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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06. 2019

3주 카작 여행 평가회: 미비점

2013년 7월 4일(목)

평가회 시간은 교육원에 도착하자마자 시작하였다. 당연히 마음이 가벼웠다. 원래 어떤 일이든 마무리 지을 땐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법이다. 오죽하면 군대를 제대하고 나오면서도 ‘군생활 재밌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겠는가. 실제 군생활이 재밌었냐, 그렇지 않냐는 중요하지 않다. 언제나 끝자락에 서서 그 당시를 회상해보면, 그 시간을 지나온 자신이 대견해 보이며 그 시간들을 미화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카자흐스탄의 3주간의 여행을 미화하고 대충 얼버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것이기에, 솔직한 각자의 생각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내가 평가회라는 딱딱한 용어를 쓰긴 했지만 냉정하게 시비를 가리자는 의미가 아니라, 각 학생의 느낌과 소감을 듣자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감상을 남겨 놓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곤하기도 했고 번거롭기도 했지만 이런 자릴 부득불 마련한 것이다. 그래도 분위기를 무겁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음료와 과자를 마련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말을 맘껏 할 수 있도록 했다. 

단재친구들은 이런 자리를 누구보다도 좋아한다. 평가를 받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맘속에 담아놓은 말을 맘껏 할 수 있고, 거기엔 누구도 시비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자리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되는 건 누구나 말하기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교육현장에선 더욱 더 학생들이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단 확신이 든다. 

그래서 짧게 한 시간 만에 끝내려 했는데, 말을 하다 보니, 금세 두 시간이 흘렀다. 어떤 의견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이 나누어지기도 했고 어떤 의견엔 합의라도 한 듯이 한 목소리를 냈다.                






미비점 – 한 곳에서 3주를 보내기 OR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3주를 보내기

     

3주 동안 여러 곳을 옮겨 다녔고 새로운 만남이 계속되었다. 이에 대해 긍정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부정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긍정하는 학생들은 환경이 바뀌는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며, 다양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좋다는 거였고, 부정하는 학생들은 한 학생과 제대로 사귀지 못하며 장소를 옮길 때마다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싫다는 거였다. 

내가 생각해봐도 두 가지 의견에 충분히 이해가 된다. 3주 동안 한 학생의 집에서 생활한다면, 친구 이상으로 친해질 수 있을 것이고, ‘또 하나의 가족’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그 지역에 대해 한국만큼 친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친구와 잘 맞아야 되며, 그 집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3주든, 6주든 전혀 힘들 것 없이 최대한 느끼며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이 맘에 든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다양한 장소를 돌아보며 카자흐스탄이란 나라를 좀 더 잘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바로 그런 경험들이 이번 여행기의 자양분이기도 했다.                



▲ 한 군데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3주 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미비점 2 -  카자흐스탄에선 러시아가 훨씬 많이 쓰인다

     

카자흐스탄에서 여행하려면 아직까지는 카작어만 해서는 불가능하다. 특히 알마티와 같은 도시에 살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말을 들어보니, 시골에는 카작어만 할 줄 아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지만 도시에는 러시아어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이 예전에 소비에트 연방국이었기에 러시아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독립 이후에 자국민 중심주의 정책을 펴며, 카작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우대하는 정책을 폈지만 아직까지도 카작어가 제대로 정착되진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학생들도 “카작어를 공부하기보다 러시아어를 공부해야 하지 않아요.”라고 의견을 제시했던 것이다. 그런 의견이 충분히 타당하지만, 점차 카자흐스탄에서 카작어가 중요해지는 만큼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단순한 실용적인 의미로 카작어보다 러시아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말은 어폐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논리라면 ‘러시아어를 공부하기보다 영어를 공부해야 하지 않아요’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카작어를 실용차원, 현실적인 요구차원에서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듯, 이 문제 또한 그와 같은 선상에서 생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카작어는 우리에게 전혀 낯선 언어였고, 그래서 새로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던 언어였다. 그건 필요나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끼어들 틈이 없는 ‘낯선 세계와의 조우’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마음 그대로 낯선 세계를 탐험하듯 카작어를 공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서바이벌 장의 안내문에도 카작어보단 러시아가 쓰여 있고, 설명도 러시아로 해줬다.




미비점 3 -  하루 종일 달려 사막을 본 게 의미가 있는가?

     

알틴 에멜 국립공원 여행에 대해선 이미 6월 29일에 쓴 여행기에서 의견을 밝혔으므로, 상술하지 않겠다. 단지 짧은 시간의 체험만을 위해 우리가 그곳에 간 것은 아니다. 여행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하며, 그 과정의 모든 체험이 여행을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 바르한에서의 사막체험은 간 시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 깊고 좋았던 체험이었다.




미비점 – 홈스테이할 집의 모든 걸 알아야 하는가?

     

홈스테이 하는 집의 상황, 학생의 성격, 그리고 특이사항을 자세히 조사하여 파트너를 정할 때 미리 단재학생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어떤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충분히 이해한다. 이상한 사람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철저한 조사는 실제적으로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각 학교의 이름을 걸고 추진하는 프로젝트이니만큼 문제가 있는 학생이나 그런 집을 선정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신뢰가 없으면 아예 이런 프로젝트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에 카작 아이들이 한국에 올 때에도 그런 신뢰감으로 우리 학생들의 자세한 신상명세나 특이사항을 그쪽에 전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모든 것들이 다 밝혀져 있으면, 오히려 사람에 대한 편견이 생겨 관계를 왜곡시킬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비밀에 붙여놓고 진행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서로 교환하고 알려주되, 너무 디테일한 것까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 알마티나 우슈토베에선 홈스테이를 하지 않았지만, 탈디쿠르간에선 홈스테이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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