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4일(목)
4시간을 달려 교육원에 도착했다. 익숙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도 무엇보다 3주간의 일정이 잘 끝나고 있다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교육원엔 상명대 학생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자원봉사를 와서 교육원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한다. 2주전에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 들어가니, 각종 밑반찬들과 조리도구, 봉사 때 필요한 준비물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오늘 저녁에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갈 때까지 우리가 교육원에서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애초의 계획은 오늘은 교육원에서 쉬고, 내일 학생들과 함께 쇼핑을 다닐 예정이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오늘 쇼핑을 하고 내일 쉬기로 했다. 그래서 트렁크 가방만 올려놓고 알마티 거리로 나왔다.
가는 길엔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알마티엔 2011년 11월 2일에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1호선 전체 노선이 개통된 게 아니라, 시내 쪽 일부인 7개역(라임벡-지벡졸리-알말리-아바이-바이코누르-아우에조프 극장-알라타우)만 개통된 것이다. 지금은 1호선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총 3호선까지 개통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 지하철을 보면 전혀 낯설지 않다. 지하철 도입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현대로템에서 만들었으며, 승차권 시스템도 한국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지하철은 부산지하철과 비슷했다. 폭이 좁아서 손잡이를 잡는 사람이 많으면 통행이 어렵다. 지하철 역사는 최근에 만들어진 시설물답게 깨끗했으며 대규모의 돈이 들어갔겠구나 싶었다. 5개역만 운행되며 연계 노선이 많지 않고 버스에 비해 300텡게 정도 비싸기 때문인지, 이용하는 승객은 많지 않았다.
지하철은 노선이 확장될수록 승객이 늘게 된다. 하지만 그에 따른 공사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 알마티엔 광주광역시만큼의 인구가 살기 때문에, 지하철을 건설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긴 한다. 광주도 지금은 지하철 1호선이 있으며 2호선이 2016년에 건설된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교통체증이 심하거나 대중교통의 이용이 불편할 경우 지하철 건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알마티의 경우, 전기버스와 일반버스, 그리고 전차와 택시 등 다양한 대중교통이 있어서 이동이 불편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철 건설이 보여주기식 행정이 될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행정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을 판단하기 위해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2011년 8월에 시승식을 하며 남겼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하철 사업은 알마티 시내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회적 사업이다. 그래서 알마티 올 때마다 이 사업의 진행상황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지하철이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친환경적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행정임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덧붙여 “알마티 시민과 카자흐스탄에게 있어 독립 20주년 기념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거대 국책사업인 만큼 그게 실질적으로 알마티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며, 독립(1991년 12월 21일)한 지 20년이 지났기에 그에 따른 선물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와 같은 말을 통해 ‘알마티 지하철’이 카자흐스탄에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전시행정이 될 뿐이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타당성 조사에 따라 이 사업이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우린 지벡졸리역에서 내렸다. 지벡졸리는 카작어로 ‘실크로드’란 뜻이라고 한다. 각 역사는 이름에 걸맞은 테마로 꾸며져 있단다. 즉, 7개의 역엔 7개의 테마가 있어 지벡졸리역은 실크로드라는 테마로 꾸며져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3호선까지 전 역사가 개통되면 각 역의 테마를 구경 다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