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4일(목)
기차 여행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좋았다. 그래서 다음에도 꼭 하자!’고 외쳤다. 21시간동안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처음엔 심심하면 어쩌나, 힘들면 어쩌나 걱정하긴 했는데, 시설이 좋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재미있어서 그럴 틈이 없었다.
그런 즐거웠던 기억들이 지금과 같은 아우성을 만들었을 것이다. 다음번엔 동서횡단 열차를 타고 카자흐스탄의 서쪽으로 가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무려 72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21시간도 아닌 72시간은 어떨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홈스테이를 통해 카작 현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나니, 사람이 사는 것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역시 여행은 진정한 의미의 공부이며 색다른 앎을 주는 깨우침의 장이다. 어떤 경험을 하여 우리의 생각이 크고, 어떤 과정 속에 우리가 자랄지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떠난 자만이 돌아올 때 전과 다른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카작인과 한국인의 생활상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인간이기 때문에 공통으로 지닌 특성, 고뇌, 삶의 요소들이 있다. 그런 것을 경험하며 우린 사람에 대한 ‘공동 지평共同 地平’에 이를 수 있는 것이고, 그게 더 민감해지면 감수성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것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말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는 모습이 거의 같다는 것을 알았다면, 사람을 만나는 일에 대한 부담도 덜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공동 지평’으로 문화적 차이, 인종의 차이를 건너뛰며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카자흐스탄 여행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이건 어디까지나 나 스스로 여행을 하며 아쉬웠던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부분만 조금 더 신경 썼다면, 단재학생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정도의 아쉬움을 풀어쓴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현지에 대한 편견을 깨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분명히 ‘작은 차이가 천지의 어그러짐을 빚어낸다毫釐之差 千里之繆’라는 말처럼 카자흐스탄은 먼 옛날엔 우리의 동포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모든 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180° 정반대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목민-정착민, 이슬람교-기독교(불교), 러시아 중심 문화권-미국 중심 문화권, 다민족-단일 민족과 같이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면, 대부분의 경우에서 왜곡하거나 오해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내가 썼던 여행기의 안 좋은 평가들은 그런 오해에서 비롯되었을 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랬듯이, 학생들도 이국문화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인정하려 하기보다 폄하하고 자국중심적인 시각으로 왜곡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자흐스탄을 여행하기 위해선 적어도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이슬람교에 대한 이해, 유목문화에 대한 공부, 러시아와 공산주의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견호 원장님은 ‘다음에 카자흐스탄을 올 때 봉사활동 준비를 해서 온다면, 더 알찬 여행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상명대 학생들이 와서 태권도, 한글 등을 가르쳤듯이, 우리 학생들도 각자의 재능에 따라 봉사활동을 준비하여 교육원생들과 함께 하면 좋다는 것이다. 네일아트에 관심 있는 친구는 네일아트를, K-Pop에 관심 있는 친구는 K-Pop을, 댄스에 관심 있는 친구는 댄스를 가르쳐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카작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으며,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기에 구체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여행도 수동적으로 할 때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여행의 의미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