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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15. 2019

어디서도 듣지 못한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이야기

공생의 필살기 2

우치다쌤의 책엔 지극히 일상적인 예화가 등장하고 아주 평범한 단어들이 쓰여 있다. 예를 들면 다음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운전학원 강사는 ‘다른 사람과 같은 수준에 도달했는가?’로 당신을 평가합니다. 반면 레이스 드라이버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로 당신을 평가합니다. 그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서 한쪽은 ‘이것으로 끝’이라는 도달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다른 한쪽은 ‘끝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면서 도달점을 소거시킵니다. 두 교사가 다른 점은 이것입니다. 네, 이것뿐입니다. 

-우치다 타츠루, 『스승은 있다』, 민들레출판사, 2012년, 35쪽   


       

위의 내용은 운전면허 학원에서 운전을 가르쳐주는 것과 F1의 전설과도 같은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humacher가 운전을 가르쳐주는 것의 차이를 말한 것이다. 운전면허 학원의 강사는 ‘남과 같아졌는가?’라는 수준을 원한다면, 슈마허는 ‘어떻게 다른가? 너만의 경지는?’이란 수준을 원하기에 가르치는 방법도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우치다쌤의 책은 이처럼 일상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얘기로 말하고자 하는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멍하더라구요’라고 하거나, ‘분명 어려운 단어도 없고 이해 못하는 내용도 없는데, 왜 이리 어렵게 느껴지죠’라는 역설 가득한 평이 가득한 것이다.                 




우치다의 책은 역설로 가득하다

     

어찌 보면 역설이야말로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한자의 중의성은 한문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수많은 주석이 나올 수 있게 했듯, 삶의 역설은 삶을 역동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삶에 모순이 없고 원칙만 지켜지며 감정의 기복도 없다면 그건 매트릭스에서 프로그램대로만 사는 로봇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삶엔 예측하지 못할 수많은 변수와 ‘내 맘인 듯 내 맘 아닌 내 맘 같은’ 마음의 변화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와 같은 관계에서 빚어지는 수많은 갈등이 다양한 이야기를 생성하며 다채로운 사회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우치다쌤의 책을 읽으며 드는 역설적인 평들은 오히려 우치다쌤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나도 여태껏 스승이랄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 책을 보면 '스승이 있다'는 말을 절로 하게 된다.



 

들었지만 도무지 모르겠는 그의 강연

     

하지만 그의 책만 그럴까? 당연히 아니다. 그의 강의도 역설로 가득하며, 그런 강의에 대한 평도 다채로우니 말이다. 

어제 전주 강연에서, 강연장 앞쪽에 앉은 분들 중에 ‘그래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얘기를 하나 보자?(이건 내가 2012년도에 했던 태도다)’라는 태도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질의응답 시간엔 그 사람이 일어나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는 위기상황을 기본 전제로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오늘 강연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는 질문을 했었다. 

1시간 40분간 줄곧 얘기했는데, 누군가 “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을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근데 솔직히 나는 그 분의 맘이 어떤지 이해가 됐다. 2012년에 우치다쌤의 강연을 들으며 어떤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었고, ‘뭐 특별할 것도 없잖아’하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뭐든 처음엔 낯설고 어색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아마 그 분도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죄송합니다”라는 한 마디만 했을 뿐이다. 나 같았으면 얼굴이 붉어지며 뭔가 심기 불편한 말투로 이해시키기 위해 온갖 말을 했을 텐데, 우치다쌤은 오히려 자신이 사과하며 그 상황을 수용한 것이다. 역시 대인배다운 대처라 할 수 있다.                



▲ 2012년 강연 때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후기를 남기지도 못했다.




한 번도 듣지 못한 우치다의 이야기 START!

     

그러면서 우치다쌤이 생각하는 강연에 대해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어딜 가든 들을 수 있고 누구나 하는 얘기를 듣는다면 맘이 좀 그렇겠죠.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태어나서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라고 말하셨다. 

이것이야말로 금방 전에 박동섭 교수가 “인문학자가 본 교육에 대한 얘기임을 유념하여 들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과 공명하는 말이다. 우치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우치다의 관점으로 녹여낸 이야기, 그렇기에 이곳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이니 말이다. 만약 이곳에서마저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강의를 한다면, 그건 인터넷 강의로 듣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주 강연은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이라는 좀 거창한 주제의 강연이었지만, 제주 강연은 ‘공생의 필살기’라는 실용서적인 가벼운 주제의 강연이다. 과연 이곳에서 우치다쌤은 한 번도 듣지 못한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 인문학자가 본 ‘공생의 필살기’란 과연 무엇일까? 아니 ‘공생의 필살기’라는 이 아리송한 말 자체가 무슨 뜻일까?

이제 본격적으로 ‘집에서 별로 나가지 않는 지의 전도사인 우치다쌤이 전해주는 한 번도 듣지 못한 공생의 필살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 그러면 강연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이 사진은 2014년 서울 강연 때 참여해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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