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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ug 15. 2018

카자흐스탄의 택시는 특이하다

2013년 6월 16일(일)

날씨는 맑디맑다. 오늘 일정은 박물관과 질료늬 바자르란 재래식 시장에 가는 것이다. 홈스테이하러 간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서로 착오가 있었는지 한 시간이나 늦어지고 말았다. 

원랜 아이들과 2시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어제 저녁에 일정조율을 위해 원장님과 이야기하다 보니, 카작 친구들에게 10시 30분까지 교육원으로 오라고 했다고 하시는 거다. 당연히 카작 친구들이 한국 친구들에게 말해줄 것이기에 그 시간에 맞춰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10시 30분이 지나도록 누구 하나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라. 원장님의 말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단재 친구들은 2시까지 가면 되는 줄 알고 있었기에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제야 부랴부랴 연락하고 다 모일 때까지 기다리니, 1시간이나 훌쩍 흐른 것이다. 우리끼리 진행하는 첫 날 일정부터 꼬있다 꼬였어(‘범죄와의 전쟁’ 버전).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어제 사온 빵과 우유, 과일로 간단히 때우고 길을 나섰다.                 



▲ 좀 늦었지만, 이제 출발~




누구나 택시기사 될 수 있는 곳

     

여긴 교통시설이 많다. 전기버스, 일반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이 많다. 무얼 타고 갈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13명이 버스를 타는 것보다 차라리 택시를 3대에 나눠서 타는 게 저렴했기 때문에 택시를 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택시를 잡는 과정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무함메드가 손을 들자, 지나가던 자가용이 멈춰서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는다. 난 ‘무함메드도 어떻게 가는지 몰라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물어보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나가던 사람도 아닌 차를 세워 물어보는 게 의아하긴 했지만, 설마 그게 택시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얘기가 끝나자마자 차에 타라는 것이다.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소련이 붕괴된 후 국가체제가 운영하던 대부분의 곳들에서 빈틈이 생겼다. 바로 이곳의 택시도 그런 빈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카자흐스탄은 택시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할 마음은 없나 보다. 차 한 대만 있으면 손쉽게 투잡two job을 할 수가 있다.                



▲ 무궤도 전차, 트랄레이부스도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신기한 대중교통이다.




특정인만 택시기사가 될 수 있는 곳 

    

우리나라에선 택시기사가 되려면 6천 만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며, 영업용 택시를 무사고로 몇 년간 운전해야지만 개인택시 자격증이 나온다고 한다. 택시기사가 되려고만 해도 많은 돈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성실하게 운전하기만 하면 그런 자격이 주어지는 것일까? 그렇게만 된다면, 개인택시기사라는 제도는 분명 좋은 제도가 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 때 택시운전기사도 잘 나갈 때가 있었다. 그땐 서울에서 몇 년 일을 하면 아파트를 산다는 소릴 듣기도 했단다. 하지만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 늘어나면서 택시는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이미 택시 기사는 대폭 늘어나 있는데 그걸 구조 조정할 수 없으니, 승객에 비해 기사가 더 많은 형편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오기 시작한 게 ‘총알택시’라는 말일 것이다. 그저 열심히 뛰어서는 벌지 못한다, 미친 듯이 뛰어야만 그저 벌어먹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예전에 준규쌤이 택시운전을 했던 이야기를 들려줬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사람이 할 직업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리듬은 깨져 사람은 폐인이 되어가지만, 그런 노력과 수고에 비해서 보수는 형편없고 택시비의 태반을 회사에 떼이기 때문이다.                



▲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




카작 택시 이용법 

    

손을 들면 서는 대부분의 차들은 앞 유리에 금이 한두 군데 가있는 오래된 차들이다. 당연히 미터기도 없으며, 택시라는 안내판도 없다. 가는 방향이 같다면, 기사는 누구든 태울 수 있다. 합석한다고 해서 화를 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떻게 목적지를 말하고, 요금이 책정이 되는 것일까? 알마티는 주요 거리들이 위인들의 이름으로 지어져 있다. 교육원 앞의 메인 스트리스트의 이름이 ‘아바이’인데, 이는 카자흐스탄에서 유명한 시인인 아바이 쿠난바예프Abai Kunanbaev의 이름을 도로 이름으로 채택한 것이다. 두 도로의 교차점에 있으면 두 도로의 이름을 동시에 말하면 된다고 한다. 알마티는 격자형으로 도로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도로 이름만 알면 누구나 쉽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단재학교에 오고 싶으면 ‘강동대로 53길과 양재대로 83길로 가주세요’라고 하면 된다. 한국의 도로명은 참 볼품없긴 하다. 대로를 중심으로 소로에는 번호만 부여한 꼴이니 말이다. 그에 반해 알마티의 도로엔 위인들의 이름이 붙어있어, 역사도 알고 중요 인물도 알게 되어 한국보다는 괜찮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기본요금(2~4Km)은 200텡게(1400원)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타는 사람은 최대한 싼 금액을 부르면, 기사는 거리를 대충 계산하여 적당한 가격을 제시한다고 한다. 택시비가 거리에 따라 과금되는 체계가 아니니, 운이 좋으면 적은 돈으로 멀리까지도 갈 수 있는 경우가 있단다. 



▲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선 도로명을 잘 알고 있고 있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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