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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04. 2016

자전거 여행, 밑그림을 다시 그리다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6 - 15.9.9(수)

여행을 기획하며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이 아무래도 ‘좀 더 저렴하게’, ‘좀 더 고생하며’였던 게 사실이다. 장기간을 여행하는 것이라면 지출이 늘어날 것이 뻔하기에 그것을 최대한 줄이려 했던 것이다. 지금까진 ‘학부모의 돈이 들어가니’라고만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은 단재학교에 근무하기 전부터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껴야 한다는 생각의 근원

     

2009년에 도보여행을 할 때도, 2011년에 사람여행을 할 때도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돈을 최대한 쓰지 않으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느냐?’하는 것이었다. 거의 한 달씩을 여행을 다녔는데, 그 땐 취직도 하지 않았을 때고 당연히 돈도 거의 없던 때라 그와 같은 마음가짐은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식으로 돈을 아끼려던 것 자체는 ‘돈이 넉넉하지 않던 가정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건 나의 의지 이전에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한 몫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가난한 환경이 돈에 대한 극도로 아껴야 한다는 의식을 낳았고, 그건 어떤 상황에서건 작용하는 의식 구조가 되었다. 

이런 현실임에도 나는 아직까지도 단재학교에서 여행을 갈 때 ‘어떻게든 최대한 저렴하게’라는 모토로 계획을 세웠던 것이고, 그런 생각 자체를 ‘학부모님의 부담 경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근본에 놓인 나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것이 한계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자전거 여행도 최대한 저렴한 여행으로 계획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좀 무리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고생만 하는 여행’의 컨셉을 가지게 되었다.                



▲ 도보여행으로 경험한 걸, 사람여행 때 다시 재현했다. 그리고 단재학교에서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여행의 목적을 다시 재정의할 때 

    

이에 대해 먼저 진규가 이야기를 해줬다. ‘고생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굳이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캠핑카로 여행을 하거나, 목적지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에 그곳에서 일주일간 사는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소스를 줬다. 

이에 덧붙여 오늘 준규쌤도 “나쁜 일을 하는 게 아니면, 내가 이익 보려 하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한계치를 둬서 금액 설정을 할 필요는 없어요”라고 얘기해주셨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예산을 팍팍하게 잡아 놓으면 여행을 하는 도중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되며, 힘든 여행 속에 한 사람이라도 아프면 여행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고 얘길 해주셨다. 그 말이 백번 옳다고 생각했다. 함께 여행 하는 것이라면 그 여행 속에서 어떻게 함께 의미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어떻게 돈을 저렴하게 갈까만을 고민하는 것은 오히려 여행의 참맛을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처럼 도보여행 때엔 돈만 중시하는 여행을 하다 보니 오히려 막상 느껴야 할 여행의 참맛을 느끼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을 바꿔야 했다. 500km가 넘는 경로를 좀 더 현실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정도로 바꿔야 했고, 텐트에서 잔다는 이상을 깨야 했다. 말을 들어보니 텐트에서 자기 위한 준비물이 생각보다 훨씬 많고 10월 초순이면 추울 때라 자고 나서도 몸이 고되어 오히려 여행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으니 말이다. 여행 자체가 체력을 요하는 것이기에, 먹는 거나 자는 건 아무래도 좀 더 편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지친 몸을 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텐트에서 자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경로 변경 목적지서울 

    

처음으로 회의한 내용은 ‘서울에서 출발하여 목적지로 갈 것인가, 다른 곳에서 시작하여 서울로 올 것인가?’하는 거였다. 이미 이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은 있지만, 아무래도 멀리 떠나는 느낌, 그리고 점차 부산으로 가까워지는 느낌도 좋았기에 그 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서울로 돌아오는 여행도 나름 괜찮을 것 같아 아이들의 의사를 반영하기로 했다. 

1안은 ‘단재학교⇒목적지’로 달리는 것이고, 2안은 ‘목적지⇒단재학교’로 달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이들의 의견을 물으니, 처음에는 당연히 1안이 많았다. 지금껏 이런 여행을 한 것이니, 그런 선택을 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민석이가 생각해보더니, 조금 더 일찍 집에 도착할 수 있는 2안을 밀기 시작한 것이다(민석인 공식적으로 주말에만 컴퓨터를 쓸 수 있다). 그러더니 급격히 2안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그랬더니 준영이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더라. 아예 학교에서 출발하여 목적지를 찍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말이다. 그래서 다시 회의를 붙였으나, ‘준영안’은 좌초되고 말았다.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풍경을 보고, 가기만 하면 된다는 안도감을 주지만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할 경우 지루하기도 하고 ‘내려간 길을 되돌아올 땐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주니 안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에 따라 4일 아침에 목적지로 차를 타고 이동한 후에 거기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기로 결정됐다.                



▲ 점심 시간의 풍경. 밥을 먹은 후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출발지 결정대구 달성군 현풍터미널 

    

500km가 넘는 거리는 아무래도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당연히 350km~400km 되는 정도의 거리를 택하기로 했다. 진규쌤의 말에 의하면 이화령 고개를 넘어서 오는 길 자체가 험하고 체력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남한강에서 낙동강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문경새재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하여 계획을 짜야 했다. 

그래서 출발지로 모색한 곳은 처음 계획을 세울 때처럼 ‘창녕(우포늪)’과 ‘대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녕에서 출발하여 낙동강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고, 대구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낙동강과 가장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달성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달성군엔 ‘현풍터미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서울에서 가는 버스가 있으려나 알아보니, 다행히도 동서울터미널에서 현풍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더라. 착착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기에 당연히 현풍터미널을 출발지로 결정했다.                



▲  좀 더 여유있는 일정으로 바꾸었다. 이게 어떤 현실을 만들지?




결정된 사항

     

1. 경로: 현풍터미널⇒올림픽공원 평화의 문(376.16Km)

2. 준비물

공동: 짐받이, 짐받이 로프, 야광조끼, 윤활유, 의약품, 육포, 콘프레이크, 

개인: 자전거 여분 튜브, 무릎보호대, 우의, 마스크, 장갑, 방탄헬멧(있는 사람은 챙길 것)



▲ 이야기들을 하나로 모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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