯이 마음이 앞서니, 그것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할 정도였다. ‘아마추어 사회학 후기’도 써야 하고, ‘단재학교와 광진Iwill센터와의 콜레보’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로지 모든 관심은 V10에 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일요일 내내 그 생각만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지만 괜찮은 매몰이 나오지 않아,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신경은 신경대로 쓴 꼴이 되었다. 그러다 결국 오후 3시쯤에 대전에서 꽤 맘에 드는 물건이 나와서 얼떨결에 구입하게 되었고, 이로써 2016년 11월 13일부터 V10과의 또다른 인연이 시작되었다. 과연 V10과 나는 어떤 인생의 한 족적을 남기며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 아무쪼록 상품이 주인이 되지 않도록, 소유에 억압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좋은 인연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 V10과 새로운 인연을 다시 만들어 갑니다.





목차     


1. 건빵의 스마트폰 연대기

스마트폰이 생활로 파고드는 시기에, 피쳐폰의 자유를 외치다

아이폰4로 스마트 라이프를 체험하다

옵티머스 G Pro와 함께 한 3년

V10과 함께 써나갈 삶을 기대하며     


2. 선택약정 V10 유심기변하기

선택약정으로 삶은 편안해지셨습니까?

1년 전 선택약정제엔 문제가 있었다

선택약정,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V10은 구했지만, 사용할 수 있기까진 두 가지 변수가 있었다

마이크로 유심을 나노 유심으로 

선택약정 유심기변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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