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0일(목)
피라미드는 2009년 9월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우린 곁에서 보고 돌아섰지만, 이곳은 단순히 피라미드 모형으로 지어진 곳이 아니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이상을 아주 극대화한 곳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궁과 일직선상에 구조물 두 개가 있다. 정면엔 바이테렉이, 후면엔 피라미드가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구조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일까?
피라미드는 흔히 왕의 권위를 드러내는 곳이며, 태양신을 숭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필 대통령은 왜 그런 의미를 지닌 고대 건축물을 대통령궁 바로 후면에, 더욱이 모스크 바로 옆에 건설하려 했던 것일까?
그 의미를 파헤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피라미드는 총 3단계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1단계는 오페라 하우스, 2단계는 컨퍼런스룸, 3단계인 꼭대기층엔 유리창에 날아가는 비둘기떼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1500여석의 자리가 마련된 오페라 하우스에는 돈 좀 있다고 생각하는 카작인들이 오페라를 즐기며 ‘이 정도 돈을 한 번의 유흥을 위해 쓸 수 있다’는 특권의식을 맘껏 누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다. 자신들이 유흥을 즐기는 곳 바로 위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이다. 바로 위층에는 정상들이나, 각급장관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특권의식을 맘껏 누릴 때, 권력자들은 그들에게 문화적인 혜택을 베풀었다는 달콤한 권력의 맛을 맘껏 음미할 것이다. 더욱이 여기가 다른 모양으로 지어진 건축물도 아닌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이라고 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다.
이곳에 들어와 맘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백화점 안의 명품관이 모든 이의 출입을 허용하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시선의 장벽 때문에 돈이 없는 사람은 아예 들어갈 생각을 못하듯, 이곳 또한 그들만의 활동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 위층 유리에는 130마리의 비둘기가 그려져 있단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민족이 130개 민족이니, 이들의 화합과 단합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림보다 더 절실한 것은 이 공간이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건물을 짓는데 무려 5600만 달러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 건물 옆에는 카작 건설 회사와 한국 건설 회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가 있다. 2년간 지었지만, 거의 다 지어진 상황에서 건설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상징성을 구현하려 많은 돈을 쏟아 부었지만, 그게 어느 순간 발목을 잡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망한 나라의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카자흐스탄이 그런 예가 되지 않길 바라며, 그리고 오일머니를 모든 사람이 같이 공유할 수 있길 바라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