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빵 Nov 28. 2018

카자흐스탄의 사막 찾아가는 길

2013년 6월 29일(토)

오늘은 새벽부터 바빴다. 원랜 1박 2일로 예정되었던 여행이 당일치기로 바뀌면서 시간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5시 45분에 모이기로 했다. 나는 4시 30분에 일어나, 아침밥 대용으로 군대에서 먹었던 뽀글이 라면을 먹었다. 연중이가 진라면을 줬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라면으로 뽀글이를 해먹고 있으니, 꼭 한국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른 아침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처럼 달콤했다. 

카자흐스탄에 올 때만해도 세 번의 캠프(알마티에서 1번, 탈디쿠르간에서 2번)가 계획되어 있었다. 그래서 캠프를 대비할 겸, 모기약을 많이 사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계획이 변경되어 한 번도 하지 않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 자체도 힘든데, 캠핑까지 해야 된다면 신경 쓸 게 많아서 부담되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니, 이향이가 제일 먼저 도착해 있었고 규혁이나 주원이가 걸어서 오고 있었다. 이향이는 일찍 와서 기다리느라 힘들었다고 얘길 하더라. 아이들이 늦지나 않을까 걱정하긴 했는데, 누구 하나 늦지 않고 정시에 모였다. 아이들이 모인 후, 출발하니 오전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 새벽 5시 48분의 사진. 이렇게 일찍 만나는데 아이들이 늦지 않고 왔다는 게 신기하다.




너른 자연을 품다

     

차에 타기 전에 해설사로부터 유의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알틴에멜Altyn-Emel 국립공원은 너무나 덥기 때문에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사막에 도착해선 전갈 같은 독충이 나올 수 있으니 앉을 때 조심해서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니, 사하라 사막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알틴에멜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대자연의 경이를 간직하고 있는 길이었다. 빼곡히 솟아오른 절벽들, 지평선이 보이는 너른 벌판, 협곡과 협곡 사이를 헤집고 가는 협로, 그 모든 게 환상 그 자체였다. 이런 길을 달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 가는 길은 날씨도 좋았고 펑펑 뚫려 정말 기분도 좋았다.



카자흐스탄과 한국의 차이점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바로 자신이 발 딛고 선 지반 자체에 있는 것이다. 사람이 환경을 규정하며 살기보다, 환경이 사람을 규정지으며 살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 때문에 아무리 우리가 ‘심적 여유’, ‘스트레스 줄이기’를 외치며 자유분방하게 살려고 노력해도, 그들이 보기엔 여전히 바빠 보이며, 여전히 조급해 보이며, 여전히 불안해 보일 것이다. 너른 대지를 품고 경쟁보다 여유를 누리며 살아온 사람과 좁은 국토를 보며 경쟁을 당연시하며 살아온 사람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한국은 잘 사는 나라이기에 ‘부러움의 대상’일지는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대상’이진 않을 것이다.                



▲ '엄마혀mother's tongue'라는 이름을 지닌 길을 가고 있다.



칭기스칸의 발자취가 남은 곳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지 확인하여 서명을 해야 했다. 우리가 들어가는 곳은 국가가 관리하는 곳이다. 알틴에멜이란 단어엔 칭기스칸의 흔적이 있다. 칭기스칸은 이곳을 통과하여 원정길에 올랐는데, 이곳을 지나며 ‘황금의 안장’ 같다고 하여 그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지금도 알틴에멜 어딘가에는 칭기스칸이 원정길에 사용했던 봉수대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니, 오늘의 여행은 칭기스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3시간 정도 달려서 마을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시골마을로 도로 포장도 전혀 되어 있지 않고 민가도 듬성듬성 몇 채만 보인다. 거기에 있는 출입을 관리하는 곳에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서를 제출하는 동안 우린 관리소 안에 마련된 전시실을 둘러봤다. 그곳은 알틴에멜의 자연환경과 그 안에 사는 동물들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었다.           



▲ 알틴에멜로 가는 출입국관리소가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하늘은 정말 청명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