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14일
그 손을 잡네
말 없이 말을 걸듯
나무가 내민
산을 타다보면 체력적으로 한계에 가까워진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굵은 땀방울은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게 되지요. 그쯤되면 다리 뿐만 아니라 손까지 동원하여, 밧줄이든 나뭇가지이든 손에 잡히기만 하면 그 무엇이든 부여잡고 몸을 앞으로 끌어 당기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면 참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어쩜 그리도 적당한 위치에 나무가 서 있던지요. 마치 그럴 줄 알고 미리 기다리기나 한듯, 나무가 먼저 손을 내밀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제가 손을 뻗으면 '딱-.' 닿을 위치에 말이지요. 어렸을 적 처음으로 관악산 연주대를 오를 때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처럼, 첫 대학을 자퇴하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 제 어깨를 두둘겨주던 친한 형의 손처럼, 말 없이 말을 거는 바로 이 나무의 손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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