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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15. 2019

체육을 잘하는 남자, 무도를 잘하는 여자

공생의 필살기3

그럼 이제부터 우치다쌤의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개풍관이란 무도장을 운영하며 경험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보통은 남자가 힘이 세고 운동신경이 좋기 때문에 합기도를 빨리 배울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평균적으로 여자들이 훨씬 빨리 습득합니다.”               




학교체육의 비밀

     

처음부터 핵펀치를 제대로 맞고 말았다. ‘이런 식의 상식을 뒤집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처음부터 얘기하는 건 반칙이지 말입니다’라는 불만이 절로 나온다. 나만 해도 그렇다. 미괄식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논거를 쫘악 늘어놓은 다음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우치다쌤은 ‘요봐 이 사람아~ 뭘 그리 빡빡해! 그냥 말할 테니 편하게 들어’라고 말하듯 처음부터 한 방을 내미신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쌤 이제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거죠. 이제 더 이상 보여줄 건 없는 거죠’라고 안심했다간 큰 코 다친다. 이게 우치다식 시작일 뿐이니 말이다. 

당연히 어떻게 저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우치다쌤은 “합기도를 배우러 온 여자들 중에는 학교 체육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교 체육도 못하고 스포츠엔 관심도 없으며 경쟁엔 더더욱 관심이 없는 것이죠.”라고 부연설명을 한다. 

이 말속에 열쇠가 들어있다. 바로 ‘학교 체육=스포츠=경쟁’이란 도식 말이다. 은연 중 간과하고 있었지만, 분명 저 도식은 맞는 얘기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Citius-Altius-Fortius’라는 올림픽정신만 해도 위의 도식이 고스란히 들어 있으니 말이다. 학교 체육시간 때마다 뭔가 압박이 느껴졌던 이유를 우치다쌤의 이야기를 들으니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난 체육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특히 구기종목을 뛸 때 ‘나 하나 때문에 우리 팀이 질 수도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몸이 경직되어 공을 번번이 놓쳤으며 ‘난 운동신경이 없나봐’라고 한계 짓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난 운동신경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을 싫어한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우치다쌤은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바로 경합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체육’과 나의 몸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무도’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천명했기 때문이다. “체육을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게 어떤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는지 자기 몸에 관심이 많습니라.”라는 말과 함께, “무도는 체육과 같은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유리합니다”라고 말해줬다. 이쯤 되면 하나는 명확해졌다. ‘학교 체육은 몸을 위한 활동이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사실 말이다.                



▲ 학교체육과 무도는 본질에서부터 다르다. 몸을 극복 대상으로 볼 것인가, 몸을 이해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몸을 도구로 보느냐자연물로 보느냐

     

처음부터 핵펀치를 맞아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그로인해 ‘난 운동신경이 없는 게 아니라, 학교체육을 못하는 것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청중들은 우치다쌤의 이런 얘기를 들으며, 자신의 몸을 살피게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치다쌤은 “몸이야말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연물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연물을 대할 때 지성이 비로소 발동되는 것이죠”라고 한껏 고삐를 당긴다. ‘몸=자연물’이란 메타포가 선뜻 와 닿진 않는다. 이럴 땐 당연히 상대되는 개념과 비교하며 이해하는 게 제일이다. ‘몸=자연물’에 상대되는 개념은 ‘몸=도구’라 할 수 있다. 

‘몸=도구’라는 것은 ‘몸을 맘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몸을 최대한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그런데 왜 그런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하는가? 그건 바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내 몸은 ‘극복 대상’이 되어야 하고 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원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학교체육의 기본이 바로 이 구조에서 나왔다. 

그에 반해 ‘몸=자연물’이라는 것은 ‘몸은 나와는 별개의 타자다’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선 ‘몸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살아갈 것인가?’라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그러려면 당연히 몸을 이해하는 게 먼저이며 몸의 상태를 받아들여 상생하려 한다. 무도의 기본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이를 단순 대조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표를 만들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되었으면 우치다쌤이 처음에 말했던 여자들이 빨리 습득한다는 말도 이해가 될 것이다. 무도는 몸을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몸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상태에서 몸과 정신의 일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에 대해 우치다쌤은 “무도의 기본적인 숙달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 신체부위를 내가 사용할 수 있게 되었구나’, ‘나한테 이런 신체능력이 있었구나’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이런 게 가능했나?’라고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나는 게 바로 무도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개풍관에서 합기도를 배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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