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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07. 2016

아이들의 여행 스트레스 해소법, 진지함을 장난으로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15 - 15.10.4(일)

▲ 10월 4일(일) 현풍터미널 → 대구 달성군 하빈면 / 36.05KM



3시간 30분을 달려 현풍터미널에 도착했다. 그곳이 종점인 줄 알았는데 버스는 그곳을 거쳐 의령까지 가는 것이더라. 그래서 내려 줄 사람만 내려주고 바로 출발하는 형식이었다.                




현풍터미널이 종점이 아닌게벼

     

터미널까지 들어가지 않고 정류장 같은 곳에서 “현풍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라는 기사님의 말을 들으니 우리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가 그 말을 듣고서야 헐레벌떡 내릴 준비를 하게 되었으니 ‘준비태세’라도 걸린 양 정신이 없었다. 어찌 되었든 아이들은 피난 가듯 갑작스레 짐을 챙겨 내렸고 곧 바로 자전거를 꺼내기 시작했다. 

과연 자전거는 무사할까? 자전거가 이리저리 흔들려 무언가가 망가지거나 바퀴가 휠 경우 여행 첫 날부터 대폭 꼬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기에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종점에서 내렸다면 자전거를 내리는데 시간이 넉넉할 테지만, 정류소에서 잠시 정차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앞뒤 잴 것이 후딱 꺼내야만 했다. 우리 때문에 동서울에서 출발할 때도 지연되었는데, 그곳에서마저 다시 출발시간이 지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민폐만 끼치는 승객들이 아닐 수 없다.                



▲ 자전거를 순식간에 꺼냈고 앞바퀴를 결합하고 있다. 터미널이면 좀 여유 있게 할 텐데, 간이 정류소라 급히 해야 했다




준영이 자전거 앞 변속기가 뒤틀리다

     

무작정 꺼내어 자전거 앞바퀴를 결합해 보니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은 없더라. 아이들 자전거도 둘러봤는데, 문제는 없는 것 같아서 점심 먹을 곳을 찾으러 앞장서서 출발했다. 터미널에서 조금 내려가니 곰탕집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들이 올 생각을 안 하더라.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돌아가 봤더니, 준영이 자전거의 앞 변속기가 뒤틀려져 있는 상황이었다. 4대의 자전거는 하나의 짐칸에 2대식 엇갈려 실었고, 준영이 자전거만 하나의 짐칸에 실었는데,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더라. 두 대의 자전거를 실은 쪽에서 문제가 발생할 줄 알았는데, 전혀 반대의 상황이었다. 

준영이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자전거점에서 전체적으로 정비를 하고 왔는데, 여행이 시작도 하기 전에 자전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니 무척 속상해 하더라. 이번 여행을 준영이만큼 완벽하게 준비한 아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자전거를 정비해서 오라고, 예비 튜브를 챙겨 오라고 말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준영이는 정비는 물론 필요한 물품들까지 모두 준비해서 왔다. 그런데 이렇게 고장이 나버렸으니 얼마나 속상할까. 

그렇다고 거기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어서 점심을 먹고 자전거점에 가서 고치기로 하고 출발했다.                



▲ 별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준영이 앞 변속기가 뒤틀렸다. 맙소사~




도보여행과 자전거여행의 차이점

     

곰탕집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아직 자전거 여행은 시작도 하기 전이지만, 이래저래 정신없기는 매한가지다. 자전거 길에 들어서서 달려야지만 ‘진짜 자전거 여행 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아직은 그러질 못하니, 정신만 없다. 

자전거점에 가서 앞 기어를 손봤는데, 아저씨는 이런 수리가 처음인지 많이 헤매시더라.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변속이 되는 정도로는 고쳐졌다. 

낙동강 자전거 길로 가려면 현풍천을 따라가면 되는 줄만 알고 그리로 갔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낙동강 자전거길은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지도를 검색해봤더니,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 박석진교를 건너야만 낙동강 자전거길로 갈 수 있다고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지도의 안내에 따라 드디어 자전거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12시 37분이었고, 점심을 먹고 자전거를 수리한 후 낙동강 자전거길로 들어선 시간은 3시 8분이었다. 무려 2시간 30분이 금세 흐른 것이다. 



▲ 출발 전에 진수성찬으로 배를 채운다. 이 음식들이 그리워질거야. 많이 많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도보여행이나 지리산 종주를 할 땐 그냥 출발하려 하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낭만 짊어지고 가는 것이니, 배낭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출발이 지연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은 그러지 않더라. 자전거는 복잡한 부속품으로 이루어진 물건은 아니지만, 자잘한 것들이 고장 날 경우 그걸 고치기 위해선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는 배낭을 자전거 짐받이에 결속하고 다녔는데, 잘 묶지 않으면 흘러내리게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쉴 때마다 짐을 풀고 묶는 시간, 그리고 무언가 정비하는데 시간이 걸려 출발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느낀 것이지만, 단체로 자전거 여행을 하려면 모두 다 자전거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있어야 하고, 간단한 정비방법 정도는 알아야 한다.                



▲ 드디어 낙동강 자전거 길에 도착했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맘이 놓이는 느낌이다.




