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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06. 2019

알마티 체험기: 삼겹살과 뜨랄레이부스

2013년 7월 4일(목)

LG 거리 근처에서 쇼핑을 하고 저녁은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카자흐스탄의 삼겹살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카자흐스탄은 이슬람 국가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을 위해 돼지고기가 유통된다), 잔뜩 기대하고 갔다.                




카자흐스탄에서 먹는 삼겹살

     

단재학교 학생들의 식성이 오죽 좋던가. 여행 갈 때마다 우린 저녁이면 고기를 구워 먹는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못 먹은 귀신이라도 붙은 듯이 한 명이 1근의 고기를 먹어치우는 광경을 쉽지 않게 목격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이곳에서도 더욱이 돼지고기를 3주 만에 먹으니 적어도 20인분가량 먹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맘을 단단히 먹고 간 것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아이들은 1.5인분도 채 먹질 못했다. 점심을 2시가 넘어서야 양꼬치로 맛있게 먹었고 겨우 3시간 30분 가량 지난 후에 먹어서였을까? 이럴 거면 점심은 거르고 삼겹살을 배터지도록 먹는 게 나을 뻔 했다. 

식당 주인은 한국 사람으로 이곳에 정착하여 살고 있노라고 했다. 학생들이 이렇게 단체로 와서 음식을 먹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는데 많이 먹질 못해 아쉽긴 하더라.                



▲ 삼겹살이 그토록 먹고 싶어 먹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많이 먹지 못했다.




원유 생산국임에도 전기버스가 생긴 이유

     

교육원에 오는 길엔 카자흐스탄에 와서야 처음 본, ‘뜨랄레이부스’라는 전기버스를 탔다. 처음 볼 때부터 궤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행동의 반경을 제한하면서까지 전기버스가 만들었을까 되게 궁금했다. 더욱이 이곳은 카스피해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라 ‘기름값이 비싸기 때문에 전기 버스를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했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시피, 대기오염 때문에 전기버스가 도입되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매연에 민감한지는 알마티에서 며칠만 생활해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알마티 시내를 지나다보면, 자동차 매연으로 숨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없나 보다. 그러니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자동차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더욱이 도로에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새 차보다 10년 이상 되어 보이는 오래된 차들이 많이 보인다. 한국의 중고차들이 중앙아시아 지역에 많이 팔린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런 차들일 것이다. 택시를 잡으려 손을 들면, 새 차는 그냥 지나가고 오래된 차들이 와서 선다. 신기한 것은 하나 같이 전면 유리에 금이 가 있다는 것이고 조금만 달려도 매연 냄새가 차 안에서도 난다는 것이다.  

이미 6월 15일에 썼던 여행기에서도 밝혔듯이 카자흐스탄의 겨울은 혹독하다. 영하 40℃까지 내려가기 때문이다. 중산층 정도는 중앙난방이 되는 따뜻한 집에서 혹한의 추위를 피하며 안락하게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각종 땔감을 때며 겨울을 난단다. 그러니 각 가정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외국인이 이곳에서 몇 달을 생활하면 대부분 호흡기 질환을 앓게 된단다. 아마도 이 때문에 전기버스와 같이 대기오염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이동수단이 도입된 걸 거다.                



▲ 노란색의 집전장치가 보인다. 왜 전기차가 만들어졌는지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다.




뜨랄레이부스 체험기

     

승빈이는 무함메드의 집에 갈 때 여러 번 전기버스를 타봤다고 했는데, 시끄럽다고 평했다. 그래서 어떤 느낌일지 직접 시승해 보니, 고압전선이 교차하는 부분에선 집전장치의 마찰음이 조금 들릴 뿐 하나도 시끄럽지 않았다. 전철이 멈췄다가 달릴 때 아주 조용한 기계음이 들리듯, 전기버스도 조용한 소리를 내며 매끄럽게 달렸다가 멈출 때도 매끄럽게 멈췄다. 지하철의 안락함을 누리면서 지상으로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궁금했던 점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도로변에 주차된 차들이 있으면, 차를 뺄 때까지 멈춰서 기다려야 하나?’라는 거였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압전선이 도로 한복판에 설치되어 있어서 두 차선을 넘나들며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간혹 집전장치가 고압전선을 이탈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땐 운전기사가 내려서 수작업으로 연결한 후 다시 달린다고 함). 전선이 설치된 도로만 달릴 수 있다는 한계만 있을 뿐, 막상 도로에선 일반 버스와 다르지 않게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차가 운행되는 도중에 정전이 되면, 차는 어떻게 될까?’하는 거였다. 정전이 되면 차가 멈추고 그 뒤에 따라오는 차들도 덩달아 멈출 수밖에 없어 교통체증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전기버스는 하이브리드처럼 전기모터로도 움직이지만, 가솔린 엔진으로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전이 되면, 집전장치를 내리고 일반버스처럼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뜨랄레이부스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살아온 나에겐 문화적 충격이었다.      



▲ 전기버스를 처음으로 타봤는데, 지상에서 달리는 지하철 같은 쾌적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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