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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24. 2019

30년을 해야 전문가가 된다

한문이란 늪에 빠지다2

소화시평』 상권이 끝났지만 책걸이나 뒷풀이는 없었다. 『소화시평』 전체가 끝난 건 아니니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 고비 고비 넘어가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수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고 어떤 의미냐 하는 것은 개인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훌쩍 지나가는 게 아쉽게 느껴지던 찰나에 생각지도 못한 뒷풀이가 열리게 되었다. 

1월 22일에도 여느 때처럼 스터디는 진행되고 있었다. 하권 3번과 4이 원체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거기에 두 개 정도를 더 예습해서 갔는데, 이날 3번을 맡은 학생이 사정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무려 하권 15번까지 일사천리로 스터디가 진행되었다. 그건 곧 3개나 준비하지 못한 것을 한다는 얘기기도 했었고 정리해야 할 글이 무려 6개나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수업시간엔 엄청 긴장했었고, ‘이걸 언제 다 정리하지?’라는 부담감에 스터디가 끝나고 나서도 멘붕 상태이기도 했다. 그렇게 스터디가 끝나고 무거운 마음으로 나가려 할 때 교수님이 갑자기 “오늘 저녁에 바쁜 일 있어요?”라고 물으신다. 그래서 시간 괜찮다고 했더니, 가볍게 맥주 한 잔 하자고 하시더라.                



▲ 방학인데도 자리를 지키는 아이들.




성재 덕에 만들어진 뒷풀이 자리

     

명목은 원년 멤버인 성재가 2월에 군대에 가기 때문에 송별회를 해준다는 명목이었지만 내 스스로는 ‘이것이야말로 상권을 끝낸 기념으로 하는 뒷풀이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재로 말할 것 같으면 소화시평 스터디의 알파이자 오메가와도 같은 친구라 할 수 있다. MT때 교수님 앞에 와서 무릎을 꿇더니, “교수님 한시를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함으로 이 스터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가 군대에 가게 되면서 잠시 동안 한문공부와는 결별을 해야 하니 송별회를 해주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렇게 겸사겸사 모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소화시평 스터디에 대한 중간 점검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뒷풀이 자리를 좋아하는 건 다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여러 스쳐갔던 생각들을 이런 자리에서 풀어낼 수 있고 그걸 함께 얘기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김형술 교수 같은 경우는 내가 직접 배웠던 교수가 아니기 때문에 훨씬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교수님 스타일 자체가 권위로 학생들을 억누르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들었던 생각들을 가감 없이 풀어낼 수 있다. 거기에 무식이 철철 흘러넘치더라도, 또 아는 게 별로 없을지라도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니 더더욱 이런 자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술을 좋아해요’라는 건 안 비밀이긴 하지만^^;;               




30년을 해야 진정한 전문가

     

성재나 용주와는 여러 번 술자리를 했었다. 하긴 그래봐야 두 번이지만 한 번은 부안 내소사의 관음봉을 오르며 계곡에서 술을 마시며 시회를 열었고 저녁엔 중국집에서 엄청 마시며 그 분위기를 함께 느끼기도 했던 친구들이다. 이제 2학년이지만 한문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런 자세로 꾸준히 한문공부를 할 수 있다면 내 나이 정도가 되었을 땐 분명히 한문학계에 의미 있는 활동을 할 것임에 분명하다. 

예전에 출판편집자 과정을 들었을 때 선완규썜에게 재밌는 얘기를 들었었다. 얘기의 주제는 ‘30년을 해야 진정한 전문가다’라는 거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를 공부하면 전문가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선완규썜은 ‘10년차는 얼치기’라고 강한 어조로 얘기해주더라. 

그땐 그 말이 뭔 말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반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야말로 정말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고 30년이란 시간은 단순히 30년이란 양적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질적 시간의 개념이란 것도 알게 됐다. 그건 ‘전문가란 끊임없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갈고 닦으며 연구해가야 한다’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 이제 조금 알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시작점임을 인지하고 계속 그 길로 달려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성재와 용주에게 군대가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건강하게 복무하고 나와서 지금의 열정대로 맘껏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성재외 용주, 친한 친구이자 도반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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