미션 1 - 돈을 체계적으로 지출하라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모두 낙동강 자전거 길에 도착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 또한 한시름 놓여진다. 그곳에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고, 미션을 알려주며 본격적인 출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째는 ‘용돈 미션’이다. 7일간의 여행 중에 쓸 수 있는 돈(2만1천원)을 주고 7일 동안 그 돈을 0원에 가깝게 써야 한다. 0원에 가장 가까운 사람 순으로 등수가 정해지고 상점을 받으며, 2만 1천원 이상을 써서 -원이 되면 벌점을 받게 된다. 이 미션에서 상점을 받기 위해서는 첫째 자신이 얼마의 돈을 쓰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어야 하며, 둘째 7일이란 시간동안 얼마씩 나눠 써야 하는지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미션을 계획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아이들이 의외로 돈을 관리하거나 체계적으로 쓸 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용돈이 넉넉하기에 그저 받는 그대로 쓰기에 바쁘고, 그도 아니면 그저 방치하다시피 하니 말이다. 돈을 체계적으로 모으거나, 계획하여 써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사회다. 그래서 한정된 돈을 써야 할 곳에, 그리고 계획에 맞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감각을 없다면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먹잇감이 되기 쉽다. 교묘하게 카드와 같은, 대출과 같은 노림수로 사람을 노려 철저하게 이용해 먹기 때문이다. 카드 같은 것은 지금 당장 내 손엔 돈이 없지만, 은행이 정해준 한도 내에서 돈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소비를 유도한다. 그래서 흥청망청 쓸 수 있는 구조이지만, 실상 그건 언젠가 갚아야할 빚으로 떠넘겨진 셈이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체계적으로 소비를 하고 좀 의식적으로 고민하며 소비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지금은 이런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돈을 체계적으로 쓰는 방법을 익히게 되길 바랐다. 하지만 어른들의 계획은 아이들에겐 장난거리가 될 뿐이다. 게임의 규칙을 하나하나 알려주자. 재익이가 “그러면 아예 돈을 펑펑 써서 집 한 채 사도 되겠네요”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원이 될 경우 벌점을 받는다는 말을 듣고, ‘벌점이야 그까이꺼. 아예 팍팍 써서 이 기회에 사고 싶은 거 사야지’라고 생각했으니, 룰에 갇히지 않는 창의성이라 해야 하려나 얍삽함이라 해야 하려나. 쩝~               



▲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영상의 한 장면. 용돈 미션은 정해진 범위 내의 돈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쓸 수 있느냐를 보려 한 것이다.




미션 2 - 하루 동안 리더가 되어라 

    

두 번째 미션도 그 때 공지했다. 내일부터 하게 될 미션이지만, 미리 알고 있어야 혼선이 없기 때문에 바로 공지한 것이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어떤 미션들을 해야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있고, 알찬 자전거 여행이 될까?’하는 부분이 고민이 되었다. 작년 도보여행 때도 중간 중간 미션을 진행하며 여행을 했기에, 작년과 최대한 겹치지 않는 미션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일반적인 것들 외엔 생각나지 않더라. 그래서 아침에 오는 길에 선배에게 전화를 하여 물어보니, “각자가 돌아가며 리더를 해보고 그 역할에 대해 동료가 평가를 해 보는 건 어때?”라고 소스를 주더라. 그러고 보니 작년 도보여행 때 이틀 날 승빈이가 리더가 되어 명성황후 생가를 거쳐 부론면까지 우리를 인솔했던 기억이 났다. 막상 맡겨놓지 않아서 그렇지, 믿고 맡기면 알아서 잘 할 것이기에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리더가 된다’는 기본 뼈대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리더가 할 수 있는 권한을 정했다. 첫째, 지도를 보며 목적지까지 동료를 인솔한다. 둘째, 점심과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한다. 셋째, 규칙을 제정한다. 리더에 대한 평가는 동료들이 세 가지 항목으로 한다. 첫째 리더십을 평가한다. 얼마나 책임감 있게 인솔했는지 평가한다. 둘째 친화력을 평가한다. 힘으로 억누르거나, 팀원들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항목을 두었다. 셋째 위기대처능력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안전하게 여행을 하자는 취지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어떻게 잘 이끌 것인지, 만약 위기가 생겼을 땐 그걸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보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화 시키고 보니 나름 괜찮은 미션이란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좋은 미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다른 사람을 이끌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인데, 이 미션을 통해 각 학생들의 개인적인 역량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 리더 미션은 말해주고 있다. 이미 시간은 3시가 넘었기에 오늘도 부산히 달려야 한다



그런데 역시나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어떤 정해진 룰 같은 걸 들으면 어떻게든 전복시키고 싶어 하고, 희화화시키고 싶어 하니 말이다. 이를 테면 “담배꽁초 버리지 마라”라고 말하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럼 던지는 건 되죠”라고 맞받아친다. 그처럼 함께 의기투합하여 여행을 하자는 취지로 리더미션의 내용을 이야기했는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세는 “그러면 우리 세 명이서 준영이 형이 리더를 할 때 말 안 듣고 뺀질거려 보는 건 어때?”라고 장난스레 말했기 때문이다. 용돈 미션을 이야기할 때 재익이의 발언을 들으며, 리더 미션을 이야기할 때 현세의 발언을 들으며, 아직 아이들에겐 진지해야 할 상황조차 장난치고 싶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아이들 스스로 여행에 대한 긴장이 있을 것이고, 그런 식으로 장난처럼 맞받아침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제 진짜로 출발. 낙동강을 달려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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