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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Jan 31. 2020

때때로 하이쿠 <75>

2020년 1월 31일








 추위 없이도

 얼어붙은 겨울날

 구멍 난 구름




 별 다른 추위 없이 이번 겨울이 지나갈 줄 알았습니다. 제주에서 맞는 4번째 겨울 중 이번 겨울이 가장 덜 추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위는 단지 기온이 낮아지는 것에서만 비롯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보며 마음이 점점 얼어붙고 있습니다. 우한 교민을 진천, 아산에서 수용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마찰과 주위에 퍼지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경계심, 아니 사실은 멀리 볼 것도 없이 하루 평균 100 ~ 200명 정도의 관광객을 상대하는 저 또한 기침하는 사람을 보면 '설마..'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리곤 이런 제 자신이 민망해지더군요...

 얼마나 지나야 이 사태가 진정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얼마나 지나야 제 자신이 중국인을 '민폐나 끼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중국'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기침하는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그저 '사람'으로 바라보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옥상 위에 올라와 하늘을 보니 구멍 난 구름 틈 사이로 햇빛이 내리쬡니다. 무언가 구멍 난 것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 햇빛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추위 없이 추운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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