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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08. 2019

임용 낙방에 길이 있다

2019학년도 한문임용 낙방기 3


4월에 공부하는 방법을 바꾸고 그 내용들을 차곡차곡 블로그에 올리며 축적해가며 2018년 임용시험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비록 합격은 하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A형은 나에겐 자신감 뿜뿜이었다

     

하지만 결코 여기서 만족하고 멈춰선 안 된다. 어찌 되었든 결과는 낙방이고 다시 공부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작년 임용고시 문제를 다시 풀면서 분석을 하지 않아서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많이 틀렸고 어떤 부분이 예상이 빗나갔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은 기출문제를 다시 풀며 할 것이고 여기서는 피상적인 느낌을 토대로 실패의 원인을 얘기해보고 올해의 공부 방향을 설정해보려 한다. 

A형 시험지는 이미 말했다시피 문제들이 나를 향해 ‘포근히 안겨 오는 느낌’으로 막힘없이 풀었다. 그러니 아마도 서술식 문제에선 포커스가 완전히 나가지 않은 이상 완전히 틀리진 않았을 것이다. 단답형에서 두 곳이 틀린 것은 확인했고, 그건 정말 몰랐던 것이니 틀린 건 충분히 이해하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다듬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이런 문제에선 다 맞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틀렸다^^;;




B형 시험 시간에 넋이라도 있고 없고

      

그렇다면 역시나 B형이 좀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시험지라고 말할 수 있다. B형 시험을 볼 땐 솔직히 잠이 오면서 정신이 흐리멍덩해졌다. 그건 시험일에 즈음하여 바꿔야 할 생활습관과도 분명히 연관이 있다. 최근 나의 공부 스타일은 오후까지 공부를 하고 저녁 일찍 잠이 들었다가 아무 때나 눈이 떠지면 일어나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새벽에 일어나는 시간이 들쭉날쭉이라 새벽 1시에도 일어났다가 새벽 5시에도 일어났다가 한다는 점이다. 

그 말은 곧 일정한 생활리듬이 깨졌다는 것이고 그건 달리 말하면 한참 시험을 봐야할 시간에 집중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시험 전 날엔 긴장이 된 탓인지 잠도 거의 자지 못했다. 몇 시간 채 눈도 붙이지 못하고 아침 일찍 나가 오후 2시가 넘도록 집중을 하고 있어야 하니 제 컨디션이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B형 시험 문제의 난이도였다. A형처럼 나에게 포근히 안겨 오는 시험문제였다면 아마도 정신은 흐리멍덩할지라도 좋다고 풀어 재겼을 것이다. 하지만 B형 시험 문제는 만만하지 않았고 제대로 풀 수 있는 문제보다 손도 못 댈 정도의 문제가 훨씬 많았다. 더욱이 시간까지 빨리 흐른다는 생각이 드니 맘은 급해졌는데 문제는 풀리지가 않으니 매우 난감할 수밖에. 

그래서 논술시험문제부터 풀었고 나머지는 생각나는 그대로 답안을 적어 넣었지만 다섯 부분 정도는 아예 답조차 적질 못했다.                




풀었음에도 10점이나 나가다

     

그러니 내가 푼 문제들은 모두 맞고 답을 적지 않은 문제 정도만 틀린다고 가정한다면 –14점 정도 깎이는 것이니 전공 점수는 66점이 나와야 맞다. 하지만 그건 말도 되지 않는 말이다. 내가 푼 문제들이 모두 맞는다는 게 어불성설이니 말이다. 더욱이 짧은 시간 안에 원문을 해석도 하고 문제에 맞춰 답까지 구성하여 써야 하니 아예 전혀 다른 포커스로 구성한 답들도 있을 것이다. 이건 기출문제를 분석하다보면 분명히 알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과연 내가 구성한 답이 틀린 경우는 어느 정도나 될까? 거의 10점 이상이나 벌어지고 말았다. 그건 내가 매우 당당히 ‘이게 답이야’라는 느낌으로 쓱쓱 써낸 것임에도 정답이 아닌 오답이었던 것이다. 그건 해석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문제에 따른 답안 작성의 문제였는지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석의 문제였다면 좀 더 원문을 풀이하는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고, 답안 작성의 문제였다면 답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풀어내는 실력을 키워야 하니 말이다. 

내가 풀었음에도 10점 이상이나 오답처리가 된 것은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올해 준비할 때 명확히 바라봐야만 하는 일이긴 하다.                



▲ 떨어졌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변명보단 직면을

     

그리고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섯 부분은 아예 풀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건 원문해석을 하지 못했다는 소리이고 원문에서 뭘 말하고 싶은지 도무지 알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하긴 변명을 해보자면 ‘이제 겨우 8개월 공부했잖아요’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변명은 지금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누구도 평가라는 단일선상에서 나이를 고려하거나, 공부의 기간을 고려하거나, 집안 사정을 고려하거나 하진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듯, 그건 나 또한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변명을 대며 피해가려 할 게 아니라 직면해야 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만족할 게 아니라 아직 원문을 보는 실력이 한참 뒤떨어진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재밌고 알찬 한문공부의 세계를 향해

     

그래도 작년엔 공부방식도 바꿔봤고 교수님 스터디에도 참여해보면서 한문의 맛도 실컷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임용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줘서 좋은 점수까지 받게 했으니,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핸 작년에 이루어놓은 성과들을 토대로 기간이 짧아 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조리 다 해보며, 하고 싶었던 것들도 몽땅 다 해보며 준비해가면 되는 걸 거다. 

가능성을 보았으니, 그 가능성을 성과로 만들기 위한 순간들을 올해 꼭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공부란 좋은 결과치만을 꿈꾸며 할 수는 없다. 그건 미래에 대한 생각일 뿐이기에 현실의 팍팍함을 잊게 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란 재밌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야 맘껏 공부할 수 있고 공부하는 과정 속에 의미도 찾고 또한 나중에 교사가 됐을 때에도 재밌게 한문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올해 나의 목표는 신나게, 그러면서도 알차게 공부하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그렇게 공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과연 결과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올핸 이 관점에서 신나게 한문 공부의 세계를 누벼보련다. 



▲ 다시 한문 임용공부의 세계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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