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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Jan 28. 2020

때때로 하이쿠 <74>

2020년 1월 25일






설이 되서야

어머닐 떠올리네

밥을 먹다가




 어김없이 명절이 돌아왔습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서부터 명절은 저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명절이 되니 회사에라도 나가면 밥을 먹는데, 이 동안에는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나.. 하는 걱정이나 들더라구요.

 무얼 만들어 먹을까 하다가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한 끼를 해결하고, 시간이 지나 배가 고파지면 다시 또 메뉴를 정해 밥을 차리고 정리를 하고.. 그렇게 반복하다가 한 번은 심심해서 뭐 좀 보면서 밥을 먹을까 싶어 유튜브를 띄웠습니다. 옛날 무한도전 영상이 추천으로 뜨더군요. 멤버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윷놀이를 하면서 서로 쫓고 쫓기는 내용이었는데, 눈으론 모니터를 보면서 손으론 숟가락질을 하고 입으론 웃다가 먹다가 뭐 그러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재미있길래 다른 것도 보는데, 이번엔 열두 살로 돌아간 무한도전 멤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정준하가 1인 다역을 하며 12살 어린이도 되었다가 누나 역할도 하다가 엄마 역할로도 나오더군요. 한참 웃으면서 보는데, 그 순간 문득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올해로 21년이 되었습니다. 성묘 가본 지도 오래되었고, 사실 그것보다 어머니를 떠올려보는 게 일 년에 두 번은 될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바쁜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 명절이나 되어서야 이렇게 떠올리니 나도 참 무심하구나 싶었던 설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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