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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Dec 28. 2019

때때로 하이쿠 <70>

2019년 12월 28일









 밖엔 고요가

 안엔 소란함이네

 또 한 해 끝을



 연말이 되니 제주에서는 여름 성수기 못지않게 바쁜 나날입니다. 종일 쉴 새 없이 몰아닥치는 손님들을 맞이하다 보면, 겨울이라 짧은 해가 더더욱 짧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잠시 옥상에 나가보았습니다. 옥상에 올라서서 멀리 보이는 앞바다를 바라보는데, 주변이 참 고요하더군요.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보니, 이 적막함이 기이할 정도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매번 연말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깥세상은 떠들썩한 연말 분위기더라도 내 안으로는 한 해를 돌아보며 고요한 시간을 갖아보리라... 했지만, 보통은 그 반대였지요. 일하는 날엔 일 때문에, 휴일에는 각종 약속과 술자리에, 그러다 눈 떠보면 1월 1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연말을 보내버리면 뭐가 지나가고 뭐가 오는지도 모르게 돼버리지요.

 달력을 보니 12월 28일. 아차! 이렇게 또 한 해 끝을 보내고 있었네... 싶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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