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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May 19. 2020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20년 5월 19일

내일이면 또 다시 스터디가 시작된다. 저번 주 수요일에 김형술 교수에게 전화가 와서 스터디의 시작을 알렸고 그 첫 시작을 내가 열게 된 것이다. 



▲ 스터디의 시작은 회식과 함께 시작됐다. 모처럼 모여 공부의 열기를 불태운 시간들.



               

뜻대로 되지 않는 축복 속에     


올해가 시작되고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정은 순식간에 뒤틀어졌다. 그에 따라 당연히 임고반 입성은 늘 정해진 수순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상황은 싫지만은 않았다. 공부하고 싶었던 것, 정리하고 싶었던 것을 맘껏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덕에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연암을 읽는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뜨리지 않고 마무리 지을 수 있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공부를 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공부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에 따라 하나씩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건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행복이라 생각한다. 이전엔 하고 싶은 게 있을 지라도 병행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다른 것과 이것을 병행해가며 할 생각만을 했었다. 그러니 그만큼 시간은 무한대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하나도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2018년 하반기에 논어와 맹자를 무작정 잡고 이것만 정리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이 과정을 순조롭게 마무리 지었었다. 바로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임용시험까지 시간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는 이때에 여유를 부리며 하나씩 정리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고 그 결과는 이번과 같이 한 번 정해놓은 책을 모두 정리하는 결과치까지 이른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어떤 경우든 나에겐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일 뿐, 무엇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절망으로 빠질 만한 상황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그처럼 어찌 보면 올해 임용의 낙방은 나에겐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이자 정리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한 것이다.    



▲ 보란 듯이  떨어졌다. 아쉬운 맘은 크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기만 하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며 그대로 스터디로 풀어내다     


그렇게 한 걸음씩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스터디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당연히 이 스터디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이 스터디를 통해 한문공부의 매력을 알게 됐으며 어떻게 임용을 준비해야 할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시 이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7년 간의 도도한 흐름을 끊고 한문공부의 길로 들어섰을 때 느꼈던 감정은 암담하다는 사실이었다. 실패했던 길이기도 했지만, 7년 동안 한문을 보지 않았기에 완전히 막막한 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몰려 있을 때 운이 좋게도 이 스터디에 참여하게 되며 한문공부의 맛을 알게 됐고 그에 따라 2년 간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니 올해가 되었을 때도 이 스터디를 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하루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게 무너졌다. 그렇게 무려 2개월 여를 흘려보낸 끝에 다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더욱이 첫 발표는 내가 맡게 되었다. 물론 실력이 월등하기에 맡긴 건 아닌 줄 알고 있다. 하지만 김형술 교수도 나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에 선뜻 첫 번째로 준비하도록 한 것이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풀어나갈 뿐이다. 

운이 좋게도 내가 맡은 본문 자체는 그렇게 길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며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당사자가 되어 스터디를 하기 이전에 김영민 교수의 공부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느낀 건 ‘하나도 알아들을 만한 게 없다’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모임 자체의 열기는 엄청 뜨거웠기에 기억에 남았다. 그처럼 알고자 하는 마음은 모임의 성격을 달리 구성하며 파토스가 넘실거리도록 만드는 것임을 그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처럼 다시 스터디를 해야 하는 이 순간에 나에게 솔직하자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겨우 2년 동안 공부한 것만으로 나의 한문실력이 월등할리는 없다. 그저 이제 첫 발걸음을 떼는 사람처럼 모르는 게 훨씬 많은 초심자일 뿐이다. 그러니 스터디를 준비하면서도 번역본이 있지만 참고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어설프게 나마 내가 해석할 수 있는 그대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없으니 나를 인정하기 쉬웠고 스터디에서 여러모로 배울 테니 그저 있는 그대로의 실력으로 한걸음씩 가자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있어보이려 꾸미려는 마음보다 지금 나의 실력을 인정하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배우고 알면 아는 대로 말할 수 있는 정성일 것이다.       



▲ 2017년 김영민 교수 공부모임에 갔을 때의 사진. 공부의 열정 하나만은 본받고 싶더라.



         

한 걸음씩     


다시 스터디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나하나 배워갈 것이다. 한문을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참이나 어린 후배들과 함께 앎의 파토스를 만끽하며 배워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걸 전체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올해 임용에서 낙방함으로 다시 주어진 기회다. 공부가 하고 싶어 여기에 다시 올 수 있었고 한문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 이곳에 찾아올 수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을 밑바탕 삼아 올해도 맘껏 좌충우돌하며 한문공부의 세계로 한 걸음씩 뚜벅뚜벅 나가볼 것이다.      



인용

지도

20년 글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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